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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주간한국

멍 때리고, 입맛 다시고, 옷 만지작

우리 아이 ‘조용한 발작’ 의심하세요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Feb 14 2026 03:04 PM

뇌전증, 전신경련 아닌 증상 많아 갑자기 멈추고 멍하게 있다거나 의미없는 행동 반복 ‘자동증’ 등 소아에게선 ‘부분·소발작’ 흔해 동영상 기록 등 진단에 도움돼 환자 70% 약물 복용으로 충분 꾸준한 관리로 일상생활 가능


“○○야!” 아무리 불러도 아이는 대답이 없다. 밥을 먹다가 숟가락을 멈추고 멍하니 허공만 응시한다. 눈은 깜빡이지 않고, 입술은 살짝 벌어진 채 굳어 있다. 10초, 20초 시간이 흐른 뒤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밥을 먹는다. 이럴 때 부모는 아이가 단순히 딴청을 피우거나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런 행동이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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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be Stock

 

흔히 전신 경련을 하는 병으로 알고 있는 뇌전증의 또 다른 얼굴(소발작)일 수 있어서다. 소발작은 전신 경련처럼 극적인 모습이 나타나지 않아, 보호자나 교사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세계 뇌전증의 날’(매년 2월 둘째 주 월요일·올해는 9일)을 맞아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신경계 질환으로 꼽히는 뇌전증에 대해 알아봤다.

 

쓰러지는 것만이 발작 아냐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의 일시적이고 불규칙한 이상 흥분으로 인해 반복적인 발작이 나타나는 만성 질환이다. 흔히 떠올리는 전신 경련(대발작)은 뇌 전체에 전기적 이상이 발생할 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은 부분 발작이나 소아에게 흔한 소발작이다. 증상이 미묘해 놓치기 쉬워서다. 갑자기 하던 행동을 멈추고 멍하게 있거나, 입맛을 쩝쩝 다시고, 옷을 만지작거리는 등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자동증’이 대표적이다. 한쪽 팔다리만 살짝 떨리거나, 갑작스러운 공포감, 이상한 냄새나 환청을 느끼는 경우도 발작의 일종일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반복적으로 멍하게 있거나, 갑자기 말이 끊기고, 활동 중 ‘정지 화면’처럼 멈추는 모습이 자주 관찰된다면 반드시 병원에 들러야 한다. 변정익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 발작은 반드시 눈에 띄는 경련을 동반하지 않는다”며 “특별한 원인 없이 멍한 상태나 이상 감각 등 신경계 증상이 반복된다면 전문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기에 발병률이 높지만, 최근 들어선 고령화에 따른 뇌졸중, 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의 후유증으로 뇌전증을 앓는 노년층 환자도 늘고 있다. 최윤호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은 여전히 불치병이나 정신질환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며 “숨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관리로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한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보호자 관찰이 진단 핵심

뇌전증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병력 청취다. 의료진이 발작 순간을 직접 목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환자는 발작 당시 기억이 끊기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보호자나 주변인의 관찰이 진단의 핵심 단서가 된다. 보호자가 발작 양상(떨림 부위·지속 시간 등)을 상세히 기록하거나 동영상으로 촬영해 두면 정확한 진단과 약물 선택에 큰 도움이 된다.

진단을 위해 뇌파검사(EEG)와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이 시행된다. 뇌파검사는 뇌의 전기적 활동을 측정해 발작파가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이며, MRI는 뇌 구조적 이상이나 병변 유무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발작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환자의 경우 24시간 비디오 뇌파검사를 시행해 실제 발작과 뇌파 변화를 동시에 관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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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be Stock

 

 

70%는 약물로 일상 가능

사회적 편견과 달리, 뇌전증은 치료 예후가 비교적 긍정적이다. 주된 치료법은 항뇌전증 약물치료다. 전체 환자의 약 70%는 꾸준한 약물 복용만으로도 발작 없이 학업과 직장 생활, 결혼 등 평범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 일정 기간 발작이 재발하지 않으면 약을 줄이거나 중단을 고려하기도 한다.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약 30%의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도 수술적 치료를 통해 희망을 찾을 수 있다. 발작이 시작되는 뇌 병소를 찾아 제거하거나, 미주신경자극술·뇌심부자극술 등 신경자극치료, 케톤 생성 식이요법 등을 병행해 발작 빈도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선아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 환자의 경우 부모가 걱정되는 마음에 임의로 약을 줄이거나 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며 “매일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며, 아이의 질환을 학교와 주변에 알리고 대처 방안을 공유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뇌전증 약은 일정 혈중 농도를 유지해야 발작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복용을 불규칙하게 하면 발작이 악화할 수 있다.

뇌전증 관리의 또 다른 축은 생활 습관이다. 불규칙한 수면과 과도한 음주, 스트레스는 발작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방아쇠가 될 수 있다. 특히 수면 부족은 뇌전증 환자에게 가장 흔한 유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수면 시간이 줄어들거나 밤샘을 반복하면 뇌 신경세포의 흥분성이 증가해 발작 위험이 커진다.

최윤호 교수는 “뇌전증은 신경세포의 일시적 이상 흥분으로 발생하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이라며 “증상이 의심될 때 숨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뇌전증 환자수는 15만747명(2022년 기준)이나, 실제 규모는 36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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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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