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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이런 전통 버리자
연단 위의 축사, 이제는 줄일 때다
- 김명규 발행인 (publisher@koreatimes.net)
- Dec 29 2025 04:49 PM
비슷한 내용 지루하기만
이메일의 등장은 우리의 소통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다. 편지는 간편해졌고, 인사 또한 짧고 즉각적으로 전해진다. 성탄절과 연말연시가 되면 주의원, 시의원, 그리고 한민족의 뿌리를 둔 정치인들로부터 가족 사진이나 반려동물 사진이 담긴 인사 카드가 도착한다. 정성은 느껴지지만, 내용은 대개 비슷하다. 이는 마치 대소 한인행사에서 반복되는 정치인들의 인사말을 떠올리게 한다.

6일 토론토한인회관에서 열린 한인회 갈라에서 참석자들이 축사 순서 중 연단 쪽으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진 한국일보
이달 초 토론토에서 열린 한인회 모금 갈라 역시 그런 장면의 연속이었다. 1인당 250달러의 입장료를 낸 약 180명이 모인 이 행사에서, 메인코스 음식이 제공되기 시작한 시각은 오후 8시40분경이었다. 오후 6시 정각 입장한 참석자들은 식사를 받기까지 2시간40분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물론 개인마다 식사 시간은 다르다. 그러나 저녁 시간대에 2시간 이상 공복 상태로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결코 편안할 수는 없다. 더구나 참석자들은 만찬에 앞서 VIP 10명의 연설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두 들어야 했다. 그 사이 공연이 있었다고 차치하더라도, 상당수 참석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또 하나의 문제 제기는 축사자의 구성에 있었다. 김정희 한인회장과 김영재 토론토총영사를 제외하면, 연단에 선 이들은 모두 정치인들이었다.
이날 행사는 선거 유세장이 아니었고, 정치적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연설은 영어로 진행됐다. 과연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한 참석자가 얼마나 되었을지는 또 다른 질문이다.
토론토 한인행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정치인들은 조성준 온타리오주 노인복지장관, 알리 에사시 연방하원의원, 릴리 쳉 시의원, 김연아 상원의원(영상 인사), 스탠 조 온타리오주 관광문화장관 등이다. 이들은 분명 한인사회와 친밀하고, 여러 방식으로 도움을 주는 인사들이다. 여기에 김영재 총영사와 김정희 한인회장이 국경일이나 참전용사 행사 등 주요 행사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갈라에서는 한인 장관들과 올리비아 차우 시장, 아딜 샴지 주의원 등 8명과 김정희 회장, 김 총영사 등 총 10명(총리 메시지 대독 포함)이 연단에 올랐다.
부인과 함께 참석한 조모씨는 “주최 측이 귀빈만큼이나 참석한 한인들과 자녀들, 그리고 비한인 배우자들도 함께했다는 점을 인식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루한 연설과 늦은 만찬으로 짜증이 났다”며 “주최자들은 귀빈도 중요하지만, 돈과 시간을 내서 참석한 한인들의 정성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그는 “사회자가 소개하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드는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제안했다.
정치인들의 연설뿐 아니라, 행사 프로그램 책자에 실리는 축사 역시 재고할 부분이다. 최근 본보가 접촉한 여러 한인들은 “프로그램 안내책자가 정치인 인사말을 퍼레이드처럼 나열하고, 내용은 거의 비슷해 읽히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축사를 많이 실을수록 주최 측의 영향력과 위상이 드러난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다. 차라리 행사 취지와 역사, 임원진, 그리고 무보수로 수고한 봉사자들을 소개하고, 재정을 도운 광고주와 기부자들을 조명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이번 한인회 갈라 프로그램은 총 18페이지 중 앞부분 11페이지가 인사말로 채워졌고, 내용은 대부분 대동소이했다.
만약 축사를 보낸 정치인들이 실질적인 재정 지원이나 후원을 했다면, 그 사실을 명시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면 될 일이다. 정부 보조금이 친분에 영향을 받는 현실이 있다 하더라도, 장관이나 총리 개인이 사비를 내는 것은 아니다. 주권자이자 유권자인 한인사회가 보다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짚어볼 점은 축사 작성의 현실이다. 한인회장이나 총영사의 축사를 요청하는 단체는 한둘이 아니다. 마크 카니 총리의 경우 전국에서 쏟아지는 요청을 감당하기 위해 전담 인력을 두고 있다. 늘 영상 인사를 전하는 김연아 상원의원, 바쁜 일정의 장관들과 총영사들 역시 직접 축사를 쓸 여유가 있을리 없다. 누가 작성했든, 우리는 그 축사를 읽지 않더라도 ‘작성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담긴 행정적 수고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새해에는 연단 위의 축사든, 책자 속의 인사말이든, 그것이 참석자들에게 또 하나의 인내와 지루함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먼저 고민해보는 한인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명규 발행인
www.koreatimes.net/오피니언
김명규 발행인 (publisher@koreatimes.net)

전체 댓글
임윤식 ( kimchiman**@gmail.com )
Dec, 29, 05:13 PM Reply앞으로 한인행사들에서는 내빈들은 그저! “사회자가 소개하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드는 정도" 만 하자는데 공감 합니다. 마이크 손에 쥐었다고! 자기 잘난 척 자랑만 늘어놓는 정치인들은 꼴불견이거든요!
