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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문화·스포츠

2026 신춘문예 시 입선

심경미 '파티장에 두고 온 연 하늘빛 자켓'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Jan 14 2026 07:15 AM

한인문인협회 주최, 한국일보 후원


딸아이 성화에 다니기 시작한 커뮤너티 센터,
타이치 배우며 친구 된 린다가
그런 곳 있다 일러주며 그 곳서 만나자 해
이민 후 20 여년 만에 처음 가 본,
금요일 밤 하루만, 열리는 시니어 연회장,

어둠 내린 밤,
빈집 혼자 지키고 있을 그 사람 생각에,
파티장 황급히 떠나오며 두고 온
내 하늘색 자켓,

잊고 살았던 백화점 쇼핑,
눈 길 끄는 세일 가에 샀던,
차가운 가을바람 막아주어
고마웠던 소매 긴 그 옷

초로에 접어든 이국의 삶,
날개 짓 하며 날아 오르는 새 떼처럼,
외로움 고단함 훨훨 날려 버리는
흥겨운 음악 속, 밤새 사람들 춤 이어지고,
행복한 춤 나도 원 없이 출 수 있어
기쁨 넘치던 그곳,

잃어버린 그 하늘빛 옷 찾으러 도
다시 한번 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네.

하나 둘 잃어가는 것 늘어나는 노년,
눈 온 날 새벽,
피곤한 몸 가누며 생업 이으러
그가 집 떠나며 깜빡 잊고
집 어귀 두고 간
파란 종이 가방,

차가운 일터에서 작업복 안, 입겠다던
진 회색 스웨터 담긴 채 남겨진
그 진 파랑 종이 가방처럼,

내 마음 그늘진 한 켠에
오두마니 자리잡고,
가끔 떠오르는,
그 연 파란 자켓

이 긴 추위, 사라지고
화창한 날,
봄꽃 눈부시게 만개한 들판
나들이 하듯 그와 그 파티장 다시 찾으면
찾을 수 있을까?
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하늘 빛 그 자켓

 

심경미.jpg

심경미

경남 진해(현 창원) 출생. 2000년 이민. 마캄 거주. 개인사업체 운영.


당선 소감

당선 소식에 까마득한 과거의 짧은 순간들이 기억됐습니다. 초등학교 운동장 전교 조회 시간, 단상 위에서 교장 선생님께 장원상에 호명되었던 것, 그리고 그전 어느날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이 나눠주신 ‘경찰의 날 기념 글짓기 대회’라 쓰인 종이 위에 글짓기를 했던 것. 그 기억 속 어린 소녀는 자라 50여년의 시간의 흐름 속에 엄마가 되고 아내가 되어, 캐나다 이민자, 자영업자로 나름 열심히 살았습니다. 하지만 마음 깊은 어느 곳에서는 광활한 우주의 미아가 되어 나만의 별을 찾아 헤메었던 것 같습니다. 실패, 좌절 지난 후 새 소망 주신 신과 가능성의 문을 열어주신 심사위원님, 이 순간 떠오르는 얼굴들, 그 고마운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부족하지만 삶의 여정 중에 발견한, 소중한 이야기들을 이웃과 나누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심사평(백복현·홍성철)

백복현.jpg

백복현 심사위원

 

홍성철.jpg

홍성철 심사위원

 

이민사회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두고온 자켓'과 '남편의 스웨터가 담긴 파랑 종이백'이란 자기만의 언어로 암호화할 수 있는 문학적 소양을 가졌다면, 앞으로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으리라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사족을 가지치기하고 다듬는, 소위 기교는 차차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익힐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www.koreatimes.net/문화·스포츠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캐나다 한국일보
  • 리쏘 (Lisso) 안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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