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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사랑해야지!
권천학 | 시인·K-문화사랑방 대표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Jan 21 2026 09:06 AM

그림: Eemmenegger Kim-Ari 의 'LOVE' / 권천학작가 제공
시담(詩談)
흩날리는 눈보라속을 걸었다. 11시 30분경, 로얄 욕(Royal York) 전철역 앞.
블루어 스트리트(Bloor Street)의 코리아타운에 있는 하나은행에 가는 길이었다.
눈발 사이, 로얄 욕 전철역 조그만 광장 모퉁이에 놓인 쓰레기통을 뒤지는 노숙자를 보았다.
덥수룩한 벙거지에 눈이 쌓이고 있었다.
벌어진 벙거지 안에 언듯 비치는 긴 속눈썹과 빨갛게 변한 콧등, 벙거지 안은 눈 내리는 숲이었다.
두덕두덕 두터운 장갑사이로 내밀어진 손가락. 비둘기 발가락 같았다.
얼마나 추울까!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과 인생을 논하지 말라!'
새파랗게 젊을 때 들었던 말이다.
그때의 나는 가난을 헤치며 살아내는 일이 투쟁이었고, 삶의 철학이었고,
삶의 자세를 제시하는 지침 중의 하나가 되었다.
견뎌냄이 곧 성취였다.
전철을 타고 가는 내내 펼쳐지는 바깥 풍경과 함께 삶의 파노라마가 흐르듯 지나갔다.
조금 전에 쓰레기통을 뒤지던 노숙자를 떠올리며...
가난탈피가 목표이기도 했던 우리 모두의 그 시절!
허기졌고, 모자랐고 모가 나있던 우리들!
그 시절을 지나온 지금,
노숙하지 않아도 되고, 따뜻한 집이 있으니,
비록 멀리 떠나와 살아도우리 모두, 자신에게 감사해야한다.
그리움 또한 축복이려니!
다소 부족하고, 다소 찌그러져 있더라도 천천히 펴면 된다.
적당한 결핍, 적당한 가난은 아름답다!
내가 나를 힘껏 안아주고 싶었다.
눈이 쌓인 나무들, 지붕들... 그리고 하늘이 가득.
험버강의 풍경들 위로 흩날리는 눈보라가 축복이었다.
내가 나를 힘껏 안아주고 싶었다.♣
The article is funded by the Government of Canada through the Local Journalism Initiative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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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