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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AI 탑재 무기, K방산의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
AI 전장과 새로운 전쟁 윤리 규범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Feb 16 2026 11:02 AM
우크라전에서 확인된 AI 무기 AI·핵무기 넥서스에 대한 우려 한국 외교, 규범 논의 주도해야
현대 전쟁에서 인공지능(AI)의 역할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드론이 촬영한 영상은 AI에 의해 자동 분석되고, 위성 데이터와 결합되어 타격 좌표로 변환된다. 2024년 이스라엘 군의 가자지구 폭격도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공격 가능 표적을 추천하는 AI 체계가 운영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표적 식별과 위협 분류, 공격 우선순위 결정에서 인간 대신 AI가 판단을 주도한다. AI는 이제 전장에서 인간을 보조하는 수단을 넘어,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 시점을 결정하는 전장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기되는 질문이 있다. AI는 전쟁을 좀 더 윤리적으로 만들 것인가? 전쟁에서 윤리를 따지는 것이 언뜻 불합리한 것으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지난 수천 년간 인류는 정의로운 전쟁에 관한 사상, 이른바 전쟁의 정당한 개시와 정당한 수행 방법에 대한 사상을 발전시켜 왔다. 이에 따르면, 정당한 권위를 가진 주체가 정당한 명분과 의도로 개시한 전쟁만이 정의롭다고 일컬어진다. 또한 전쟁 수행 중에는 전투원에 대해서만 폭력을 사용하고, 전쟁의 목적과 무관하게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폭력을 자제하는 전쟁만이 정의롭다.
그렇다면 AI 무기는 이러한 정의로운 전쟁의 기준을 잘 준수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 AI 무기가 인간보다 ‘윤리적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일부 견해가 있다. AI는 인간과 달리 공포나 보복 심리 같은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고해상도 센서와 다중 데이터 교차 검증을 통해 더욱 정확하게 표적을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는 또한 실시간 위험 예측을 통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 등을 통해 확인됐듯, AI 무기의 책임성과 통제 가능성에 대한 인류의 오래된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AI·핵무기 넥서스가 현실화될 경우에 대한 우려가 그렇다. 핵 지휘·통제와 조기경보 체계가 AI 분석과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인간의 의도와 무관하게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정의로운 전쟁 사상의 가장 중요한 전제인 ‘도덕적 행위자로서의 인간’은 사라진다. 인류가 어렵사리 지켜온 정의로운 전쟁 사상과 이를 근거로 발전해 온 전시 국제법이 송두리째 와해될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셈이다.
이렇듯 AI 전장의 시대는 국제 규범의 차원에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자아낸다. 이러한 상황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외교 전략의 필요성을 대두시킨다. 이에 대응해 우선, 우리 외교 당국은 핵 지휘·통제와 전략무기 운용에서 ‘의미 있는 인간 통제’를 의무화하는 국제 규범을 창출하는 데 이니셔티브를 쥘 필요가 있다. AI에 의한 자동 개전과 자동 보복을 금지하고, 개전의 최종 단계에 인간의 판단을 개입시키는 방안에 대한 국제적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데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전쟁 개시와 수행의 알고리즘을 법과 윤리의 대상으로 삼는 국제적 인식을 제고하는 데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한편, 새로운 규범 외교 전략은 최근 급부상한 K방산의 실리를 얻는 데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적절한 통제 기제가 가동되는 AI를 탑재한 무기가 ‘윤리적 무기’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이러한 규범을 내장한 무기 체계의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AI 탑재 무기의 개발 단계에서부터 △국제인도법 준수 △민간인 피해 위험 자동 경고 △인간 승인 의무 설정 등을 표준 설계 요소로 채택하고 이를 방산 수출 기준에 포함한다면, K방산은 성능 경쟁을 넘어 윤리와 규범을 탑재한 무기 체계 모델로 새롭게 자리매김될 수 있다.
AI 전장의 시대는 군사 기술 경쟁의 시대이자 규범 경쟁의 시대다. 전쟁의 기술이 아니라 전쟁의 규범을 말하는 국가, 윤리적 AI 무기와 국제적 전쟁 규범을 제안하는 국가, 이러한 평판을 얻는 것이 한국이 추구할 새로운 규범 외교의 전략이다. 이는 또 한국 외교에는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다.

박성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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