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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구미’ 욕망과 ‘행집욕부’ 현실 사이
젠Z의 ‘자아 줄다리기’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an 25 2026 01:05 PM
컨디션 따라 집중-휴식 오가는 젠Z 번아웃 방지하며 발전 정체는 경계 일기예보처럼 SNS에 마음 상태 공개 변덕 아닌 지혜로운 균형감각일 수도 욕망·현실 줄타기, 세대마다 다른 이름 기성세대에겐 ‘워라밸’ ‘전원생활의 꿈’ Z세대는 더 유연·솔직하게 모드 전환
글을 가르칠 때도 그런 생각을 한다. 행복한 글쓰기가 되어야 하는가, 되고 싶은 글쓰기가 되어야 하는가. 학생들을 보면 두 부류로 나뉜다. “선생님, 저는 그냥 편하게 쓰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과 “저는 정말 잘 쓰고 싶어요”라고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아이들. 전자는 글쓰기로 무언가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후자는 글쓰기를 통해 단순히 즐기고 싶어 한다. 그런데 요즘 제자들을 보면서 새로운 발견을 했다. 이 두 마음이 한 사람 안에서 동시에,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공존한다는 것이다.

이소호 시인이 '행집욕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추구미와 행집욕부, Z세대의 ON/OFF 기술
지난번 만난 한 제자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 아시죠? 제 문학 추구미는 선생님이에요.” 나는 추구미의 뜻을 잘 안다. 추구하고 있는 미로, 본인이 이상으로 삼고 있는 아름다움을 뜻한다. 그 아이는 정말로 열심히 했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자신만의 색깔로 통일하고, 옷 스타일도 바꾸고, 심지어 글쓰기 수업에서도 “제가 추구하는 문체를 찾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다시 같은 제자가 며칠 후에는 전혀 다른 말을 했다. “선생님, 저 요즘 행집욕부 중이라 추구미는 잠시 휴식 중이에요.” 행집욕부는 뭐니? 그러자 제자는 “행복해집시다, 욕심부리지 말고요”라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니, 너무 태연하잖아.
처음엔 단순한 변덕인 줄 알았다. 젊은 애들이 원래 그런 거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다른 제자들도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걸 발견했다. 어떤 제자는 월요일에는 “저 정말 열심히 살고 싶어요”라고 말하다가 목요일에는 “그냥 소소하게 행복하게 살래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자는 학기 초에는 공모전에 도전하겠다며 불타오르다가 중간고사 즈음에는 “마감만 잘 지키면 되죠, 뭐”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바뀐 건가 싶어서 물어봤더니 “선생님, 월요병이랑 목요병이 달라요”라고 했다. 그럴듯하네.
상황에 맞는 마음가짐의 전략적 전환

이소호 시인이 서울 포에트리앤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이들을 더 자세히 관찰해보니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전환에는 나름의 패턴과 논리가 있었다.
컨디션이 좋을 때: 추구미 모드 ON. 뭔가 이루고 싶고, 발전하고 싶고,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가고 싶어 한다. 이때는 정말 적극적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치거나 스트레스받을 때: 행집욕부 모드 ON. 무리하지 않고, 현재 상황에 만족하려 하고, 작은 행복에 집중한다. “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한 제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선생님, 저는 이게 현실적인 것 같아요. 맨날 추구미만 하면 번아웃 오잖아요. 그렇다고 맨날 행집욕부만 하면 발전이 없고요. 그래서 컨디션 보면서 조절하는 거예요.” 정말 놀라운 통찰이었다. 아니, 이 정도로 자기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었다니. 나는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살았는데.
오늘의 나: 맑음 후 흐림
이들의 SNS를 보면 이런 전환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추구미 모드일 때의 포스팅: “느좋”, “새로운 도전!”, 열심히 꾸민 이미지와 함께 동기부여 글귀
행집욕부 모드일 때의 포스팅: “오늘 카페라떼가 맛있었다”, “그냥”, 일상적인 풍경이나 음식 사진과 함께 소소한 감상
재미있는 건 이런 포스팅들이 같은 계정에서, 며칠 간격으로 달리 올라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 다 진심이라는 게 느껴진다. 가식이 아니라 정말로 그 순간의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어떤 제자는 스토리에 “오늘의 추구미” “행집욕부 중”이라고 직접 적어놓기도 했다. 마치 날씨 예보 보듯이 자기 마음 상태를 공지하는 거였다. 그래서 고민해보게 되었다. 오늘의 나는 맑음인지 흐림인지. 어느 쪽을 더 향하고 있는지.
세대를 넘나드는 보편적 고민
사실 이런 고민이 Z세대만의 것은 아니다. 기성세대도 똑같은 줄다리기를 해왔다. 다만 그때는 다른 이름으로 불렸을 뿐이다. 우리 세대에게는 ‘워라밸’이 있었고, 그 전 세대에게는 ‘전원생활의 꿈’이 있었다. 더 이전에는 ‘현실과 이상의 갈등’이라고 불렸다.
시대마다 표현은 달랐지만 본질은 같았다.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 Z세대는 이를 ‘추구미’와 ‘행집욕부’라는 귀여운 말로 포장했을 뿐이다. 그리고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솔직하게 이 전환을 받아들인다. 나를 깨우치게 했던 그 제자가 마지막으로 덧붙인 말이 기억난다. “선생님, 힘들 때 힘들다고 하고, 욕심날 때 욕심난다고 해요. 이게 더 건강한 것 같아요. 솔직하잖아요.” 맞는 말이다. 나는 “난 항상 열심히 살아”라고 폼 잡다가 번아웃 와서 쓰러졌는데, 얘들은 “오늘은 쉬는 날”이라고 당당하게 선언한다. 어쩌면 우리는 세대마다 평생 다른 이름을 붙여가며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자아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Z세대의 이런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그들이 하는 것은 단순한 변덕이 아니라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로운 균형감각이 아닐까. 우리도 그들에게서 배울 게 있을지 모른다. 완벽한 일관성보다는 유연한 적응력이, 고집스러운 신념보다는 상황에 맞는 유연함이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결국 우리 모두는 세대마다 다른 이름으로 같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소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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