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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잘못 쓰면...

“‘로마 멸망’처럼 문명의 퇴보 일어날 수 있죠”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r 08 2026 10:25 AM

윤비 한국연구재단 신임 인문사회본부장 인터뷰


챗GPT 공개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첫선을 보인 2022년 11월 30일 이래 인류는 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일상에서 목도하고 있다. 누구나 똑똑한 비서를 곁에 두게 됐다는 당장의 만족감부터 AI가 '육체'까지 얻으면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킬 거라는 전망에 이르기까지 기대는 부풀고 있지만, 그에 비례해 불안감도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AI가 인류사회 파괴자가 될 거란 극단적 시나리오까지 갈 것도 없이, 학계에선 그간 인간 연구자들이 쌓아올린 지식의 성채가 AI에 단숨에 정복당할 거란 공포가 퍼지는 상황이다. 특히 이런 비관론은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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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한국연구재단 서울청사에서 윤비 인문사회연구본부장이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기훈 인턴기자

 

이런 시기 국가 연구지원기관인 한국연구재단에 2년 임기로 인문사회연구본부장이 새로 부임했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오고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윤비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다. 이재명 정부의 인문사회과학 진흥 기조를 일선에서 구현할 책임자다.

지난달 27일 만난 윤 본부장이 AI시대 인문사회과학이 처한 현실에 내린 진단은 입체적이었다. 장밋빛 기대에 취해 AI에 무작정 의존했다가는 지성계는 물론이고 인류 문명 전체가 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런 AI에 고삐를 채워 인간의 유익을 도모하는 것이 인문사회과학의 역할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를 'AI시대 신인문주의'라고 명명하면서 재단을 통한 인문사회 연구 지원도 이런 방향에 맞춰 개선하겠다고 예고했다. 다음은 윤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1월 27일 취임 이후 한 달이 지났다. 본부장직에 도전한 계기는 뭔가.
"'AI시대 인문사회과학의 위기'라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중요한 변화를 만들고 싶었다. 본부장 공고가 나왔을 때 학교에서 학장을 맡고 있어서 고민했지만, 2020년 9월부터 2년 6개월간 본부 산하 사회과학단에서 단장을 맡아 국가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터라 무언가 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돌아왔다."
 

-AI의 발전이 왜 인류에 위협이 될 수 있는가.
"우리는 점차 AI에 많은 일을 위탁하고 있다. 고대 로마를 보자. 그들이 멸망한 건 몸 쓰는 일은 게르만족에게, 머리 쓰는 일은 그리스인에게 아웃소싱해 문제 해결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지나친 단순화이지만 참고할 필요는 있다. AI는 자칫하면 인간의 사고와 판단력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 잘못 쓰면 문명의 퇴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도 인문사회과학이 AI시대 문제 해결의 키가 될 수 있다는 얘기는 막연하게 들린다.
"로봇을 예로 들어보겠다. (인문사회학적 사유에 바탕해) 노인 보호 및 지원을 개별 가정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으로 여기는 정부라면 노인 정책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할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칠 거다. 그럴 경우 세부적으로는 로봇이 노인을 안을 때 적정한 압력까지 다양한 이슈를 고려하게 되고, 이런 요구는 새로운 기술 발전을 촉진할 것이다. 기술적 니즈는 우리가 가진 가치, 사회구조와 떨어져 존재하는 게 아니다."
 

-2019~2023년 재단을 통해 과학기술 분야에 연평균 4조4,225억 원이 지원됐지만, 인문사회 분야는 연 2,394억 원으로 5.4%에 그쳤다. 학계 일각에선 2009년 학술진흥재단(인문사회)과 과학기술재단이 한국연구재단으로 합병되기 이전으로 돌아가야 인문사회 연구지원 홀대가 해소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인문사회 연구 투자는 물론 혁신적으로 늘어야 한다. 다만 지원 기관 합병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견해엔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은 융복합 시대다. 분리가 아닌 통합된 체제에서 활발히 소통해야 선도적인 비전과 기획으로 AI시대 과학기술의 잠재력을 인간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한정된 자원을 어떤 연구에 투입할지도 관건이다.
"현재는 상당수 연구지원이 공고 신청 단계에서 '연구활동 계획서'만 제출하도록 한다. 그런데 이젠 AI가 대신 글을 써주는 시대 아닌가. 한 번에 바꿀 순 없겠지만, 앞으론 연구자의 자질과 기획의 질을 포괄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이전 연구 이력도 다각적으로 함께 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어떤 연구를 진흥시키고자 하는가.
"'AI시대 신인문주의'가 내가 생각하는 모토다. 인간과 기술이 함께 성장하는 데 이바지하는 연구를 더 지원하고 싶다. 이를 위해선 새로운 연구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교수가 아니더라도 연구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여러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도 그중 하나이다. 연구 실적 평가도 획일적인 논문 중심을 벗어나 문화 분야 등 영역에 따라 다각화하고자 한다."


-이미 인문학 대중화와 번역·저술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변화를 줄 건가.
"무엇보다 출판사업을 연구 활동의 파트너로 여기고 진흥하는 데 재단도 기여해야 한다고 본다. 일본이나 독일처럼 훌륭한 학술서를 내는 강소출판사를 육성해 세계적인 성과를 내도록 돕는 거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치권과 교육, 문화예술계가 함께한 '독서국가 선포식'은 매우 적절했다고 본다. 출판 생태계가 연구 생태계와 같이 살아야 한다."


-지역 학술 공동체와 상생도 가능하겠다.
"지역 정주형 학술연구교수 지원 사업 신설을 고민 중이다. 지금도 비정규직 연구자에게 최대 5년간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는데, 지역 대학원에서 공부한 사람이 그곳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게 별도 유형을 만드는 거다. 이들이 고립되지 않고 교류함으로써 공동체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공간도 필요하다."


-재단 차원에선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우리처럼 국가 R&D 관련 전문인력을 한곳에 모아 놓고 오랜 세월 노하우를 축적한 곳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 그만큼 연구비가 합리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미래상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인문사회 분야는 국가 차원의 기획 기능이 다소 약한 편이다. 교육부 및 유관 부서와 협력해 기획 기능 강화에 노력하겠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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