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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먹먹함은 무엇일까? 사진 한 장 때문에

권천학(시인·K-문화사랑방 대표)


Updated -- Mar 16 2026 03:24 PM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Mar 16 2026 01:50 PM


온종일 가슴이 먹먹했다. 오늘이 나흘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제공한 이 사진 한 장 때문이다. 먹먹함으로 보고 또 본다. 도대체 이 먹먹함이란 무엇일까?

눈감고 있는 어린 아기의 이마에 뽀뽀하는 젊은 남자의 모습. '60여일 된 딸, 40대 아빠... 장기기증으로 5명 새삶'이라는 비슷한 제목들이 달렸다. 게 중에는 ‘아빠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길...’ 이라는 제목도 있었다.

사진에서 느낀 묘한 감정, 슬픔? 행복감? 평온? 아니면? 
두근거림으로 훑어 내린 기사는 제목에서부터 심상찮았다. 부산에서 시작하여 노컷뉴스에 이르기까지 온통 같은 제목이 도배되다시피 했다. 

41세의 박씨, 지난 1월 19일, 건강하던 그가 잠을 자다가 갑자기 두통을 호소, 부산 동아대학병원으로 이송, 치료 중 깨어나지 못하고 1월 30일 뇌사판정을 받았다. 
깨어날 가망이 없다는 최종판정을 받은 가족들은 그의 장기를 기증, 다른 생명을 살리는데 쓰이고자했다. 심장, 폐장, 간장, 신장(양측)을 기증해 5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생명나눔의 실천이다. 박씨와 박씨 가족의 정신이야 두말 할 나위 없이 숭고하고 갸륵하다. 
체육학과를 졸업했고, 조선소에서 근무하며 주말이면 축구동호인에 참여했다고 한다. 
1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자상한 성격으로 주변에 친구들도 많았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겼으며, 키도 크고 건장한 체격에서 보이는 느낌과는 달리, 마음이 여리고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다가갈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읽고 나니 먹먹했다.

 

화면 캡처 2026-03-16 132343.png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에 새 생명을 선물한 박성배(41)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사진 제공

 

보나마나 그는 대한민국의 건강한 중년초입의 남자이고, 보나마나 그는 우리시대 보통사람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보통사람이었을 것이고, 보나마나 그는 알콩달콩 늦게 얻은 딸아이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배였을 것이고... 이렇게 상상의 짐작을 이어가는 나는 이쯤에서 말이 막혀 더 이상 계속할 수가 없다. 

그의 아내는 그를 떠나보내며 한 마지막 인사 
"오빠. 우리는 걱정하지 마. 내가 우리 설하 오빠 몫까지 사랑 많이 주면서 잘 키울게. 나중에 다시 만나면 그때 나에게 수고했다고 한 마디만 해줘. 오빠, 많이 보고 싶어. 그리고 많이 사랑해"

나의 목에선 꺼억꺼억, 기어코 터져나오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눈물이 북받쳤다. 마음이 애리고 온몸이 저렸다. 그냥 먹먹하다. 그냥 흐느껴졌다.
말은 ‘이 사진 한 장 때문’이라고 했지만 단순히 그래서가 아니다. 어떤 말로도 치미는 슬픔 이상의 이 감정을 표현할 수가 없다. 

살다보면 황당하고 슬픈 일을 겪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내가 지금 수술 후의 회복중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평소에 두통을 지병(持病)처럼 겪어서도 아니다. 그냥 뜨거웠다. 그냥 복받쳤다. 
이 기분을, 이 마음을 어찌 표현할 수도 없고 어찌 달랠 수도 없고, 어찌 가늠할 수도 없다. 결국 초라한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 한 번 눈물을 씹어가며 쏟아내고 있다.

슬픔에도 여러 색깔이 있다. 
육친을 떠나보내는 슬픔, 죽음을 앞둔 슬픔, 느닷없이 당하는 사고, 집과 재물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친구나 믿었던 사람으로부터의 배신도 있고.... 지금 내가 휩쓸리고 있는 견디기 어려운 이 먹먹함은 어떤 것일까? 온몸을 찌르르 관통하는 전율은 왜일까? 그냥 슬픔만은 아닌 것 같다. 장기기증의 아름다운 ‘생명 나눔’ 때문일까? 느닷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황당함? 아내와 가족의 마음 때문일까? 
모르겠다. 그냥 먹먹하다.
아직은 제대로 눈을 뜨지도 못한 저 아가, 그 아가에게 마지막 뽀뽀를 하는 아빠의 모습. 자라면서 아빠를 어떻게 기억할까. 지금 아빠를 알기나 할까? 느낄까? 저 아빠의 가슴에 넘치는 사랑의 희열을 아기는 알까? 기억이나 할까? 저 딸아이를 기르는 젊은 엄마는 또 어떨까? 저 아가의 가슴이 커지면서 그 가슴에 스미는 그리움과... 어떻게 할까?..... 꼬리를 문다. 

신문기사에 나온 이 사진 한 장을 담아놓고, 지우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전율이 지나가고 눈물이 흐른다. 그냥 먹먹하다! 
여전히 그냥 먹먹하다. 언제쯤 가라앉을지 모를 이 막막함!   
겨운 이 막막한 슬픔을 누구든 나누고 싶다.
-----------------------------♞


권천학.png

권천학(시인·K-문화사랑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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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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