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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 스태프에 장갑 건네고, 어려운 액션 매일 연습하시던 분”

김성수 감독이 기억하는 배우 안성기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an 10 2026 08:21 AM

‘베를린 리포트’ 조감독 때 첫 만남 ‘무사’ 中 촬영 땐 불평 한 번 없이 매일 현장 나와 의상·소품 챙겨 장쯔이가 솔선수범에 놀라기도


지난 5일 세상을 떠난 배우 안성기는 생전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로 종종 영화 ‘무사’(2001)를 꼽았다. 20세기 충무로의 톱스타 안성기를 새로운 세기의 영화 관객과 연결시켜준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영화 ‘비트’ ‘서울의 봄’으로 유명한 김성수 감독은 조감독으로 참여했던 영화 ‘베를린 리포트’에서 안성기를 처음 만났고, 둘의 인연은 안성기의 첫 남우조연상(청룡영화상) 수상작인 ‘무사’로 이어졌다. 고인을 추모하는 김 감독의 구술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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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사'(2001) 촬영 현장의 배우 안성기. 싸이더스 제공

 

1991년 ‘베를린 리포트’ 해외 촬영 현장에서 선배님을 처음 뵀던 것이 기억납니다. 선배님이 출연하신 ‘깊고 푸른 밤’(1985)을 보고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던 저는 당시 충무로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었죠. 영화계가 녹록지 않다는 걸 실감하고 있던 때 선배님을 뵙고 나니 영화계에 존경할 만한 분을 만났다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선배님은 최고의 스타이신데도 저희 연출부의 대접을 받지 않으려고 하셨죠. 그런 모습이 너무 신기했어요. 추운 겨울에 촬영을 시작했는데 스태프에게 끼고 계시던 장갑을 건네주기도 하셨죠. 현장 분위기가 무척 거칠었던 시대인데도 나이 어린 스태프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 주시며 격려해 주셨어요. 그게 저희에겐 참 큰 위로가 됐습니다. 나중에 감독이 되면 선배님과 영화를 찍는 게 저희들의 로망이었습니다.

중국에서 모든 장면을 촬영해야 했던 ‘무사’를 준비하며 ‘베를린 리포트’ 현장에서의 선배님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해외 촬영인 데다 스태프도 10명 정도밖에 안 돼서 불편한 점이 많으셨을 텐데 단 한 번도 불평을 하신 적이 없었어요. 진립 역이 평민으로 구성된 주진군의 정신적 지도자이고 극중 무사들을 이끌어 가는 역할이라 선배님 같은 분이 계셔야 어려운 환경에서 더 열심히 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제 부탁에 흔쾌히 ‘우리 한번 가보자’면서 승낙해 주셔서 너무 기뻤습니다. 중국 배우 장쯔이가 촬영 중 선배님을 가리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라는데 저렇게 현장에서 솔선수범하시다니 놀랍다”고 말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촬영 장면이 있든 없든 매일 현장에 나오시고 의상, 소품까지 챙겨 주시니 놀랄 수밖에요.

‘무사’ 촬영 때는 제가 어려운 액션 연기를 부탁드리기도 했습니다. 진립이 뛰어오며 활을 쏘는 장면인데 처음엔 “쉬운 연기가 아니”라면서도 매일 연습하시더니 결국 해내셨죠. 제가 욕심을 부려 사막 계곡에서 뛰어내려 오며 활을 쏘는 연기까지 부탁드렸는데 그것마저도 며칠 뒤에 완벽하게 해내셔서 현장 스태프 모두 박수를 쳤던 것, 기억 나시죠?

영화인은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꾸며서 보여주는 사람들이니 결과물만 잘 만들면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선배님을 뵙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촬영 현장에 선배님처럼 훌륭한 인격체가 계시니 다들 자연스레 본받게 되더군요. “대중이 한국영화를 좋아하게 되고 영화 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도 좋아지고 있으니 내가 좀 더 잘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영화인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이 바뀌도록 기준점이 되어 주신 선배님께 감사드립니다.

선배님은 저희들의 정신적 지주셨습니다. 위대한 배우시기 이전에 위대한 인격체셨죠. 영화계의 수많은 후배가 선배님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선배님처럼 지조와 품격을 지킨 아름다운 분은 앞으로도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선배님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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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감독.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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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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