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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했던 그 시절, ‘환상의 듀엣’

황현수의 들은 풍월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r 19 2026 10:58 AM


가끔, 함께 콘서트를 보러 다니는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번 4월에 나이아가라에서 <사이먼 & 가펑클(Simon & Garfunkel)> 공연이 있는데, 부부 동반으로 같이 갈까?”해서, “그런데, 사이먼과 가펑클은 벌써 헤어지지 않았나요?”라고 되물었다. “그게, 실제 그들의 공연은 아니고, 두 사람의 음악 인생을 영화처럼 꾸민 ‘콘서트 스타일’의 쇼야” “그래요! 봄나들이 겸 해서 가죠, 나이아가라 쌀국수 맛집도 들리고…”

사이먼과 가펑클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단짝이었다. 미국 뉴욕의 퀸즈(Queens)에서 자란, 둘은 1953년에 연극을 준비하며 처음 만난다. 1956년경 <톰과 제리>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 발표한 곡이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며 10대 시절에 이미 성공의 달콤함을 맛본다.

이들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곡이 바로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The Sound of Silence)'다. 사이먼이 21살이던 1963년, 집 욕실에서 작곡했다. 그는 욕실 타일의 울림(reverb)을 좋아해서, 불을 끄고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채 어둠 속에서 기타를 치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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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 가펑클(Simon & Garfunkel)>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단짝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함께 부른 불후의 명곡 'Bridge Over Troubled Water' 때문에 헤어지게 된다.

 

"Hello darkness, my old friend(안녕 어둠, 나의 오랜 친구)"

이 유명한 첫 구절은 단순한 문학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그가 어둠 속에서 곡을 쓰던 습관에서 나온 고백이다. 하지만, 이 곡이 담긴 데뷔 앨범의 결과는 처참하였다.

실망한 사이먼은 영국으로 떠나고 팀은 해체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재능을 아까워했던 프로듀서가 'The Sound of Silence’ 원곡에 전기 기타, 베이스, 드럼 사운드를 덧입혀 다시 출시하는 승부수를 던진다. 기적이 일어났다. 재녹음 버전은 라디오를 타고 급속도로 퍼지며 빌보드 1위를 차지한다.

그 후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전성기를 누리지만, 화려한 겉모습 뒤로 갈등의 씨앗이 자라고 있었다. 처음 싹이 올라온 것은 가펑클의 연기 활동이었다. 가펑클이 영화 촬영을 하기 위해 몇 달씩 멕시코로 떠나자, 혼자 뉴욕에 남겨진 사이먼은 깊은 소외감과 분노를 느꼈다. “나는 죽어라 곡을 쓰고 있는데, 파트너는 오지도 않네?”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또한, 모든 곡을 직접 쓰는 자신보다 크고 잘 생긴 ‘금발의 천사’ 가펑클에게 대중의 시선이 쏠리자, 묘한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다. 역설적이지만, 이들의 결별을 부추긴 것은 불후의 명곡 '브릿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Bridge Over Troubled Water)'였다.

사이먼은 이 곡을 썼을 때 원래 자신이 부르려 했으나, 가펑클의 목소리에 더 잘 어울린다고 판단해 양보한다. 하지만 곡이 전 세계적인 대히트를 치고 그가 독창하는 모습을 보며 사이먼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또한 사이먼은 예민하고 완벽 주의자였고, 가펑클은 비교적 자유롭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

오랜 시간 붙어 지내며 서로에 대한 피로도가 극에 달했고, 결국 1970년 투어 도중 "더 이상은 못 하겠다"며 헤어지게 된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도 그들만큼이나 환상적인 보컬 화음을 자랑하는 듀엣이 있었다. 바로 송창식과 윤형주가 결성한 <트윈폴리오>다. 1960년 후반, 무교동 ‘세시봉’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한국 포크 음악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팀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1969년, 결성 2년 만에 돌연 해체를 선언한다. 윤형주의 부친이 아들이 가수가 되는 것을 강하게 반대했고, 결국 학업을 위해 팀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음악에만 전념하던 송창식에게는 생계와 음악적 기반이 흔들리는 커다란 사건이었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이었기에 서운함의 그림자도 깊었다.

둘의 목소리는 완벽하게 조화로웠지만, 추구하는 음악 세계는 정반대였다. 윤형주는 깨끗하고 낭만적인 포크, 도회적인 포크를 좋아했다면, 송창식은 국악이나 클래식 등 좀 더 원초적이고 자유분방한 세계를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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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식과
윤형주가 결성한 <트윈폴리오>는 1960년 후반, 무교동 ‘세시봉’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한국 포크 음악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해체 후 각자의 길에서 거물로 성장하게 되자, 대중은 이들을 ‘숙명의 라이벌’로 몰아갔다. 1975년 송창식이 ‘피리 부는 사나이’로 가수왕에 오를 때, 윤형주 역시 ‘CM송의 대가’로 광고계를 주름잡으며 서로에 대한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 간다.

다행히 이들의 갈등은 2010년대, ‘세시봉 열풍’이 불면서 눈 녹듯 사라진다. 다시 한 무대에 선 윤형주는 “창식이는 나보다 훨씬 큰 산이었다”라고 고백했고, 송창식 역시 “형주의 미성이 없었다면 내 음악의 시작도 없었을 것”이라며 서로를 예우했다.

<트윈폴리오>의 데뷔곡이었던 '하얀 손수건'은 그리스의 국민 가수 나나 무스쿠리(Nana Mouskouri)가 부른 'Me T’aspro Mou Mantili'를 번안한 노래다.

둘은 치열한 연습 과정을 통해 노래를 맞췄다. 윤형주의 맑고 깨끗한 미성이 곡의 문을 열면, 송창식의 묵직하고 울림 있는 저음이 받쳐주며 완벽한 입체감을 만들어냈다.

성량이 컸던 송창식은 윤형주의 목소리를 덮지 않기 위해 소리를 죽여 부르느라 애를 먹었다. 윤형주는 송창식의 독특한 비브라토(떨림)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창법을 수정했다. 서로의 소리를 찾아가는 그 정성 어린 조율이 있었기에 불멸의 화음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이 노래가 발표되자 <트윈폴리오>는 바로, 청년들의 우상이 된다. ‘연대 의대생’이라는 타이틀과 귀공자 외모를 가진 윤형주와 ‘천재적인 가창력’을 가진 송창식의 조합은 지금의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헤어지자 보내온 하얀 손수건 / 눈물에 젖었네 하얀 손수건"

노래 가사 속 주인공처럼, 그들은 너무나 짧은 여정 끝에 각자의 길로 떠났다. 그래서 이 노래는 우리 같은 황혼의 세대에게는 ‘찬란했던 청춘의 시작이자, 동시에 슬픈 예고편’으로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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