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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넘어선 보편적 감동”
이야기의 힘 보여줬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Feb 14 2026 02:58 PM
돈줄 막힌 북한, 국제 지원 얻어내려 군인 동원 가짜 찬양단 만들어 훈련 관객들 “웃다가 엔딩에서 눈물 터져” 역주행 속 개봉 37일째 100만 돌파 ‘은혜’ ‘광야’ 등 음악도 흥행에 한몫 “불황인 한국 영화계 적잖은 메시지”
최근 한국 영화계 가장 큰 화젯거리 중 하나는 단연 ‘신의 악단’의 깜짝 흥행이다. 누구도 흥행을 예측하지 못했던 이 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 불과 재’와 한국영화 ‘만약에 우리’를 제치고 역주행하며 박스오피스 1위까지 올랐다. 개봉 37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기도 했다. 기독교 소재에 북한이 배경인 저예산 영화인 데다 주연 배우가 최근 스캔들에 휘말리는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이 영화가 영화계 불황의 ‘이변’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

영화 '신의 악단'. CJ CGV 제공
8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개봉한 ‘신의 악단’은 7일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하루 관객 3만 명대로 1위에 오른 ‘왕과 사는 남자’(32만7,000여 명)와 격차가 크긴 하지만 같은 날 개봉한 ‘만약에 우리’는 물론 지난 4일 개봉한 신작 영화들을 따돌리며 역주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까지 누적 관객 수는 106만여 명이다. 10억 원가량의 제작비로 거둔 결과여서 대작 영화의 1,000만 돌파 못지않은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개봉 초만 해도 ‘신의 악단’은 영화 배급 업계에서도 관심 밖이었다. 기독교 소재로 타깃 관객층이 좁은 데다 북한을 배경으로 하는 음악 영화라는 점, 사생활 논란으로 뉴스에 오르내린 배우 박시후가 주연으로 나온다는 점 등 어느 하나 흥행 요인으로 내세울 만한 게 없었다.

영화 '신의 악단'. CJ CGV 제공
영화는 대북 제재로 돈줄이 막힌 북한 당국이 국제 기독교 단체가 2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며 내건 조건에 따라 가짜 찬양단을 만들어 부흥회를 준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4년 북한 지하교회의 실상을 다룬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을 제작한 정유동 영화사 김치 대표가 낸 아이디어를 토대로 영화 ‘7번방의 선물’을 쓴 고(故) 김황성 작가가 시나리오 초안을 썼고 김형협 감독이 연출했다. 실제 사건에서 시작했지만 대부분은 픽션이다. 세트 제작 등 비용 절감을 위해 모두 몽골에서 촬영했다.
박스오피스 5위로 시작한 영화가 1위까지 오를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특정 종교를 넘어선 보편적 주제가 꼽힌다. 배급사 CJ CGV의 황재현 전략지원담당은 “종교적 메시지를 강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이 흥행을 이끌지 않았나 싶다”고 분석했다. 김형협 감독 또한 8일 본보와 전화 통화에서 “애초부터 종교영화로 기획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구한다는 의미에 초점을 맞추면 종교를 떠나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며 “초반은 코믹하게 흘러가다 엔딩에서 생각지 못했던 눈물이 터진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기독교인을 잡아 들이던 북한 보위부 장교가 가짜 찬양단에서 노래하고, 지하 교인이 가짜 신도인 척 연기하는 등 아이러니한 상황이 웃음과 긴장을 동시에 선사한다. 특히 희생을 통해 타인을 살리는 휴머니즘이 종교영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관객까지 포용했다. 김 감독은 “기독교 관련 설정이 거부감을 줄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인간에 대한 사랑의 모습이라는 보편적인 메시지가 있다면 정면 돌파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신의 악단'을 연출한 김형협 감독. CJ CGV 제공
음악이 주는 힘도 무시할 수 없다. 영화에는 찬송가 외에도 현대기독교음악(CCM)인 ‘은혜’ ‘광야’ 등이 나오고 임영웅의 리메이크로 유명해진 이문세의 ‘사랑은 늘 도망가’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 감독은 “유명한 CCM이 나오는데 종교적이지만 현대적인 곡들이라 거부감 없이 다가간 듯하다”고 했다.
종교를 넘어선 이야기지만 기독교계의 입소문과 단체 및 반복 관람도 흥행의 기초가 됐다. 실제로 ‘신의 악단’이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단 하루도 1일 일요일이었다. 영화 속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싱어롱 상영회’도 매번 매진에 가까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영화계는 ‘신의 악단’ 같은 저예산 영화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한 중견 영화 제작자는 “‘신의 악단’의 흥행은 기독교계가 움직인 결과라고 해도 불황에 허덕이는 한국 영화계에 적잖은 메시지를 준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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