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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인간의 굴레'를 해부한다(2)

신체결함에 대한 급우들의 조롱 극복


  • 김명규 발행인 (publisher@koreatimes.net)
  • Nov 17 2025 03:07 PM

음식점 서버를 짝사랑, 구박과 멸시도 수용 마침내 신체적, 정신적 굴레에서 자유 찾아


소설은 9세의 필립이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어 외삼촌 윌리엄·외숙모 루이자가 사는 켄트주의 시골 마을로 보내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책.jpg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 

 

목사 외삼촌은 엄격하고 냉랭했고 숙모는 소심한 여인이었다. 이에 덧붙여 필립은 그의 신체적 결함 내반족(內反足: 발목 이상으로 발바닥이 안쪽으로 굽은 발)으로 인해 고통받는다. 기숙학교에 입학했을 때, 학우들은 그의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를 보고 딴지를 걸고 넘어뜨리면서 조롱했다. 그는 그들로부터 왕따를 당했다. 그렇지만 그는 호소하거나 동정을 구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고통을 숨기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자기 약점을 인정하고 극복하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삼촌이 "신에게 기도하면 산도 움직인다"라고 설교하자 이에 감동, 필립은 기도를 계속한다. 기도가 통했는지 그는 빨리 뛰는 법을 개발했다.  이 시기에 형성된 독립적이고 외유내강 성격은 이후 그의 예술적 방황과 의학 공부로 이어지는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청년 필립은 독일 하이델베르크로 가서 철학과 문학을 공부하며 지적으로 성장한다. 졸업 후 런던으로 돌아와서 회계사 견습생 생활을 하다가 집어치우고 파리에 가서 미술을 공부한다. 그러나 재능이 없다는 평을 듣고 그것도 포기한 후 아버지의 뒤를 이어 런던에서 의학을 공부한다.

필립은 어느 날 식당에서 서버(웨이트리스) 밀드레드(Mildred Rogers)를 보고 광적으로 집착한다. 성격이 경박한 그녀는 그러나 그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고 때로는 경멸, 멸시할 때도 있었다. 필립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에게 돈과 자존심을 바쳐가며 애정을 구걸한다. 인간의 굴레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필립을 버리고 그의 친구,  해리 그리피스에게로 떠났다. 필립은  깊은 절망과 상처를 받았다. 그는 잠시 다른 여성을 만나는 등 방황하지만 밀드레드가  그동안 생긴 아이를 데리고 돌아오자 그녀를 다시 받아들인다.  그녀는 필립이 자기가 아니라 애기만 사랑한다는 사실을 발견, 필립이 집을 비운 사이 가구를 때려부수고 아기를 안고 거리로 나갔다. 

 

몸.jpg
서머싯 몸 
 

설상가상, 필립은 재정 투자를 잘못해 집을 빼앗기고 거리에서 잠을 자는 신세가 됐다. 공부도 중단됐다. 돈을 꿔서 쫄쫄 굶은 배를 달래기 위해 친구들에게서 푼돈을 꿨다.   

무작정 집을 나선 밀드레드는 극심한 가난에 쪼달리면서 아기가 죽자 상점 점원으로 일하는 필립에게 도움을 청한다. 필립은 아기의 장례를 치러주고 다시 그녀를 도와준다. 마침내 감동한 밀드레드는 자기는 매춘하는 타락한 여성이라고 고백한다.

필립이 마지막으로 그녀를 만났을 때 그는 그녀에 대한 어떤 감정의 속박도 느끼지 못했다.  마침내 사랑이나 증오, 어떠한 집착에서도 해방됐다. 밀드레드라는 '인간의 굴레'와 영원히 고별했다. 

필립은 사망한 외삼촌 유산으로 의학 공부를 마쳤다.

그는 병원에서 만난 애설니 가족과 어울리면서 소박하고 건강한 삶의 태도를 배운다. 그런 가운데 딸 샐리 애설니를 사랑하게 됐다.  그녀가 자기 아이를 가졌을 때 가정을 꾸리겠다는 열망이 치솟았다. 마침 시골 작은 병원에 일자리를 얻자 그는 신체적, 감정적 굴레 모두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찾았다.

그가 도달한 궁극적인 진리는 ‘삶은 복잡한 무늬가 아닌, 단순하고 규칙적인 원으로 이루어진 페르시아 양탄자의 무늬와 같다’는 것이다. 행복과 불행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라는 직물 속에 함께 엮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것은 행복과 불행은 함께 온다는 올더스 헉슬리의 경험담 소설 '인식의 문', The Door of Perception과 맥을 같이한다.   

 

유동환.jpg
유동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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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times.net/오피니언

김명규 발행인 (publisher@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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