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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생존율 95%’

대한민국이 최고인 인류의 심장 이식 역사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Feb 08 2026 04:37 PM

뇌와 함께 특별한 기관인 심장 20세기 초부터 다양한 도전 인공장비의 가장 유력한 후보


심장.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다. 장기라는 게 뭐 하나 없어지면 생명에 지장이 발생하겠지만, 심장과 뇌는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더욱이 심장은 단순히 피를 펌프질하는 기관이라는 인식 외에 다른 가치들도 내포하고 있다. 사랑의 기호인 하트가 바로 심장에서 기원한 것만 봐도 그렇다.

 

6f0374d9-2e3f-4ee5-872d-99d2a5fb640b.jpg삽화=신동준 기자

 

그래서일까? 심장 이식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들이 꽤 있다. 2000년에 나온 '다시 사랑할까요' 라는 영화가 볼만하다. 남자 주인공은 엑스 파일의 멀더 역을 맡았던 데이비드 듀코브니고 여자 주인공은 미니 드라이버라는 배우다. 남자 주인공이 아내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고 그 아내의 심장을 기증하면서 시작된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쓸쓸히 살아가다가 친구들과 방문한 이탈리아의 한 카페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어떤 여자를 알게 되는데, 그때 심장이 쿵쿵거리는 연출이 좋다. 비슷한 한국 드라마도 있다. 손예진, 송승헌 주연의 '여름향기'다.

말만 들어도 느낌이 올 텐데, 심장 이식은 대단히 어려운 수술이다. 언제 처음으로 시도되었을까. 만약 19세기였다면 죽은 사람 심장을 넣어보고 했을 텐데, 다행히 아니다. 그나마 의학이 한계를 깨치고, 더 나아가 통계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시점인 20세기 초에 시작된다.

1905년 미국 시카고대 알렉시스 카렐과 찰스 거스리가 작은 개의 심장을 적출해 보다 큰 개의 경동맥과 경정맥에 이어 보는 실험을 한다. 혈류가 재개된 후 심장이 다시 분당 88회의 속도로 뛰는 걸 확인한다. 2시간 만에 개는 혈전으로 인해 죽고 위치도 생리적이진 않았지만 인류는 가능성을 보게 된다.

시도는 계속됐다. 다만 1933년에도 목에 이식해 주는 것이 최선이었고, 생존기간 또한 평균 4일 정도에 그친다. 무엇보다 수혜자의 혈액순환을 개선할 수 있다는 증거는 찾지 못한다. 1940년대부터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데미코프가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흉곽 내 심장 이식에 성공하고, 최대 32일간 생존한 케이스를 보고한다. 다만 이 데미코프는 비윤리적 수술로 더 유명한데, 숙주 개의 머리를 심장까지 같이 떼서 다른 개에 붙이는 이른바 트윈 헤드 실험이다.

1953년 닥터 넵튠은 심장 단독 이식보다 심장과 폐를 함께 이식하면 술식을 훨씬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낸다. 그뿐 아니라 당시 응급의학계에서 대두되고 있던 저체온법으로 생존율을 높이던 방식 또한 이식에 활용했다. 1957년에는 닥터 하워드가 구연산 칼륨으로 심장을 세척하고 보존하는 방법을 개발한다. 덕분에 심장이라는 장기가 장거리 이동을 해도 죽지 않게 됐다.

1960년대에는 마침내 인공 심폐기가 개발되어 임상에 쓰이기 시작한다. 또 공여 심장을 4℃ 식염수에 보관하는 등 여러 가지 기술의 개선이 생긴다. 또 아자티오프린과 메틸프레드니솔론을 병용 투여하면 면역이 효과적으로 억제되어 이식된 심장에 대한 거부반응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되어 생존 기간을 250일까지 연장시킨다.

이제 됐다. 개가 아닌 사람에게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미 신장 이식은 시행이 되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다. 그러나 신장과 심장은 결정적 차이가 있다. 신장은 두 개지만 심장은 하나다. 산 사람의 심장을 주면 그 사람이 죽는다는 얘기다. 지금은 뇌사 판정이라는 걸 하지만 이때는 뇌사 개념이 없었다. 그래서 윤리적, 법적 논의 끝에 1964년 미시시피 대학교의 하디 교수가 침팬지의 심장을 사람에게 준다. 그러나 환자는 1시간 만에 사망한다. 면역학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었던 시대에 이루어진 수술이라는 것이 놀랍다.

사람 간의 심장 이식이 이루어진 것은 1967년 12월 3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다. 아직 뇌사 판정에 대한 법이 확립되기 전, 그러니까 그레이존에 있을 때 시행된 수술이다. 환자는 수술 후 18일간 생존했다. 너무 짧았지만 살긴 살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성공했다고 봤다. 그 결과, 1968년 한 해에만 102건의 이식술이 시행된다. 그중에서도 브라질의 제르비니 교수가 이끄는 팀이 가장 주도적이었는데, 문제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도 생존 기간의 단위가 주단위라는 데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1970년대가 되면 이식 건수가 급감하게 된다. 그렇지만 연구는 지속되는데, 거부 반응에 대한 평가를 위해 심내막 생검 기술이 개발되고, 또 1980년대에는 사이클로스포린이 나오면서 다시 한번 길이 열리게 된다. 여기에 더해 비침습적 면역학전 모니터링도 가능하게 되면서 21세기에는 사실상 퀀텀 점프를 이루게 된다.

국내 기준으로 보면 1년 생존율은 90~95%, 5년 생존율이 75% 이상, 10년 생존율도 이에 준할 정도로 길어졌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상당히 높은 확률로 인공 장기 중 가장 먼저 개발될 것을 심장이라고 보는데, 언젠가 그날이 되면 더 많은 심장 질환 환자들의 기대 여명이 길어질 것이다.

이낙준 닥터프렌즈 이비인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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