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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에 몰린 Z세대
하이브리드 시대가 남긴 깊은 균열
-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 Dec 08 2025 04:06 PM
비영리 미디어 네트워크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Z세대가 기록적인 수준의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30세 이전에 이미 번아웃을 경험한 비율이 4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영국에서도 팬데믹 이후 약 18개월 동안 번아웃 수준을 추적한 연구에서 Z세대의 번아웃 경험이 80%에 이르렀다.
11개국 1만 3,000여 명의 근로자와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 조사에서도 Z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번아웃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됐으며, 또 다른 국제 웰빙 조사에서는 18~24세 응답자의 약 4분의 1이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캐나다에서는 캐내디언비즈니스(Canadian Business) 설문에서 Z세대의 51%가 번아웃을 느낀다고 응답해, 밀레니얼 세대(55%)보다는 낮지만 베이비붐 세대(29%)와 X세대(32%)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자들은 번아웃이 직무에 대한 기대와 실제 요구 사이의 충돌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직무가 모호하거나 과도한 업무량을 요구할 때, 또는 역할 수행에 필요한 자원이나 역량이 부족할 때 등의 상황에서 나타나며, 특히 경력이 짧은 직장인이나 여성, 젋은 세대에서 번아웃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번아웃은 보통 피로감을 시작으로 냉소와 거리감의 확대, 그리고 성취감 저하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친다.

Z세대가 전 세대 중 가장 높은 번아웃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언스플래쉬
Z세대가 특히 취약한 이유로는 여러 요인이 지목되고 있다. 많은 Z세대가 팬데믹 시기와 그 직후에 노동시장에 진입했고, 이 시기 원격근무 확산과 사회적 고립, 잦은 업무 프로토콜 변화가 비공식적 학습의 기회를 크게 약화시켰다. 미국 경제학자 파블리나 체르네바(Pavlina Tcherneva) 교수는 대학 교육이 안정적이고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는 일자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회적 계약이 약화되면서 젊은 세대가 더욱 불안정한 환경에서 노동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체르네바 교수는 주거비와 생활비 상승, 임금 격차 확대, 불안정 고용 증가가 Z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반의 업무 구조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앤 코월 스미스(Ann Kowal Smith) 직장전략가(workplace strategist)는 Z세대가 하이브리드 근무로 인한 단절, 자동화로 인한 업무 맥락 상실, 판단 기준을 제시할 시간이 부족한 리더들이 존재하는 새로운 노동환경에 처음 진입한 세대라고 평가했다. 스미스 전문가는 이러한 환경이 직무 적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번아웃을 느끼는 개인에게는 일상적 관계 복원이 중요한 회복 요인으로 꼽힌다. 동료와의 대화를 늘리고 정기적인 교류 시간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고립감과 소외감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과도한 업무를 능률적인 업무로 여기던 관행에서 벗어나 근무 시간과 비근무 시간을 명확히 구분하고, 자신의 일정과 가능 여부를 동료들에게 분명히 밝히는 방식의 경계 설정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다만 개인적 노력만으로 번아웃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변화가 직장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연근무 도입, 정신건강 지원 확대, 명확한 직무 기준 제시, 과도한 업무 재배분 등 조직 차원의 개선이 요구된다. 스미스 전문가는 멘토링과 피드백 체계, 호기심과 기민성을 보상하는 새로운 학습 구조를 직장에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인공지능이 더욱 깊숙이 침투하는 시대에도 번아웃을 줄이고 일터의 인간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Z세대에게 더 나은 직장은 결국 모든 세대에게 더 나은 직장이 된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The article is funded by the Government of Canada through the Local Journalism Initiative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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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