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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달픈 물길이 흐르는 영월
‘왕사남’ 열풍에 방문객 급증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r 14 2026 07:20 PM
올해 누적 방문객 10만명 돌파
“단종이 물에 풍덩 빠진 애달픈 영화 속 장면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한달음에 달려왔어요.”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배경이 된 강원 영월군 남면 청령포 선착장에 8일 배를 타려는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다. 영월=연합뉴스
7일 오후 강원 영월군 남면 청령포 선착장에서 만난 이성숙(58·충북 청주시)씨의 얘기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이곳을 처음 찾았다는 그는 “단종의 비극이 깃든 곳이라 숙연한 마음이 들면서도, 막상 마주한 청령포의 수려한 풍경은 평생 잊지 못할 만큼 아름다운 비경”이라고 말했다.
조선 제6대 임금 단종을 다룬 ‘왕과 사는 남자’가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단종 유배지인 영월이 전국적인 관광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청령포는 삼면이 강으로 막혀 있고 뒤쪽에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서 있는 곳으로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긴 단종이 머물던 곳이다. 17세에 생을 마감한 단종을 엄흥도가 거둬 묻은 장릉은 청령포 인근에 있다.
8일 영월군에 따르면 전날 하루에만 청령포와 장릉(단종 무덤)에 7,047명의 인파가 몰렸다. 올해 영월 누적 방문객 수는 10만4,490명으로 두 달 만에 1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6월 방문객이 10만 명을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불과 두 달여 만에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영월 방문객 급증은 '왕과 사는 남자'의 영향이 크다. 지난달 4일 영화 개봉 이후 조금씩 늘던 방문객 수는 설 연휴(2월 14~18일) 1만7,916명을 기록하더니 3·1절 연휴(2월 28일~3월 2일)엔 2만6,399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3·1절 당일에는 방문객 폭주로 청령포 입장권이 오후 4시 조기 매진되기도 했다. 장윤서 영월군 문화유산팀장은 “관광 비수기인 2, 3월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찾은 것은 처음”이라며 “이런 추세라면 작년 전체 관광객 수(26만3,327명)를 이르면 4월 중에 넘어설 것 같다”고 말했다.
관광객 증가는 곧장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현재 청령포(성인 1인 3,000원)·장릉(성인 1인 2,000원) 입장료 수입은 2억2,180만 원으로, 지난해 한 해 수익(4억5,600만원)의 거의 절반에 육박했다. 고즈넉한 주변 마을도 활기를 띠고 있다. 장릉 인근 식당의 한 직원은 “추위가 가시지 않은 이 시기에 손님이 이렇게 밀려드는 것은 처음”이라고 달뜬 분위기를 전했다.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배경이 된 강원 영월군 남면 청령포 선착장에 8일 배를 타려는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다. 영월=연합뉴스

단종의 유배지인 강원 영월군 청령포 한옥을 8일 관광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영월=연합뉴스
경북 문경시 등 영화 촬영지도 각광을 받고 있다. 경북도는 이날 “영화 속 유배지를 재현한 문경새재 오픈세트장과 영월부 관아 장면을 찍은 고령군 김면 장군 유적지를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왕과 사는 남자’ 특수에 다른 지자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강원 원주시는 여름철 여는 ‘원주사랑걷기 대행진’에 단종 유배길 코스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충북 제천시는 생육신 원호(1397~1463)의 충절이 깃든 관란정 홍보에 나섰다. 충북도 자연유산인 관란정은 평생 단종을 그리워한 원호가 단을 쌓고 아침 저녁으로 절을 올린 자리에 세워진 작은 정자다. 후손과 유학자들이 그의 충절을 기리려 헌종 11년(1845년) 정자와 유허비를 세웠다. 김창규 제천시장은 “단종이 유배를 떠나며 지나간 길에 제천 백운면 등이 포함되는 만큼, 단종 관련 이야기를 발굴해 관광명소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8일 오후 강원 영월군 영월읍 청령포 주변에 위치한 천상재회 동상에 여행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동상은 조선 6대 임금 단종과 그의 왕비 정순왕후의 사랑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영월=뉴스1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배경이 된 강원 영월군 남면 청령포. 영월=연합뉴스
강원도와 영월군은 지금의 기세를 몰아 다음 달 24일부터 열리는 ‘제59회 단종문화제’를 역대 최대 규모로 치를 계획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는 청령포 도선 점검을 강화해 안전하면서도 의미 있는 역사 관광 명소로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영월=한덕동, 문경=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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