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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주간한국

엄마 손잡고 내 짝 찾기

연프 ‘쫄깃함’보다 현실 ‘씁쓸함’이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Feb 08 2026 04:40 PM

SBS·넷플릭스 ‘합숙 맞선’ ‘엄마의 개입’ 전제로 한 연애 예능 감정·현실 충돌 ‘사회실험’ 평가도 연애 예능의 홍수 속 차별화 전략 한국에선 인기, 해외선 관심 저조 “애는 언제” “빚은 없나” 이해타산 속 ‘사랑·결혼’ 의미 있는 대화 안 보여 학력·직업에 어머니 반응 부각 편집 엄마 캐릭터 부정적 프레임 우려도


모태솔로, 헤어진 연인, 옛 불량배들의 사랑 찾기에 이어 이번에는 부모 동반 연애 예능 프로그램(연프)이 등장했다. 1일부터 방영 중인 SBS ‘자식 방생 프로젝트-합숙 맞선’에서 미혼 남녀 10명은 각자의 어머니와 함께 5박 6일 합숙하며 결혼 상대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는 단순 관찰자 역할을 넘어 데이트 상대를 골라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녀의 연애에 개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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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 프로그램 '자식 방생 프로젝트-합숙 맞선' 포스터. SBS 제공

 

출연자 마음이 어떤 이성을 향하는지와 세대 간 가치관이 충돌하는 장면을 비등한 비중으로 보여주는 탓에 ‘사회 실험’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배정훈 PD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고 넷플릭스 ‘솔로지옥’의 김나현 김민형 PD가 연출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엄마 손잡고 나간 연프에서 ‘진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20대부터 부모 세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문화부 기자들이 ‘합숙 맞선’ 1~4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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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합숙 맞선'에서 어머니를 동반한 남녀 출연자들이 처음 대면하고 있다. SBS 제공

 

김보현 인턴기자(김): 다 큰 성인 남녀가 부모 손을 붙잡고 나와 결혼 상대를 찾다니, 2026년에 방영하는 프로그램 맞나. 남성 출연자 어머니가 여성 출연자에게 ‘애는 언제쯤 낳을 건가’ ‘집에 빚은 없나’ ‘고부 갈등이 생길 경우 어떻게 대처할 건가’ 등을 물을 땐 2000년대 가족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아무리 결혼은 현실이라지만 이런 게 진짜 결혼이라면 하고 싶지 않아졌다.

이훈성 기자(이): 기발하지만 그다지 쫄깃하지 않다. 가족과 결혼이라는 제도적 가두리를 쳐놓고 시작한 터라 ‘야생성’은 얼마간 포기하는 대신 연애 감정과 제도의 충돌이 빚는 ‘사회적 긴장감’을 새롭게 선사하려 했을 텐데, 제작 의도를 충분히 살리고 있는지 의문이다. 남은 방송분에서 밋밋함을 일거에 뒤집을 반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강유빈 기자(강): 공감한다. 확실히 설렘이 안 느껴진다. 보통 연프를 볼 땐 내 연애에 대입해 공감하거나, 몽글몽글한 감정을 함께 느끼며 대리만족하는 맛이 컸는데 이 프로그램은 결이 다르다. ‘환승연애’ ‘하트시그널’보다 ‘나는 솔로’ ‘미운 우리 새끼’에 가깝달까. 부모와 자녀 출연자들이 ‘욕먹을 용기’를 내준 덕에 예능적 재미는 있었지만, 출연자만 바꿔 비슷한 갈등 구조를 반복한다면 갈수록 신선함과 흥미가 반감될 것 같다.

김: 부모 동반이 ‘가족 관계’와 ‘결혼’에 대한 의미 있는 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 했다. 오히려 기존 담론을 확대 재생산하는 기능에 그친 것 같다. “너 예쁜 여자 좋아하잖아” “저 남자 서울대 출신이라 마음에 들어” 같은 말이 어떤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 수 있을까. 만약 내가 출연자고, 상대가 어머니와 나눈 대화를 방송으로 접한다면 호감도가 떨어졌을 것 같다.

이: 의도에 부합하는지와 별개로, 연프의 홍수 속 영리한 차별화 전략이었다고 본다. 연애 감정에 결혼과 부모 의중이라는 현실적 변수를 보태 한층 고차원적인 연프를 추구했다. 지상파 프로그램답게 시청자층을 넓히려는 의도도 작용했을 거다. 젊은 남녀의 열정적 밀당에 위화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가족이라는 보편적 요소가 시청 부담을 덜어줄 테니까.

