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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다운 연장
수필이 있는 뜨락(13)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26 2025 05:35 PM
만두를 빚으려고 준비한 속이 큰 양푼에 가득 담겨 있었다.
“이 많은 걸 언제 다 하지?”
온 가족이 둘러앉아 부지런히 손을 놀리는 동안, 나는 찬장 속 접시와 사발, 종지를 꺼내어 ‘만두 찍는 도구’를 만들기에 열중했다.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마침내 일종의 만두 틀을 완성했다. 모양은 일정하게 잘 나왔지만, 문제는 손으로 빚는 것보다 빠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설거지만 늘린다며 어머니와 아내의 타박을 들었고, 그 엉성한 만두 틀은 이후 명절마다 단골 웃음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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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늘 효율적인 방법을 먼저 찾는 편이다. 요리를 할 때는 칼부터 갈고, 산책을 나설 때도 튼튼한 등산화를 신는다. 개미 집단에서 개미들이 맡은 역할이 다르듯, 나 또한 ‘도구를 먼저 챙기는 사람’으로 정해져 있는 듯하다. 연장에 대한 이 기호는 오래전부터 즐겨온 목공에서 비롯되었다.
취미로 목공을 시작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떤 연장이 있으며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DIY 동호회, 유튜브 영상, 전문 서적이 흔하지만, 80년대 한국의 대형 서점을 다 뒤져도 제대로 된 안내서를 찾기 힘들었다. 외국 서적은 손에 넣기조차 어려웠고, 내가 구한 책은 기능직업학교에서 만든 비매품 교재 한 권이 전부였다.
이민 와 처음 들른 홈디포는 나에게 근사한 놀이터이자 발견의 공간이었다. 목재 코너를 지나며 스프러스 향이 코끝을 간질였고, 편백 향이 깊숙이 스며들었다. 알지도 못했던 수많은 연장을 마주할 때마다 매혹적인 상대를 만난 듯 설렜다. 직원들은 모르는 것을 친절히 알려주었고, 작업 순서와 재료 선택을 돕는 전문 서적도 진열돼 있다. 페인트 안내서 첫 장에서는 ‘칠할 공간의 채광량’을 묻는다. 같은 색이라도 햇빛의 양에 따라 전혀 달라 보인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우리가 보는 것은 색이 아니라 빛”이라고 쉽게 설명한다. 나는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홈디포에 들러 새 연장과 자재의 흐름을 살피곤 한다.
북미 연장을 쓰며 흥미로운 차이도 발견했다. 한국의 대패와 톱은 당길 때 잘리지만, 북미 것은 밀어낼 때 잘린다. 숟가락질 방향이 동서양에서 다른 것처럼, 연장에도 문화가 담겨 있는 셈이다. 밀어 자르는 방식은 체중을 실어 힘을 쓰기 좋아 효율적이지만, 당겨 자르는 방식은 섬세하고 정밀하다. 용도에 따라 선택하면 되겠지만, 나는 여전히 한국식 연장에 마음이 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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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익은 연장을 잃거나 망가뜨리면 허전함이 오래간다.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더 큰 무엇을 잃은 듯한 상실감 때문이다. 조선 시대 유씨 부인이 아끼던 바늘을 부러뜨리고 ‘조침문(弔針文)’을 올리며 “오호통재”라 한 것도 그런 마음이었으리라. 아무리 좋은 연장이라도 끝내 닳아 사라지기 마련이다. 일본 궁궐 목수의 말처럼, 진정한 좋은 연장은 대를 이어 물려주기 어렵다. 오래도록 아낌없이 쓰다 보면 결국 사라지기 때문이다. 닳아 없어지는 그 과정 자체가 연장의 소명이다.
무딘 톱으로 계속 톱질을 하면 고통만 크다. 링컨이 “나무를 자를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날을 가는 데 45분을 쓰겠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제대로 된 연장은 예리한 푸른 빛을 머금어야 한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기회조차 위기로 바뀔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연장이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사람이다. 셰프는 칼을 잡는 법만 봐도 실력을 안다고 하듯이, 목수는 못을 때리는 소리만 들어도 숙련도를 알 수 있다.
목공에서 자주 쓰는 테이블 톱은 필요할 때마다 날을 갈아주어야 한다. 새 날로 갈고 전원을 넣으면 돌아가는 모터 소리 사이로 날이 세워진 소리가 들린다. 예리한 날은 회전할 때 가느다란 휘파람 소리를 낸다. 톱날이 가르는 바람 소리를 놓치지 않는 것은 목수가 지녀야 할 연장 같은 감각이다. 연장을 악기처럼 연주하고 느끼는 사람이 그 연장의 진정한 주인일 것이다.
사람도 오감과 인식의 신호체계가 작동하는 연장인지 모르겠다. 아낌없이 갈아 옅은 휘파람 소리를 내며 세상을 마주해야 할 그런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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