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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김용출(문인협회)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Feb 25 2026 07:37 PM

수필이 있는 뜨락(26)


후드득, 참새 여남은 마리가 나무 위로 날아올랐다. 무심코 걷고 있던 내 의식 속에 갑자기 참새가 들어왔다. 그러면서 그 옛날 하얀 겨울, 집 앞 감나무에 참새 떼들이 까맣게 내려와 앉던 기억이 떠올랐다. 기억은 재빠르게 연상작용을 불러일으켜 어릴 적 동네 물방앗간이 항상 참새 떼들의 놀이터였던 것, 그리고 가을, 벼가 누렇게 익어 가면 농부들은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그래도 안심이 안 되어 논두렁에 서서 훠이훠이 손을 저으면서 참새 떼들을 쫓던 일까지 생각이 났다. 가을 들판은 참새들의 식당이나 다름없었지. 온갖 농작물이 널려 있었으니, 저들은 그 많은 메뉴 중에 구미에 맞는 것을 골라 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screenshot 2026-02-25 at 6.34.24 pm.png
Adobe Stock

 

요즘은 사람과 상대할 일이 별로 없다. 하루 종일 혼자일 때가 많다. 그래서 그랬던가. 산책길에서 만난 참새가 내 관심을 끌다니 의외였다. 아니 반갑기 조차했다. 어릴 적 한때 참새를 잡아 구이를 해 먹는다고 초가집 이엉 밑으로 손전등을 비추던 이웃집 아저씨의 모습을 본 후로는 언제 한 번도 유심히 보거나 관심 가지지 않았던 참새였다. 그때 들은 이야기로는 아이들이 참새를 잡으려고 이엉 밑으로 손을 넣으면 잘못했다간 참새를 노리고 이엉 밑구멍에 숨어 있던 늙은 구렁이한테 물릴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자, 혼비백산, 그것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나는 참새 잡이에 흥미가 없어졌다.

나의 관심과는 상관없이 참새는 언제나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텃새렷다. 그래서 오히려 관심에서 멀어졌을까. 그러나 오늘 만난 참새들은 도시의 참새다. 아스팔트와 사람이 다니는 보도에 한 무리의 참새들이 내려앉아 있었다. 거기에 무슨 저들의 양식이 있을까. 아무리 살펴보아도 저들의 양식될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면 길바닥이고 잔디밭이고 어디든 떼 지어 몰려와서 내려앉는 것이 저들의 본능적 습성일까. 그러한 참새들이 오늘따라 내 마음에 들어오다니 무슨 연유일까. 필시 고독한 노인의 공허한 마음 때문이리. 걸으면서 독백했다. 너희들은 나보다 낫구나. 외롭지 않겠구나. 무리 지어 다니니 외로움이 있으랴. 나는 너희들이 어디에 사는지조차 관심이 없지. 너희들 존재 자체에 관심이 없었으니, 어디에 산들 나와 무슨 상관이 있었을까. 그랬던 내가 오늘 갑자기 너희들에게 마음이 가는 것이 미안하구나. 너희들은 모르겠지, 내 마음은 빈집이란다. 그 집에는 채워놓을 장식도 물건도 그리 많지 않단다. 그 빈집을 무엇으로 채우나 전전긍긍할 때도 있지.

 

오전 시간 집안에서 혼자 독서랑 글쓰기로 시간을 보냈다. 내 마음의 빈집은 가끔 그렇게 채워진다. 혼자에 익숙해진 지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때로는 누구라도 만나 이야기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다가 오늘도 매일 하는 습관대로 오후가 되어 동네 산책에 나선 길이었다. 꼭 정한 시간이 있는 산책은 아니지만 대개는 비슷한 시간에 집을 나서곤 한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오후 산책하는 시간이 너무도 정확해서 그가 산책에 나서면 동네 사람들이 오후 4시라고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난 그렇지 않다. 어느 시간이든 마음 내키는 대로다. 정한 시간에 매이지 않고 싶어서이다.

그런데 오늘은 예상치 못하게 참새들과 조우했다. 나의 등장이 저들의 모이 사냥을 방해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놀이를 방해했을까. 자그마한 몸매에 다갈색 깃털,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고개를 까딱이면서 주위를 살핀다. 잡으면 한 손에 들어올 것 같은 몸집이지만 깜찍 발랄하다. 모든 것은 서양 것이 큰데 참새만큼은 이곳 참새가 고국의 참새보다 작다. 왜이지. 이유가 궁금해서 구글 선생께 물었다. 그랬더니 참새는 본래 유라시아 지방의 새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북미주의 참새는 태평양을 건너서 온 새일까.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평양을 건너 날아오다 기운이 진해서 자연히 다이어트가 되고 그래서 그 작은 몸집이 더 작아지지 않았을까. 그러나 또 한편 생각해 보니 먼먼 태평양을 그 작은 몸으로 건너올 일이야 없었을 것이다. 아니면 본래 북미주 이 땅에도 참새가 있었으니, 족보에 대한 오해는 말라고 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저들을 해칠 마음이 없는데 저들은 나를 적으로 보는 것일까. 날아오르지 않고 내 옆에서 놀아주었으면 좋으련만 내 마음을 몰라주는 저들이 야속하다. 저들은 떼 지어 창공을 유영한다. 날아오르지 못하는 나는 물끄러미 쳐다만 볼 뿐 날지 못하는 내가 저들보다 나은 것이 무엇일까. 나도 날 수 있다면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텐데. 제일 먼저 가고 싶은 곳은 고향 마을이지. 너무도 변해있을 고향마을. 그런 공상을 할 즈음 금방 저들의 행방은 묘연해지고 또다시 모이사냥 아니면 놀이 삼아 땅으로 내려올 참새를 연상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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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be Stock

 

그러면서 떠오는 생각은 새는 참새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참은 올바르고 진실함을 뜻하는 것이니까, 아무리 몸집이 작아도 새 중의 새는 참새가 아닐지 하는 생각이었다. 이름이 참새니까 다른 부연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동안 참새에 관심한 바가 없었지만, 은연중에 새 하면 참새가 새 중의 새여야 한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무슨 큰 발견이나 한 듯 마음이 뿌듯했다. 가끔 농작물에 피해를 주긴 하지만 그래도 해충만 잡아먹고 사는 새, 그렇다면 당당하게 살아도 조금도 꿀릴 일이 없는 새, 그런데 왜 사람을 보고 그렇게 겁먹고 도망부터 칠까. 정작 도망쳐야 할 존재들은 이 땅에 널려 있는데, 조물주의 섭리대로만 살아가는 존재, 어떤 잔재주도 부리지 않고 본래의 생존방식에 변함이 없는 존재, 그러한 존재가 어디 참새뿐이랴 만 그 존재가 오늘 새삼 내 의식을 깨워놓았다. 너무 과장했나.

늦은 오후, 아직은 따사로운 구월의 태양이 말없이 중천에 떠 있다. 따스한 온기에 마음마저 푸근해진다. 태양이 주는 온기는 언제라도 좋다. 생명의 보존법칙은 저 온기에 있지. 구름 몇 점이 한가로이 떠간다. 태양, 흰 구름, 푸른 나무들, 바람, 거기에 더하여 참새 떼와 나까지 완전히 하나가 된듯하다. 완벽한 조화다. 이럴 땐 외로움마저도 과분한 투정이 아닐까.

 

문인협회-김용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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