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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서방 배만 불린’ 유럽 재활용 정책
알루미늄 재활용 선순환 추진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an 11 2026 08:59 AM
中 기업들 사재기로 무용지물 되레 中 재활용품 역수입 신세
유럽연합(EU)이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드는 '넷 제로(Net-Zero)' 달성을 위해 구축한 역내 재활용 산업 생태계가 중국 기업들에 의해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놓였다. 유럽 내에서 나온 알루미늄 폐기물을 모아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 했는데, 중국 기업들이 사재기에 나서는 통에 관련 유럽 기업들의 피해만 커지며 흐름이 끊기게 된 것이다.

프랑스 마르세유 인근 레펜느미라보에 위치한 병입공장에서 2024년 5월 코카콜라 알루미늄 캔이 생산라인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레펜느미라보=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중국 기업들이 유럽산 알루미늄 폐기물을 대거 사들여 제련한 뒤 다시 유럽에 수출하면서 EU의 재활용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루미늄은 새로 만들지 않고 고철을 녹여 재활용하면 탄소 배출량을 95%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EU는 알루미늄 폐기물 재활용에 집중했고, 이후 유럽에서 제련업 등 1차 생산 업종은 쇠퇴하고 재활용 산업 규모가 커졌다. 자연스레 넷 제로 달성 가능성도 커졌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탄소 감축 정책의 일환으로 2017년 철강·석탄 등 주요 자원에 대한 '생산량 상한제'를 도입하면서 유럽에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당시 중국은 알루미늄의 경우 연간 4,500만 톤까지만 새로 생산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문제는 중국 내 전기차와 태양광 산업 등의 발전으로 알루미늄 수요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중국 기업들이 규제에 포함되지 않은 '재활용 알루미늄'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에서 고철을 긁어 모으는 데 혈안이 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넷 제로 달성을 위해 열심히 알루미늄 고철을 모으던 유럽은 중국 기업들의 주요 타깃이 됐다.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은 유럽에 몰려가 알루미늄 폐기물을 높은 가격에 싹쓸이했다. 이러다 보니 유럽 기업들 사이에선 정작 재활용할 고철이 없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유럽 알루미늄협회에 따르면 EU 재활용 용광로의 약 15%는 현재 고철 부족으로 가동 중단 상태다. 부족량은 연간 약 200만 톤에 달한다.
이에 따라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오히려 중국이 재활용해 생산한 알루미늄을 역수입해야 하는 실정까지 몰렸다. 유럽 내 최대 알루미늄 업체 노벨리스의 에밀리오 브라기 부사장은 FT에 "고철 수출을 제한하지 않으면 업계는 회복 불가능한 쇠퇴의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계는 EU 차원에서 중국에 대한 고철 수출 제한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은 수입품에 매기는 '탄소세'를 수출품에도 부과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지난해 11월 고철 수출 제한 정책 도입을 언급하기도 했다. 브라기 부사장은 "EU가 고철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유럽은 자체적인 환경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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