강: 가족끼리 시청하며 결혼에 대한 생각을 자연스럽게 나눠볼 수 있다는 건 순기능이 될 수 있겠다. 넷플릭스로도 공개 중인데 국내에서 시리즈 톱10에 진입한 것과 달리 해외 시청자 관심은 저조한 편이다. 자녀를 잘 결혼시키는 것도 부모의 과업이고, 결혼은 개인보다 가족의 결합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는 한국 사회에서만 먹히는 기획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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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합숙 맞선'에서 자기소개 이후 여성 출연자 어머니의 선택이 변호사인 남성 출연자에게 몰린 장면. SBS 제공

 

 

이: 제작진 스스로 ‘결혼 전제 연애’라는 제약을 두면서 이 프로는 상징적으로든 실질적으로든 일종의 ‘사회 실험’ 성격을 띠게 됐다. 제작자 입장에서 이런 요소는 양날의 검이다. 예측 가능한 현실적 이해타산이 연프의 매력인 감정의 다이내믹을 지나치게 억누르면 보는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

강: 요즘 ‘연프’는 제작진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게, 최대한 리얼한 ‘썸’의 순간을 포착하는 연출이 대세인 것 같은데 이 프로그램은 정반대다. 어머니에게 역할을 부여해 콘셉트를 살려야 하다 보니 제작진이 적극적으로 게임도 진행하고 현장을 통제하게 된다. 연프의 핵심 목표는 ‘현실 커플 탄생’인데 이런 환경에서는 출연진도 몰입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이: 사회 실험적 요소가 연프의 고유한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얼마간 현실화한 것 같기도 하다. 첫인상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한 출연자가 자기소개로 이력이 밝혀지자 급속히 주목받는데, 그 반전 요인이 학력, 직업, 나이이고 특히 어머니들이 민감하게 반응했음을 부각시키는 편집이 다소 뻔한 느낌을 줬다. 무엇보다 자기소개를 기점으로 러브라인이 홍해 갈라지듯 확연해지면서 긴장도가 떨어졌다.

강: 자기소개 후 조건에 따라 러브라인이 요동치는 건 국내 연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하지만 이를 어머니라는 스피커를 통해 한층 노골화하는 연출이 우리 사회에서 ‘엄마’에게 덧씌워지는 부정적 프레임을 강화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예능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ㅇㅇ맘’은 늘 극성맞고, 자기 자식만 알고 속물적인 인물로 그려지지 않나. 미디어가 엄마 캐릭터를 소비하는 방식을 돌아볼 필요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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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합숙 맞선' 패널인 서장훈(왼쪽부터), 이요원, 김요한. SBS 제공

 

김: 패널의 조합은 좋았다. 방송인 서장훈은 출연자의 비상식적인 발언이나 행동에 일침을 가하는 역할, 배우 이요원은 어머니 심정을 대변하는 역할, 가수 김요한은 반듯한 이미지의 청년으로 프로그램을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대 여성 시청자 입장에서 ‘남자 보는 눈은 어릴 때부터 세뇌시켜야 한다’는 등 구시대적 사고에 적극 호응하는 이요원 반응이 불편할 때도 있었다. 

강: ‘합숙 맞선’은 한 출연자의 사생활 의혹이 불거지며 ‘흑백요리사2’ 임성근 셰프 사태와 함께 출연자 검증 논란에도 불을 붙였다. 제작진은 일단 사과하고 남은 회차에서 해당 출연자의 분량을 전면 삭제했는데, 이후 시청률이 살짝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통편집으로 해당 출연자와 러브라인을 이뤘던 출연자까지 잘려 나가다 보니 확실히 흐름이 매끄럽지 않아졌다.

이: 제작진 입장에서는 불가항력의 불운이다. 신원 조회는 공권력의 영역이라 출연자 검증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건 부정 못 할 사실일 거다. 방송사가 잠재적 검열관인 시청자를 통제하거나 선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출연자에 대한) 검증 불가능성과 (시청자의) 검증 가능성을 이중 리스크로 안고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방송 출연을 ‘위험을 무릅쓰고 베팅해볼 만한 기회’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 한 안타깝게도 이런 일은 계속될 것 같다. 

강유빈·이훈성 기자, 김보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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