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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다고 큰 용량 선택하는 ‘앵커링 효과’
과식 지름길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16 2025 09:45 PM
용량 커질수록 섭취량도 증가 가격 상대 비교로 판단 흐려져 건강 위해 적게 담고 나눠먹기
대형 할인마트에 가면 엄청나게 큰 봉지에 들어있는 과자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패밀리 사이즈’란 이름이 붙어 있는데, 일반적인 용량보다 가격이 훨씬 쌉니다. 영화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간 용량의 팝콘과 큰 용량의 팝콘을 파는데, 가격은 별반 다르지 않으나 팝콘의 양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나죠. 이런 상황에선 작은 용량의 과자나 팝콘을 사면 왠지 손해 보는 것 같아 큰 사이즈의 과자나 팝콘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큰 사이즈를 선택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더 많이 먹을까요? 최근 이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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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필라델피아의 영화관에서 평균 28.7세 성인들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120g, 240g의 통에 무료 팝콘을 제공하고, 영화를 보는 동안 먹은 팝콘의 양을 측정해봤습니다. 그 결과, 큰 통을 받은 사람들이 33.6% 더 먹었습니다. 벨기에에서 평균 20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초콜릿을 무작위로 200g과 600g 봉지로 나눠 주고 TV를 보게 한 다음 이들의 소비량을 조사한 결과, 200g 봉지에 비해 600g 봉지에 담긴 초콜릿을 받은 사람들이 두 배 더 먹었습니다.
사람들은 과자나 팝콘을 살 때 항상 가격을 염두에 두고 선택하게 됩니다. 문제는 가격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 상대적이라는 것이지요. 즉 비교상품에 비하여 가격이 낮으면 싸다고 느끼는 반면 높으면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처음 접한 정보나 숫자(작은 봉지 가격)가 기준점이 되어 그 후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현상을 ‘앵커링 효과’라고 합니다. 마치 배를 고정시키는 닻을 내리듯 사람의 머릿속에 특정 기준이나 숫자, 이미지를 심어 판단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대형 할인마트나 영화관들은 이런 효과를 이용합니다. 일부러 큰 사이즈와 작은 사이즈의 과자나 팝콘을 함께 팔아서 사람들이 필요보다 큰 크기의 과자나 팝콘을 고르게 유도하는 식으로 회사 매출을 올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싸다는 이유로 불필요하게 큰 크기의 과자나 팝콘을 구매하면 결국 더 많이 먹게 됩니다. 그리고 먹지 못하고 버리는 것도 많아집니다.
뷔페에서 접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음식을 담을 때 꼭 접시를 가득 채우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반만 담는 것은 왠지 바람직하지 않은 일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람들은 접시에 있는 음식은 깨끗이 비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습성으로 인하여 커다란 접시를 사용하면 더 많이 먹게 됩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이해한다면 건강을 생각해 가격은 조금 비싸더라도 작은 크기의 과자나 팝콘을 사는 것이 좋습니다. 집에서 식사는 작은 접시에 담아 제공하고, 음료수도 작은 잔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만약 가격 문제로 큰 봉지의 과자나 팝콘을 샀다면 작은 접시에 덜어서 나누어 먹는 것이 경제나 건강면에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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