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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주간한국

당당한 ‘신데렐라’

“내게 딱 맞는 역할”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Feb 16 2026 11:01 AM

‘브리저튼 4’ 하예린 손숙 외손녀···주인공 소피 백 역할 다양성 반영·능동적 캐릭터 주목


19세기 리젠시 시대(1811~1820) 영국 사교계에서 명망 높은 브리저튼 가문의 차남 베네딕트(루크 톰슨)는 결혼에 무관심한 자유로운 영혼이다.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참석한 가면무도회에서 ‘은빛 드레스의 여인’에게 강렬한 끌림을 느끼지만, 여인은 장갑 한 짝만 남긴 채 자리를 떠버린다. 그날 이후 꼭꼭 숨어버린 그녀는 사실 하녀로 살고 있는 귀족가의 사생아 소피 백(하예린). 둘은 신분 차이를 넘어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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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 시즌4의 여주인공 소피(하예린)가 가면무도회에서 처음 만난 베네딕트 브리저튼(루크 톰슨)과 대화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신데렐라 스토리’를 재해석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브리저튼’ 시즌4가 글로벌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당당한 성격의 여주인공을 맡아 입체적인 연기를 보여준 한국계 배우 하예린(28)에게 할리우드의 스포트라이트가 특히 집중되는 분위기다.

9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투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공개된 브리저튼4는 첫 주 전 세계에서 3,970만 시청 수를 기록하며 시리즈 부문 1위로 직행했다. 넷플릭스의 메가 히트 시리즈답게 플릭스패트롤 집계 기준 일간으로도 공개 이후 전날까지 정상 자리를 한 번도 내놓지 않았다. 브리저튼가(家) 8남매의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시리즈의 새 시즌에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는 단연 여주인공인 하예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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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브리저튼4'에서 소피(하예린)는 복잡한 가정사로 인해 하녀로 살아간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손숙과 김성옥의 외손녀인 하예린은 호주 시드니에서 태어났다. 한국에서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국내 예술고등학교를 나왔지만, 마음을 고치고 호주로 돌아가 국립극예술원(NIDA)에 진학했다. 이후 오디션을 통해 미국 공상과학(SF) 드라마 ‘헤일로’에 출연하며 차츰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 인터뷰에서 그는 “할머니(손숙)의 연극 공연에서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감동받고,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모습을 보며 예술의 힘을 실감했다. 그때 ‘이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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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브리저튼'의 샬럿 왕비. 넷플릭스 제공

 

 

브리저튼 시리즈는 서양 귀족 사회라는 보수적인 배경 안에 다양성과 포용성을 녹여내는 것을 정체성으로 삼아 왔다. 조지 3세의 부인 샬럿 왕비 역에 흑인 배우를 캐스팅하고, 원작 소설에서 백인 캐릭터였던 시즌2 여주인공을 인도 혈통으로 설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소피 캐릭터도 마찬가지. 제작진은 원작에서 베켓(Beckett)이던 소피의 성을 한국식인 백(Baek)으로 바꿨고, 동아시아 여성 캐릭터를 지나치게 순종적으로 묘사하거나 과도하게 성적 대상화하지 않으려 각별히 주의했다고 한다. 하예린은 “어떤 틀에 내가 맞춰야 하는 게 아닌, 내게 딱 맞는 역할로 느껴져 정말 좋았다”고 넷플릭스 인터뷰에 밝혔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서사를 따라가지만, 소피는 앉아서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수동적이고 가녀린 여성상과 거리가 멀다. 혼자서 몇 명분의 일을 거뜬히 해낼 정도로 능력 있고 똑똑한 데다, 시종 당당하고 꾸밈 없는 태도를 견지한다. 하예린도 “소피는 타인을 위해 자신을 바꾸지 않고, 품위와 친절함으로 역경을 헤쳐나간다”며 “그 확고한 도덕적 나침반에 가장 끌렸다”고 했다. 동시에 내면으로는 불우한 가정사에서 비롯된 소외감 등으로 자기 수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캐릭터다. 미 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하예린은 “서구 국가에서 아시아 가정에 살다 보면, 인정받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남보다 두 배의 에너지를 쏟아야 할 때가 있다”며 “스스로 부족하다 느끼는 소피가 안쓰러우면서도 공감됐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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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브리저튼4'에서 소피와 베네딕트가 같이 연 날리기를 하는 모습. 넷플릭스 제공

 

베네딕트와 소피는 부딪히고, 눈물 흘리고, 서로의 벽을 허물며 사랑의 감정을 키워간다. “전반부보다 더 큰 감정의 소용돌이가 펼쳐질 것”이라고 하예린은 귀띔했다. 브리저튼4의 남은 이야기를 담은 파트2는 오는 26일 공개된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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