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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만에 TV를 새로 구입하면서

박형규(시인·토론토)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Mar 25 2026 07:39 AM


1989년 3월, 내가 난생 처음으로 비행기에 탑승하여 김포공항을 이륙한 후 캐나다 밴쿠버를 거쳐 토론토에 도착한 이후로 날마다 큰 곤경에 처하게 되는 일이 바로 영어로 듣기와 말하기였다. 읽기와 쓰기는 고국에서 중·고·대학까지 10여 년을 계속했으니 별 문제가 없었지만 특히 서양인들이 구사하는 영어는 쉽사리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틈만 나면 여러 도서관이나 어학연수원 등에서 영어회화나 비디오 테이프와 함께 헤드폰을 빌려서 지속적으로 영어회화를 청취하곤 했다. 그러다 시청각을 이용한 폭넓은 영어 이해 및 습득을 위해 그해 11월 당시로서는 거금인 1천여 달러를 들여 고국의 금성사(Gold Star)에서 생산한 25인치 컬러 브라운관 TV와 VCR을 구입하였다.

그 이후로 나는 틈만 나면 여러 서점이나 중고품 판매점, 비디오 판매 및 대여점, 심지어 야드 세일(Yard Sale)이나 가라지 세일(Garage Sale) 등을 통하여 아래와 같이 많은 비디오 테이프나 DVD를 구입하여 부지런히 위의 TV와 VCR을 통하여 시청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영어로 된 것만을 시청하는 것도 너무 지루하여 고국에서 제작한 많은 영화, 연속극, 노래 등이 녹화된 것들도 자주 구입하여 시청하였다.

 

brett-jordan-4aqnfmlx1em-unsplash.jpg

언스플래쉬 이미지 

 

<비디오 테이프>

1. 한국 영화, 연속극, 스포츠

1) 허준(許浚, 총 64회) 2) 공동경비구역 JSA 3) 월드컵 하이라이트(2002)

2. 중국영화

1) 맹룡과강(猛龍過江; The Way of the Dragon) 2) 용쟁호투(龍爭虎鬪; Enter the Dragon) 3) 와호장룡(臥虎藏龍)

3. 서양영화, 스포츠

1) 장고(Django) 2) 황야의 7인(The Magnificant Seven) 3) 석양의 건맨(For a Few Dollars More) 4) 007 시리즈, Octopussy 5) 007시리즈, Never Say Never Again 6) 007시리즈, Moonraker 7) 007시리즈, Tomorrow Never Dies 8) A Beautiful Mind 9) 벤허(Ben-Hur) 10) My Fair Lady 11) Mrs. Doubtfire 12) The Secret Garden 13) 록키 시리즈, First Blood 14) Forrest Gump 15) The Green Mile 16) Cast Away 17) Jumanji 18) 스페인 월드컵(1982) 19) 월드시리즈(1992, 토론토팀 우승) 20) 월드시리즈(1993, 토론토팀 우승) 21) 월드시리즈(2001, 김병현이 애리조나팀 우승에 크게 기여)

<DVD> 

1. 한국 영화, 교양, 기타

1) 이끼 2) 쉬리 3) 해운대 4) 포화속으로 5)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6) 너는 내 운명 7) 한반도 8) 왕의 남자 9) 괴물 10) TV 문학관 시리즈, 등신불(等身佛) 11) 차마고도(茶馬古道, 총 6회) 12) 가요무대 13) 전국노래자랑 14) 도전 1,000곡

2. 중국 영화, 연속극

1) 첨밀밀(添蜜蜜) 2) 삼국연의(三國演義, 총 84회) 3) 사조영웅전(射鵰英雄傳, 총 50회)

3. 한.중 합작영화

1) 대폭군(大暴君, The Godness of Mercy)

4. 서양 영화

1) The Last Samurai 2) 다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 3) The Book of Eli

이렇듯 약 20여년간 나와 동고동락 했던 이 TV에서 작년 가을부터 여러 방송국에서 방송하는 프로그램들의 화면이나 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고 다만 비디오나 DVD에서 나오는 화면과 소리만 보여주거나 들려주곤 했다. 그래서 TV를 하나 새로 구입할 계획을 세우다가 각종 가전제품을 대폭 인하 판매하는 성탄절 다음날, 즉 박싱데이(Boxing Day-성탄절에 받은 선물 상자를 푸는 날)에 20여년 전에 산 가격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360여 달러를 주고 신형 32인치 LED 디지털 TV를 새로 구입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한국산이 아닌 타국에서 생산한 것으로 그 규격 중에서는 제일 염가인 제품을 선택하였다.

절반은 고장이 났지만 나와 우리 가족에게 수많은 용기와 희망과 행복을 선사하던 구형 TV를 그냥 길에 내버리기가 섭섭하여 눈비가 올 것에 대비하여 두 개의 리모콘과 여분의 잭을 단단히 몸체에 묶고 외부는 백색 비닐로 곱게 포장한 후 이동에 용이하게 밧줄로 잘 묶은 뒤 집 근처 전봇대 아래에 두고 집으로 들어왔는데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니 누군가 가져가고 없었다. 외국어를 비교적 자유롭게 듣고 말한다는 것이 지난(至難)하기만 한 일이지만 TV와 비디오 테이프나 디비디를 통해 부단히 시청을 반복하였기에 약 10년간을 여러 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또 6년 이상을 외국인들이 운영하는 직장에서 그들과 함께 여러 가지 업무를 무난히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을 회고하면서 다시금 그 오랜 세월 나와 함께 했던 그 TV에 더없이 깊은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0배너광고_대표_겨울.png

www.koreatimes.net/오피니언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노스욕 컴머밸리 한국어학교
  • 리쏘 (Lisso) 안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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