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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도 해킹당할 수 있다”
복제할 수 없는 ‘양자암호’ 기술이 방패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Feb 28 2026 09:56 PM
양자컴퓨터 시대 보안 기술
'2035년 서울. 복잡한 퇴근길을 달리던 한 자율주행 택시가 갑자기 역주행을 시작한다. 탑승객도, 택시회사도 택시의 일탈을 막아보려 안간힘을 쓰지만 택시는 멈출 줄 모른다. 신원미상의 공격자가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택시의 통신 시스템을 순식간에 해킹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올해 하반기부터 운행할 예정인 ‘자율주행 새벽동행버스’의 가상 이미지. 서울시 제공
근거 없는 상상이 아니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할 경우 기존 보안 시스템은 무력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암호체계의 기반은 소인수분해다. 숫자가 클수록 풀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했지만, 이미 1994년 수학자 피터 쇼어가 양자컴퓨팅 알고리즘으로 이 암호를 순식간에 풀 수 있음을 증명했다.
기존 암호체계에 머무를 경우 자율주행차와 도심항공교통(UAM) 등 무선 통신에 기반한 차세대 교통 시스템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특히 드론이 미래 전쟁의 핵심 무기가 된 만큼, 뚫리지 않는 보안 체계를 만드는 건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세계 통신회사들이 일찌감치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국내 최고속 양자암호키 분배 장비 등장

신정환 KT 퀀텀테크 연구팀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센터에서 양자암호키 분배 장비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KT가 최근 개발한 국내 최고속 양자암호키 분배(QKD) 장비도 그중 하나다. QKD는 양자의 중첩과 불확정성 원리를 이용한다. 암호 데이터를 직접 보내는 대신, 데이터를 암호화할 '열쇠(키)'를 양자 신호에 실어 보낸다. 누군가 이 양자 신호를 가로채려 측정하는 순간 양자의 상태가 변하고, '복제 불가능'한 특성 때문에 해킹 시도가 즉시 발각되고 해당 키는 폐기된다. 이론적으론 완벽한 보안이다.
새 QKD 장비는 1초에 암호키 30만 개(300kbps)를 생성한다. 23일 서울 서초구 KT미래네트워크연구소에서 만난 신정환 퀀텀테크 연구팀장은 “통신망에 도입하면 1분에 7만 대 이상의 암호 장비에 양자암호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자율주행 네트워크나 금융 보안망을 운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만큼 양자암호 상용화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독자 개발한 오류 저감 필터 시스템을 통해 QKD 장비 속도를 세계 수준으로 높였다. 신 팀장은 “QKD 분배 시스템은 빛에너지의 최소 단위인 단일 광자를 다루기 때문에 빛의 특성인 분산이나 산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양자 상태가 쉽게 붕괴된다. 양자 자체가 매우 작은 신호라 근처 노이즈와 구분이 어려운 것도 특징”이라며 “간섭을 분리하고 양자 신호만을 뽑아내는 기술을 적용한 게 키 분배 속도를 높인 비결”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금융시장 보안 교란 우려 커져

그래픽=이지원 기자
양자컴퓨터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음에도 양자암호 연구가 활발한 이유는 10년, 20년 후를 미리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6년 주요 사이버 보안 트렌드’ 보고서에서 HNDL(Harvest Now, Decrypt Later) 공격이 향후 5년 안에 활성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암호화한 데이터를 미리 수집해뒀다가, 양자컴퓨터 같은 고도의 기술이 등장했을 때 복호화(암호 해제)해 공격하는 방식이다.
이런 공격을 대비하는 데 당장 적용이 용이한 기술이 소프트웨어 기반의 양자내성암호(PQC)다. PQC는 격자, 다항식, 해시함수 같은 수학 개념을 활용해 양자컴퓨터조차 풀기 어려운 알고리즘으로 암호를 만든다. 양자컴퓨터가 암호화폐나 금융 시장 보안을 교란할 것이란 우려가 큰 만큼 업계에서도 실증이 활발하다. 11일 가상자산거래소 빗썸도 보안기업 아톤과 PQC 기술 적용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PQC 알고리즘이 영원히 깨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만큼, 업계에서는 양자컴 시대의 방패는 QKD를 함께 활용한 ‘하이브리드’ 형태여야 한다고 보고 았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제1차 양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에서 통신 3사와 함께 2028년까지 전국에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하고 국방·공공 등 국가 핵심 인프라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비용이다. 현재 QKD 장비 한 세트가 수억 원에 달해 적용 부담이 큰 데다, 장비를 양산할 양자 분야 소재·부품·장비 기업도 부족하다.
결국 양자 보안의 열쇠는 생태계 조성에 달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QKD 상용화 연구개발을 지원해 장비 비용을 현재의 85~90% 수준으로 낮추고, 2035년까지 소·부·장 포함 양자기업 2,000개를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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