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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알아서 하겠지’ 아닌···
진료 잘 받는 법 따로 있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24 2025 08:16 PM
카리스마로 환자 이끌던 과거 의사들 치료 선택지 다양한 지금은 상황 달라 환자 생활과 가치관 따른 자율 결정이 치료 순응도 높이고 후회 줄여 효율적
가끔 까다로운 환자를 만나서 진료가 밀리고 “왜 이렇게 늦어지냐”는 불평을 듣기도 한다. 의사가 환자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듯, 환자도 의사의 진료 방식을 이해한다면 어떨까. 그 마음으로 평소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진료 보는 법을 조금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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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병원에 방문할 땐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모호한 증상도 좋고, 특정 질환에 대한 우려도 괜찮다. 건강 상식을 확인하려는 것도, 복용 중인 약물을 점검받는 것도 목적이 될 수 있다. 다만 만성 증상은 개선 속도가 더딜 뿐 아니라, 여러 요인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한 번 방문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그러니 처음부터 조급하게 이것저것 전부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진료를 반복하면서 중요한 문제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면 된다.
초창기 노년내과 진료를 시작하고 환자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물어봤었다. 그때 “왜 내게 묻나요?” 하는 반문이나 “알아서 잘 해달라”는 답을 듣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여전히 환자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을 지지하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위 세대 선생님들은 카리스마 있게, 때로는 강압적으로 환자를 이끌어갔다. 그 시절에는 치료 옵션이 한정적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의료가 발전하며 치료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같은 치료법이라도 환자의 가치관과 삶의 방향, 생활 양식에 따라 최선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객관적 정보 위에 본인의 상황과 우선순위를 충분히 이야기하는 협의 과정이 중요하다. 선택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으나, 스스로 결정할 때 치료 순응도가 높아지고 후회도 줄어든다.
물론 아주 분명하게 좋은 선택지가 있다면, 강하게 권유할 것이다. 그러나 의사의 “이것도 괜찮고 저것도 괜찮다”는 말은, 정말 모두 괜찮다는 뜻이다.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을 때에는 마음이 끌리는 길을 따르면 된다.
환자중심 진료는 여러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노인에게 꼭 필요한 접근이다. 문진 시간이 길고 자율 선택을 존중하다 보면 자칫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 개인의 삶 전체로 보면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줄이고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오히려 더 효율적이다.
병원에 올 땐 가장 불편한 한 가지 문제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차근차근 함께 풀어나간다는 마음으로 오면 좋겠다. 환자가 의사에게 신뢰를 표현할 때, 의사는 방어적 진료에서 벗어나 위험이 있더라도 환자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결국 좋은 진료는 환자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 의사가 적절한 선택지를 제시하고, 의사를 신뢰하는 환자가 스스로 선택할 때 완성된다. 개인의 가치를 지키는 환자중심 진료가 정착하기를 희망한다.

장건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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