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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생활과 시작활동(詩作活動)
박형규(시인·토론토)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Feb 13 2026 01:00 PM
인간이 이 세상을 살면서 늘 지향하고 추구하며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삼대목표는 진(眞), 선(善), 미(美)라고 할 수 있는데 진(眞)은 과학이 추구하는 최고의 목표이고, 선(善)이 종교가 추구하는 최고의 도달점이라면, 미(美)는 예술(藝術)이 추구하고 도달하고자 하는 최고의 단계라 하겠다.
이 중에서 예술(藝術)은 크게 문학, 음악, 미술, 무용, 연극, 건축과 이 여섯 분야들을 부분별 종합한 영화로 나눠진다. 그 중 문학(文學) 은 시, 소설, 수필, 희곡, 평론으로 세분되는 언어예술(言語藝術)에 속한다.
나는 1994년 ‘가을 야구장’으로 캐나다 한인 문협 주최 신춘문예 시부문에 가작입선하여 문협회원이 된 후 캐나다와 한국을 오가며 다양한 시창작 합평회, 시낭송회, 회원 합작문집 ‘캐나다 문학’의 편집작업 및 소작품집인 ‘오대호 언어(박형규, 김한성, 박민규 시인 편집)’ 발간 등에 이어 두 권의 동인시집인 ‘살아온 날들이 굳은 살로 박혔어도(변창섭, 홍정희, 조혜미, 유정자, 현테리(테레사 현), 김영제, 박성민, 박형규, 김한성 공저)’와 ‘겨울바람이 말했지(이금실, 박성민, 박형규, 박영희, 김수영, 김한성, 김성만, 박민규 공저)’를 발간하였다.
그 과정에서 캐나다 문협이 1977년 1월15일 한인 식당 코리아하우스에서 8명(검돌(玄石) 이석현 회장, 김영매 부회장, 설종성 사무장=총무, 장석환 재무, 권순창, 문인귀, 김창길, 김인)의 회원들이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검돌 선생님이 기초한 ‘문협강령’ 채택과 최초 합작시집 간행을 결정하는 등의 초기 캐나다 문협의 일련의 역사를 기록 정리한 문협 1-5호 합작집을 시내 ‘종교서관’과 1-3대 문협회장을 역임하신 검돌 선생님으로부터 고언(苦言)과 질책을 들어가면서 수집하여 현재까지 총 13권의 합작집(새울-창간호, 이민문학-2집, 이민도시-3집, 이민문학-4,5,6,7집, 캐나다문학-8,9,10,11,12,13집)을 보관하고 있다.
나는 2002년 가을부터 2008년 봄까지 한국에 체류하면서 지인들의 사무실에서 번역, 편집 등의 출판작업과 제반 협회 및 동문회 등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시인들을 직접 대면할 수 있게 되었다.
경주 출신으로 박목월 선생님의 추천으로 제 20회‘학원문학상’ 수상과 1991년 '문학세계'를 통해 시단에 진출한 후 1998년 경 캐나다로 이주한 이정순 시인의 소개로 나는 1999년 8월말 계간지 ‘믿음의 문학’ 신인상(최은하. 박이도, 이탄 시인 심사)에 졸시 8편(촛불/구름/ 엉겅퀴/파업중/다발꽃/울타리/모닥불/시장터)이 당선되어 한국 혜화동 소재 한 회관에서 거행하는 ‘보리수 시낭송회’에 여러차례 참석하여 황금찬, 최은하, 마경덕, 문창길, 랑승만 등의 시인들과 친교를 나누기도 하였다.

