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핫뉴스
AI 여파로 RAM 가격 폭등
컴퓨터·휴대폰·태블릿 위험 신호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Dec 11 2025 02:48 PM
컴퓨터부터 휴대전화, 자동차의 일부 기능까지 많은 전자기기는 RAM(랜덤 액세스 메모리)에 의존한다. RAM은 컴퓨터 프로세서가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파일을 열며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핵심 하드웨어다. 하지만 최근 RAM을 구매하려 한 소비자들은 가격이 급등한 것을 체감하고 있다. 이는 메모리 제조사들이 소비자 제품보다 AI 기업 공급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면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메모리 수요가 폭증한 데 따른 변화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으로 메모리 생산이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며, 소비자용 램·SSD 등 PC 부품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하고 있다. 언스플래쉬
캘거리의 유니웨이컴퓨터(Uniway Computers)에서 맞춤형 PC를 판매하는 매니저 마크 첸은 “11월 초부터 가격이 정말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10월만 해도 32GB DDR5 메모리 키트를 130달러 이하에 구할 수 있었지만 11월 중순엔 300달러 수준으로 뛰었고, 지금은 400달러 이하로 찾는 것도 어려워졌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3대 RAM 제조사 중 하나인 마이크론이 최근 소비자용 브랜드 '크루셜(Crucial)'을 종료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AI 데이터센터 고객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소비자 시장은 또 한 번 타격을 받았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윌리 쉬 교수는 마이크론이 AI 고객에 제조 자원을 재배치하는 것은 “그쪽이 훨씬 더 높은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첸은 “이 정도 규모의 RAM 가격 폭등은 본 적이 없다”며, 과거 암호화폐 붐 당시 그래픽카드 가격이 요동친 적은 있어도 메모리 시장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AI 붐은 전 세계적인 메모리 부족을 불러오고 있다. OpenAI, 메타, 구글 같은 기업들이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확장하면서 칩 제조사 입장에서는 훨씬 수익성이 높은 고객층이 생긴 것이다. AI 데이터센터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라는 고성능 DRAM을 필요로 하는데, 일반 노트북이 16GB 정도로 작동하는 데 비해 AI용 메모리는 200GB에 가까운 용량을 사용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폭증하는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그 결과 소비자용 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쉬 교수는 설명했다.
수요가 워낙 커서 레노보는 RAM을 사재기하고 있고, OpenAI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는 이미 삼성과 SK하이닉스로부터 월 90만 장의 DRAM 웨이퍼 공급을 확약받았다. 이는 전 세계 DRAM 생산량의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제조사들이 고대역폭 메모리에 집중하는 동안 일반 소비자용 DRAM은 생산 여력이 줄어들어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은 최근 일부 메모리 가격을 두 달 만에 최대 60% 인상했으며, 메모리 사업부는 사상 최고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이런 변화의 충격은 PC 시장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쉬 교수는 “메모리를 사용하는 모든 전자제품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스마트폰·스마트 가전·차량 전자장비 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이미 2026년 스마트폰 판매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캐나다 전역의 컴퓨터 부품 판매점들도 공급 압박을 받고 있다. 첸은 도매 공급가가 크게 올라 부득이하게 소비자 가격에도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이 때문에 조립 PC를 만들던 소비자들이 완제품 PC로 이동하는 추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에드먼튼의 BCOM Computer Centre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영업 매니저 더스틴 플랜트는 “제조사들이 AI 수요에 맞추다 보니 우리가 매일 판매하는 일반 소비자용 부품 생산이 줄었다”며 공급 부족이 전반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RAM뿐 아니라 SSD 가격도 오르고 있으며, RAM을 많이 사용하는 그래픽카드 역시 다음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향후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쉬 교수는 현재 메모리 시장은 AI 수요로 급성장하고 있지만 동시에 “AI 버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수익을 증명해야 하는 시점이 오는데, 그 과정에서 시장 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PC 제조사들은 메모리 용량을 줄인 기기 구성이나 할인 축소 방식으로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
플랜트는 당장 업그레이드를 고려 중인 소비자라면 “가능하면 구매를 미루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마이크론이 소비자용 메모리 시장에서 철수해 AI 고객에 집중하겠다는 결정 역시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폰 등 다른 메모리 기반 제품들은 대체로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부품을 조달하기 때문에 가격 상승이 바로 반영되지는 않겠지만, 결국 공급업체가 확보해둔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 이후부터는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쉬 교수는 덧붙였다.
www.koreatimes.net/핫뉴스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