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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첫 허용
구글에 1대 5000 지도 반출 첫 허용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Feb 27 2026 09:21 AM
구글 '길 찾기' 서비스 선보일 듯 산업계 "자율주행 등 국내 산업 위축" 정부 "구글에 상생 방안 마련하라 권고"
정부가 구글이 요구한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1대 5,000 축척 지도가 해외 기업에 제공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내 산업계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는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부, 국방부 등 관계 기관이 참여한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 회의를 27일 열고, 구글이 지난해 2월 신청한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을 ‘엄격한 보안 조건 준수’를 조건으로 허가했다. 고정밀지도는 실제 거리 50m를 지도상 1cm로 축소해 표현한 것으로, 산업적 활용도가 높다. 미국 빅테크 기업 애플도 고정밀지도 반출을 요청한 상황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사옥 앞에 놓인 구글 표지석이 보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엄격한 보안 조건은 군사시설 영상 등 민감 정보의 노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뜻한다. 협의체는 구글 맵스·구글 어스 등 국제 서비스에서 대한민국 영토의 위성·항공 사진을 표시할 경우, 보안(가림) 처리하도록 했다. 반출 범위도 내비게이션·길찾기용 기본 지도와 도로망으로 제한했다.
또 정부가 검토·확인한 자료만 해외로 이전할 수 있도록 했다. 자료 사후 수정도 국내 서버에서만 가능하다. 구글이 보안 조건을 지속적으로 위반할 경우 정부는 지도 국외 반출 허가를 중단하고 이용권을 회수한다.
구글이 정부에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을 요청한 것은 2007년과 2016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현재 자사 서비스에 국내 지도를 제공하고 있지만, 해상도가 낮고 교통망 정보가 부족해 자동차·도보 길 찾기 등 핵심 기능은 제한된 상태다. 협의체를 주관한 국토부는 이번 결정으로 구글의 국제 서비스를 국내 법 테두리 안에 두게 됐다고 강조했다. 과거와 달리 구글이 승인을 받기 위해 다양한 보안 조치를 정부에 선제적으로 제안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구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구체적인 서비스 구현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정부와 국내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 한국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산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결정이 미국발 통상 압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불만도 나온다. 미국이 비관세 장벽 철폐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만큼 이를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협의체는 국가 안보 사안을 논의하는 기구로, 고정밀지도 반출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며 "다만 산업계 영향을 고려해 구글에 국내 공간 정보산업과 균형 성장에 기여할 상생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미래 성장 사업이 타격을 받을 거란 우려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지도 정보뿐 아니라 자율주행과 스마트 시티 기술의 핵심 자산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 "국내 산업이 거대 자본과 이미 상용화한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공룡 기업에 잠식당할 우려가 크다"고 호소했다. 한 플랫폼 관계자는 "규제도 과세도 제대로 안 되는 빅테크에 국내 진출 발판을 마련해 줘 토종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등 관련 단체 6곳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이 국내 공간정보 산업 전반에 상당한 구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부에 산업 보호와 경쟁력 강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구글이 재신청한 정보의 구체적 내용 공개 △산업계·학계 의견 수렴 △조건을 위반할 경우 반출 허가 자동 취소 및 손해배상 책임 명문화 △기술 조치 과정에 전문가 참여 등을 요구했다.
공간정보학회는 고정밀지도 데이터를 해외에 반출할 경우 10년간 최대 197조 원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으며, 모빌리티 사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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