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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홍매
권천학 | 시인·K-문화사랑방 대표 (토론토)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Mar 20 2026 11:37 AM

사진 출처 이진형 작가
시담(詩談)
♥퇴계(退溪)와 두향(杜香)의 매화사랑♥
정사(正史)와 야사(野史)가 섞어진 채 전해오고 있다.
간추리면,
퇴계 이황(李滉)이 단양(丹陽) 군수(守)로 재직 시절 만났던 관기인 두향을 만나 깊은 교감을 나누며 한 시절을 보낸다.
퇴계 48세, 두향 18세였다.
퇴계는 평소에도 매화를 매우 좋아했다.
두향은 시(詩), 서(書)는 물론 거문고 연주에도 능했다고 한다.
퇴계가 다시 풍기(豐基) 군수로 발령(發令)을 받아 떠나게 되자, 관기인 두향은 규율상 함께 갈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이별의 아픔을 시로 주고받았다.
퇴계: 매화는 피고 지고 또 피건만
이별의 한은 해마다 새롭구나
두향: 이별이 하도 설워 눈물로 보내오니
저 매화 가지마다 눈물인 듯하구나
두향은 떠나는 퇴계에게 매화화분을 사랑의 증표로 선물했다.
이별 후 두 사람은 퇴계가 죽을 때까지 만나지 못하고 서신만 주고 받았으며 퇴계는 매화분을 곁에 두고 아꼈다고 한다.
다음은 퇴계가 두향에게 보낸 시라고 전해지는 내용이다.
黃卷中間對聖賢 (황권중간대성현) 누렇게 바랜 옛 책속에 좋은 말씀을 보면서
虛明一室坐超然 (허명일실좌초연) 빈 방에 홀로 조용히 앉았는데
梅窓又見春消息 (매창우견춘소식) 매화 핀 창가에 봄소식을 다시 보니
莫向瑤琴嘆絶絃 (막향요금탄절현) 그대도 거문고 마주 앉아 줄 끊겼다고 한탄 말라
공직에서 은퇴한 퇴계는 말년에 안동(安東)의 도산서원(陶山書院)에서 조용히 지내던 중 병을 앓았다. 그때까지도 두향으로 받은 매화분을 애지중지 늘 곁에 두고 지냈다.
병이 깊어 70세가 되어 죽음에 이르렀을 때도 창가에 둔 두향의 매화 화분에 꽃망울 서너 개가 맺고 있었다.
제자들의 부축을 받아 일어난 퇴계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저 매화에 물을 주어라!”
퇴계의 종가와 도산서원 주변에 두향매화나무가 있어 봄이면 매화꽃이 피어 매화향이 가득하다고 한다.
지금도 퇴계의 종가(宗家)에서는 두향의 묘(墓)를 벌초하고 넋을 기린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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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