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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정경화"
첫눈 내린 토론토의 아름다운 저녁
- 이로사 편집위원 (gm@koreatimes.net)
- Nov 10 2025 03:03 PM
케너와 코너홀 듀오 연주에 청중 환호 슈만에서 프랑크까지...감성의 여정
11월9일, 토론토 코너홀(Koerner Hall)은 첫눈과 함께 음악의 열기로 가득 찼다.
지난 9일 로열컨서버토리 코너홀에서 열린 연주회에서 청중들의 환호를 받고 있는 정경화(왼쪽)와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 사진 한국일보
77세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쇼팽 연주의 전문가인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Kevin Kenner)의 리사이틀에는 한인과 비한인 관객이 함께 감동의 순간을 나눴다.
예상대로 정경화는 여전히 최고의 거장임을 입증했다. 슈만의 첫 음절이 울려 퍼지자, 청중은 즉시 두 음악가가 이끄는 세계로 초대되었다.
정경화는 한국 공연 일정을 마친 후, 7일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끝내고 9일 오후에 토론토 공연을 가졌다.
작은 요정에서 이젠 바이올린의 여제로 불리는 이 거장은 공연 전날부터 심한 몸살과 기침, 목 통증을 겪고 있었지만 거뜬히 무대에 섰다. 이날 종일 눈이 내리면서 도심 곳곳의 길은 미끄럽고 교통 정체가 심했지만 공연시간이 되자 코너홀 주변은 한인과 비한인 관객으로 활기에 찬 분위기였다.
첫 곡으로 연주된 슈만의 바이올린소나타 1번 A단조(1851년)는 작곡가가 정신적으로 가장 불안정했던 시기에 탄생했지만, 정경화의 손끝에서는 초월적인 아름다움으로 변모했다. 활의 움직임은 부드럽게 흐르고 탄력감은 숨결처럼 살아 있었다. 1악장이 끝나는 순간, 몇몇 관객들의 실수 박수에도 노련한 연주가는 찡긋 미소 띤 표정을 보냈고, 늦게 도착한 관객들이 자리를 앉을 때까지 특유의 미소로 기다리는 여유도 보였다.
두 번째 곡으로는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C단조(1886년)가 연주되었는데, 2악장의 도입부에서는 케너의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이 빛났다. 정경화는 잠시 피아노 옆에 앉아 음을 따라가다가, 짧은 피치카토와 함께 유려하게 케너와 호흡을 맞췄다.
2부 연주는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1886년)로, 15년을 함께한 두 연주자의 기량과 음악적 케미스트리가 돋보였다. 3악장의 내면적 성찰과 4악장의 대화형 연주는 작곡가의 낭만적 의도를 청중에게 완벽하게 전달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대화는 이번 연주의 주제이기도 하다.
낭만주의 세 거장의 곡이 끝날 때마다 관객은 기립박수로 화답했고, 두 곡의 앙코르를 더 선사했다. 드뷔시의 ‘아름다운 저녁(Beau Soir)’과 슈베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1번 D장조 1악장’이 연주됐다. 마지막 커튼콜 후에도 코너 홀은 관객들의 기립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다.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정경화는 본보의 방문을 환대하며 활짝 웃었다. 사진 한국일보
본보는 공연이 끝난 뒤 백스테이지에서 정경화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케너와 공연후의 다정한 우정을 나누고 있었다. 그의 감기몸살을 걱정하자, “아픈 것은 아픈 것이고 연주는 연주다. 별개다”라며 거뜬하다며 활짝 웃었다. 이번 공연에는 그가 아끼는 바이올린 '과르네리(Guarneri)'로 연주했다.
그는 이제 뉴욕에 있는 작은 아들집으로 가서 손자를 보고, 미니애폴리스에 사는 큰아들네에서 세 손녀들을 만난 후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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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사 편집위원 (gm@korea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