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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오피니언

동방박사의 선물

이현수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Dec 22 2025 10:09 AM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생각나는 단편 소설이 있다. 오 헨리(O. Henry)의 ‘동방박사의 선물(The Gift of the Magi)’이 그것이다.  1905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20세기 초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데, 소설의 주인공 델라(Della)와 제임스(James)는 가난한 젊은 부부이다. 제임스의 박봉으로 근근이 살아 가는 그들이 애지중지하는 보물이 둘 있다. 델라의 긴 갈색 머리카락과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그리고 아버지가 제임스에게 물려준 금시계가 그들의 보물이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자 델라는 남편 제임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 주려고 한다. 그러나 그녀의 수중에는 1.87달러밖에 없다. 고심 끝에 델라는 자기의 머리카락을 잘라 20달러에 팔고 제임스에게 줄 선물을 찾아 나선다. 그녀가 고른 것은 백금 시계줄이다. 제임스는 멋진 금시계를 갖고 있지만 낡은 가죽 시계줄이 부끄러워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시계를 꺼내 보지 못하는 것을 델라가 알기 때문이다. 그녀는 20달러에 1달러를 보태어 백금 시계줄을 산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제임스는 델라의 짧은 머리를 보고 망연자실한다. 놀람도 아니고 비난도 아닌 묘한 표정으로 제임스는 델라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어 그녀는 당황한다. 그녀는 제임스에게 선물을 주지 않고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없어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서 선물을 샀다고 설명하며 자기 머리는 빨리 자라니 실망하지 말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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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플래쉬

 

평정심을 되찾은 제임스는 델라의 머리가 길던 짧던 그녀에 대한 자신의 사랑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자기가 외투 주머니에서 꺼내 건네준 포장품을 델라가 풀어 보면 자기가 왜 잠시 망연자실했는지 이해할 것이라고 말한다. 델라가 포장을 풀어 보니 그녀가 절실히 갖고 싶어 했지만 살 엄두를 내지 못했던 고가의 아름다운 빗 세트가 나온다. 그러나 그녀의 짧은 머리에는 무용지물이다. 

델라는 깜빡 잊고 있던 백금 시계줄을 꺼내 들고 제임스의 금시계에 잘 어울리는지 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제임스에게는 시계가 없다. 그가 델라에게 선물할 빗 세트를 사기 위해 아끼던 시계를 팔았기 때문이다.

델라와 제임스는 사랑하는 배우자를 위해 각자 가장 소중한 것을 기꺼이 내놓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준비한 선물은 상대에게 아무 쓸모가 없게 된다. 그럼에도 이 허무한 결말은 사랑의 깊이를 더욱 또렷이 드러내며 이야기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만들어 낸다.

크리스마스 선물 주기 풍습은 낙타를 타고 큰 별을 따라 찾아온 세명의 동방박사들(Magi)이 갓 태어난 아기 예수님에게 가장 귀한 선물(황금, 몰약, 유향)을 바친 것이 계기가 되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델라와 제임스는 동방박사들처럼 현명한 사람들이며 그들이 교환한 선물은 동방박사들의 선물에 비견할 만큼 귀중하다는 뜻에서 작가가 소설의 제목을 ‘동방박사의 선물’로 정한 것 같다. 

이 소설의 주요 주제는 자기희생적 사랑과 의미심장한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부연 설명하면,

자기희생적 사랑: 사랑은 선물의 실용성이나 가격이 아니라, 그것을 위해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로 드러난다. 두 사람의 상호 희생은 그들의 깊은 사랑을 보여준다.
의미심장한 아이러니: 이 소설의 반전 결말(surprise ending)은 단순한 재치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진정한 가치가 물질적 결과를 넘어선 곳에 있음을 강조한다. 이 아이러니를 통해 부부의 도덕적 가치는 한층 더 높아진다.

담백한 문체, 따뜻한 유머, 그리고 보편적인 메시지 덕분에 이 소설은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을 받고 있다. 
오 헨리는 미국이 자랑하는 단편 소설 작가이다. 오 헨리는 필명이고 그의 본명은 윌리엄 시드니 포터(William Sydney Porter)인데 그는 1862년에 노스 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양친을 여읜 오 헨리는 15세에 학업을 중단하고 숙부의 약방에서 일을 거들다가 텍사스로 가서 목장일을 했다. 그 후 토지 회사 직원, 말단 은행원으로 일하다가 25세부터 글을 신문에 기고하기 시작했다. 32세에 전문적 문필가가 된 그는 주간지를 인수하여 기자와 편집인으로 일하다가 휴스턴 포스트(The Houston Post)에 취직하여 매일 칼럼을 써서 연재하기도 했다. 

그는 은행 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도망 다니다가 36세에 투옥되어 3년3개월간 실형을 살았다.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약국에서 야간 근무를 하고 낮에는 자유 시간을 얻어 어린 딸을 부양할 돈을 벌기 위해 부지런히 글을 써서 잡지에 기고하였다. 감옥에서 나와 뉴욕에 자리 잡은 그는 41세이던 1903년에 뉴욕 월드(The New York World)에 단편 소설을 매주 한 편씩 게재하기로 계약을 맺고 수백편의 작품을 발표하여 명성을 떨쳤다. 그의 작품들은 여러 권의 단편소설집으로 발간되었다. 

오 헨리는 뉴욕의 가난한 서민들의 일상 생활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들의 애환을 소재로 따뜻한 유머가 넘치는 작품을 썼다. 특히 독자의 예상을 깨는 반전 결말이 그의 소설의 매력이다. ‘동방박사의 선물’ 외에 오 헨리의 대표작으로 ‘마지막 잎새(The Last Leaf)’ ‘경찰관과 찬송가(The Cop and the Anthem)’ ‘20년후(After Twenty Years)’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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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times.net/오피니언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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