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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없구나’ 대사에 끌려...”

“터널 지나며 해방감”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Dec 14 2025 10:57 PM

영화 ‘여행과 나날’ 심은경


“나는 별로 재능이 없구나 생각했습니다.”

영화 ‘여행과 나날’(10일 개봉, 미야케 쇼 감독)에서 시나리오 작가 ‘이’(심은경)가 자신이 참여한 영화 상영 후 소감을 묻는 관객의 질문에 머뭇거리다 내놓는 대답이다. 5일 서울 동작구 영화관 아트나인에서 만난 심은경은 바로 이 대사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국내 흥행작 ‘써니’(2011) ‘수상한 그녀’(2014)를 비롯해 일본에서 출연한 영화 ‘신문기자’(2019)로 일본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까지 받은 배우가 이 대사에 끌린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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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행과 나날'의 주연배우 심은경. 엣나인필름 제공

 

심은경은 실제로 자신도 재능이 없는 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것도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수상한 그녀’로 각종 시상식 연기상을 휩쓴 직후에. “물론 그땐 너무 기뻤지만 뭔가 붕 떠 있는 기분이었어요. 이후 차기작에서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중심을 못 잡고 헛디딘 연기도 분명 있었어요. 그러면서 몇 년 정도 연기에 대한 고민과 슬럼프가 한꺼번에 찾아왔어요. 어릴 땐 마냥 즐겁고 좋았던 연기가 절망으로 바뀌고 나니 내가 재능이 없는데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행과 나날’에서 ‘이’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작가다. “말이라는 틀에 갇혀” 슬럼프를 겪던 그는 눈 덮인 시골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그에게 ‘말에서 도망치는 행위’다. 영화는 ‘이’가 각본을 쓴 영화 속 영화를 보여준 뒤 ‘이’의 여행을 조용히 따라간다. 영화 속 영화와 ‘이’의 이야기는 여름/겨울, 바다/산 등의 대구를 이루는데, 일본의 전통 시인 하이쿠처럼 단순하고 간결한 이야기에 복합적인 심상을 담는다.

평소 미야케 쇼 감독의 팬이었던 심은경은 출연 제의 후 시나리오를 읽고 ‘이건 내 이야기잖아’ 하고 생각했단다. 그는 “’이’는 사람들 앞에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했고 공감이 됐는데 내게 있으면서도 없는 것을 느끼고 싶어 주저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배우는 가끔 작품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도 하는데 심은경에겐 ‘여행과 나날’이 그런 작품이었다. “뭔가를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면 자신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잖아요. 언제쯤 이런 고민을 떨칠 수 있을까, 이 나이쯤 되면 여유로워질까 싶었는데 아니더군요. 그래도 이 영화를 통해 어두운 터널 속을 지나가는 과정에서 조금 환기가 되고 해방감을 느꼈달까요. 영화의 엔딩 같은 의미를 제게 부여한다면, 저는 지금부터 시작인 것 같습니다.”

10대 시절 드라마 ‘황진이’ ‘태왕사신기’ 등에서 아역 배우로 주목받으며 커리어를 쌓아가던 심은경은 ‘수상한 그녀’로 20년 연기 인생의 정점을 찍었고 “평소 일본영화를 좋아해 일본 작품에 출연해보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일본행을 선택한 뒤엔 한국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장르 영화에서부터 일상을 다룬 드라마, 예술영화까지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의 폭도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카르노영화제 대상인 황금표범상 수상작인 이번 영화로는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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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행과 나날'. 엣나인필름 제공

 

한때 연기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까지 했다는 심은경은 이제 연기에 가속 페달을 밟는 것을 멈추고 가끔씩 브레이크를 누르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티빙 드라마 ‘내가 죽기 전 일주일 전’에 특별 출연할 때 김혜영 감독이 ‘뭔가를 하려고 하지 마’라고 했던 게 계기였어요. 그렇게 했더니 이전에는 못 봤던 연기가 나오더군요. 여백이 많은 이번 영화에선 그걸 좀 더 구체화해볼 수 있었어요. 이전엔 힘을 많이 주며 연기했던 것 같은데, 많이 덜어내려 하면서 연기 접근 방식을 확장할 수 있었어요. 늘 연말엔 쓸쓸한 느낌이 들었는데 요즘은 ‘여행과 나날’ 홍보도 하고, 드라마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도 찍으면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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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times.net/주간한국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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