James ( jam**@mapleedu.com )
Dec, 29, 06:52 PM Reply맞아요.
초대되어 시간내 주신 분들 소중히 모셔야 합니다. 인사 시간은 최대 20분내로 하는 것이 좋겠어요.
Danle ( Educationpo**@hotmail.com )
Dec, 29, 07:29 PM Reply정치인들이 많이 참석하는 것은 한인 사회의 위상을 그만큼 높일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인들 행사에는 정치인들이 항상 대거 참석하는데 그냥 자신들만의 스피치로 끝나는게 아니라 참석한 중국인들은 환호와 많은 박수로 연사들은 힘을 얻고 만족해 한다.
한인회 처럼 180명이 아니라 보통 500명 이상씩 참석하고 1000명 이상이 참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게 모이는 중국인들이 각 정치인들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들고 환호하며 열렬한 박수를 중간 중간 쳐 주는데 그들이 어찌 중국 사회에 눈을 돌리지 않을수 있겠는가?음식들도 정말 푸짐하개 잘 나온다. 우리 한인사회에서는 듣기 어려운 얘기지만 중국 커뮤니티에는 정치 후원금을 위한 행사도 여렷 있다. 때문에 중국인 행사때에는 정치인들이나 주류 사회의 인사들이 서로 참석하려고 한다.
그런 행사를 몇번 참가했던 나 역시 능히 그럴만 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한인들은 유명 정치인들이 참석해도 관례적인 박수만 단 한두번 쳐주지 환호 해주는 경우는 수십년 동안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몇년전에 토리 전 토론토 시장이 한인 추석 행사에 참석 했었는데 일부 사람들에만 환영 받았을뿐 대부분이 쳐다보고 웃거나 손만 흔드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어떻게 해서라도 놀이에 참석하고 싶어 하는 듯 했지만 그에게 그런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행사장 둘러보기가 끝나고 이후 초라하게 보좌관 한명과 한인회 이사 그렇게 세명이 아무도 없는 로비에서 걸려있는 현수막등을 보면서 대화를 하고.. 옆에서 보는 내가 민망할 정도였다.
바쁜 일정에도 한인회 행사에 참석해 주었는데 따뜻한 영접은 없었다. 중국인 행사에 갔더라면 항상 그렇듯이 중국인들이 환호 아래 아마 앞으로 걸어갈수 없을 정도로 환영을 받았을 거라고 본다. 이번 갈라에 차우 시장이 참석했다고 하는데 안봐도 어떻게 했을지 눈에 선하다. 수십개의 커뮤니티와 수백개의 단체들이 초청 하고 싶어하는 인물일텐데 두번 다시 참석하고 싶은 생각이 있을까?
그런 경험을 한 정치인들이 한인사회와 중국인 사회를 비교 했을때 어느 쪽으로 마음이 쏠릴까?
어떤 커뮤니티에 지원을 더 해주고 관심을 가져 줄까?
한인회 행사애는 어떻게 해서라도 정치인들을 많이 참석 시켜야 한다. 연설 시간이 길어질 것 같다고 하면 한국인들은 연설을 짧게 하고 외부 인사들에게 양보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식사 시간 시작이 2시간이상 걸렸다고 한다면 그건 분명하게 잘못된 진행이다. 음식도 식고.. 스피치만 끝나면 곧바로 식사를 하고 공연은 식사 후에 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250씩 내고 참석한 사람들 중 일반인은 거의 없을 것이고 식사하러 갈라에 참석한게 아니다. 오히려 그런 자리에서 한인회측에서는 그들과 정치인들과 교류할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본다.
중국인들 행사에 한번 가보길 권한다, 그들이 정치인들이나 유력 인사들에 대해 어떻게 접근 하는지 보면 우리 한인 사회가 얼마나 좁디 좁은 우물안 개구리인지 알수 있을 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