언스플래쉬
캐나다 문협 형성기와 성장기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1977년 5월 15일 발간된 캐나다 문협 창간호 ‘새울’ 42면 김영매 시인 ‘近況(1)’
“잠을 자면서 자고 싶다고 한다/...눈물이 있으면서 울고 싶다고 한다/...글을 쓰면서 쓰고 싶다고 한다/...살아가고 있으면서 아! 살고 싶다고 한다.//”
‘새울’ 92면 문인귀 시인 ‘造花’
“바닥 없이도/웃음 웃을 줄 알지야//향기 없이도/ 뽐낼 줄 알지야//시들지 몰라/설움도 모르지야//아침이거나 저녁이거나/멀거니 사는 의미는/사는 의미는-//”
1979년 7월15일 발간된 제2 합작집 ‘이민문학’ 150면 문인귀 시인 ‘움’
“햇발로/쏘아대는 눈총에/그만 터뜨리는/아픔같은 희열이여,//찢어지는 매듭마다/돋아 오르는/영글 꿈이여!//”
1980년 12월 28일 발간된 제 3 합작집 ‘이민도시’ 5면 조정대 시인의 ‘우리가 산을 그리워함은’
“우리가 산을 그리워함은/산이 저기 없어서가 아니라,/마음 속 휑 하니 빈 자리에/미더운 산등성이 하나 앉히고 싶어서다/...별반 잔 재미 없어/북미대륙의 생활 같이 생긴/끝 없는 광야에서/한 개의 점으로 버티기보다,... //우리가 산을 그리워함은/산다운 산이 없어서가 아니라,/마음 속 휑하니 뚫린 자리에/반석 같은 마음의 산등성이 하나 앉히고 싶어서다.//”
1982년 4월 발간된 제4 합작집 ‘이민문학’ 26면 변은숙 시인의 ‘바람’
“거리를 구르는 바람 되어라./둥지를 떠난 지 몇 해/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휘청이는 건물을 건너 뛰어라./어디서 주웠고 또 어느 곳에 흘려버린/숱한 모롱이의 기억들,/...손목이 시리도록 붙잡고 가는 건/때묻고 구겨진 생활서식./허공에 허허 웃음을 날리며/오늘은 불쑥 바다로 간다.//”
1989년 10월20일 발간된 제5 합작집 ‘이민문학’ 69면 반병섭 시인의 ‘럭키 산정에서’
“북미의 지붕/럭키산정에 오르니//만년설 영봉(靈峯)들이/발아래 연좌(連坐)했네//평생에/ 이런 때 있어/나도 신선(神仙) 되는 것을.//오를 데 더 없으니/하늘 아래 첫 뫼이고//그 위에 내가 서니/땅위의 정상일세//바람과/구름외에는/탐할 것이 없어라.//”
1992년 7월 발간된 제 6 합작집 ‘이민문학’ 47면 박성민 시인의 ‘꿈’
“이제 남은 건/꿈뿐이다.//떠나올 때/가지고 온 짐이란/꿈뿐이었지만//이미 오래 전/성공하여 돌아가리라던/꿈 깨져 버린/그 후에도/남은 건/꿈뿐이다.//...오버타임을 끝마치고/돌아오는 서브웨이 안/뭇 인종들 틈에서/졸고 있지만/ 꿈을 꾼다.//어두운 터널을 지나/가야할 그 곳/계단을 오르며/보아야 할 파아란 하늘을 꿈꾼다.//”
1995년 9월27일 발행한 제 7 합작집 ‘이민문학’ 32면 박민규 시인의 ‘錯覺’
“사진 속 나는 늘 그대로인데,/거울 속 나는 늘 변하는 모습이다.//거울 속 나는 내 모습 그대로인데,/마음 속 나는 내 모습과 다르다.//마음 속 나는 내가 느끼는 나인데,/꿈 속 나는 내가 그려 본 나이다.//꿈 속 나는 나를 바꾼 나인데,/현실 속 나는 정말 나인가.//그대로 있을 수는 없다./변하는 그대로 있을 수는 없다.//나의 시계는 착각착각 간다.//”
1997년 7월1일 발행한 제 8 합작집 ‘캐나다 문학’ 17면 김한성 시인의 ‘전갈’
“사막은/목말라 하던 모든 것이/죽어버린 환상이다.//삶의 푸른 자궁 물어뜯는/까마귀들의 핏빛 울음/모하비 사막은 /독 오른 흑갈색 꼬리를 가졌다./...꽃이 핀다/긴 가시 아래 고개 숙인/우울한 생의 뼈다귀들//...하얀 무덤/여인의 고운 능선 건너 찍힌/낙타의 검은 발자국을/달빛 무심히 쫓는다.//”
2000년 7월1일 발행한 제 9 합작집 ‘캐나다 문학’ 70면 이정순 시인의 ‘기다림’
“눈 내리는 3월에/봄을 기다리다/꽃씨를 샀다//차마/눈 덮인 땅/꽁꽁 얼어붙은 땅 속에다/꽃씨를 뿌릴 수가 없었는데//어느새/내 가슴속에 꽃씨들이 심어져/밤마다 꿈틀꿈틀 새싹이 돋아난다/꽃들이 피어난다//...눈 내리는 캐나다의 3월에/서성이며 서성이며/봄을 기다린다.//”
검돌 이석현 시 ‘부음(訃音)’
“묵은 상처가 도지는/해춘 전후 환절기면/자주 문 두드리는/ ‘부음.’//앞서거니 뒤서거니/부르시면, 다들/총총히 짐 챙기는/일회성 여행!//빈 손으로 왔다가/손털고 가기-//운신도 거북한 칠흑독방/문 닫힌 뒤/이승에 남는 것/ 무언가?// “부끄럼 없이 살아서/적선하라”는/곰팡내 나는 말이/천금보다 더한 광채로/살아온다/부고장 받는 저녁마다.”
근 10년 토론토 곳곳을 누비며, 힘든 이민생활 속에서도 무한한 열정과 미덕(美德)을 가지고 시창작 활동에 동고동락하시다 광활한 땅 캐나다 소풍 모두 마치고, 훌쩍 하늘로 돌아가신 검돌 이석현 선생님, 우당 장석환 선생님 그리고 막역했던 동년배 文友 박성민 형의 명복(冥福)을 삼가 비오니 아름다운 천상(天上)에서 길이 영면(永眠)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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