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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서 진행 중인 ‘사이버 전쟁’
사이버전, 문명에 대한 신뢰 무너뜨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r 28 2026 06:59 PM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 타격했다. 우리는 전쟁 하면 흔히 물리적 충돌에 주목하지만, 미국·이란 전쟁은 이제 전쟁이 단순히 ‘발발하는 사건’이 아니라, 오랜 기간 축적된 준비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이번 전쟁은 사이버 보안의 관점에서 여러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보이지 않는 전쟁’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물리적 충돌 이전부터 이란의 핵심 인프라에 침투하며 준비를 진행해왔다.

2월 28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두 차례의 큰 폭발음이 울린 뒤 연기가 치솟고 있다. AFP 연합뉴스
보안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에 미국 사이버사령부와 함께 우주사령부가 투입되었다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해킹을 넘어, 전자전과 위성 기반 공격까지 병행되었음을 시사한다. 예컨대 위성항법시스템(GPS)이나 위성 통신을 교란하는 ‘재밍’, 네트워크 신호를 조작하는 ‘스푸핑’ 공격이 동시에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미국은 이란의 통신망과 각종 센서를 교란해 이란이 상황을 효과적으로 파악하고, 협력하며, 대응하는 능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이란 전역의 인터넷 연결률이 4%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는 공습 이전부터 이란의 통신 및 정보 인프라에 대한 장기적 침투와 준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테헤란에 설치된 교통 감시 카메라 상당수가 수년 전부터 해킹되어 영상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 내에서 사용되는 종교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해킹되어 정치적 메시지가 유포되거나, 국영 언론 사이트가 변조되는 등 심리전 성격의 사이버 공격도 이어졌다.
여기에 두 번째 시사점, 초연결 사회의 양면성이 있다. 우리는 인터넷, 와이파이, 모바일 네트워크를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와 손 안의 스마트폰이 감시 도구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초연결의 위험성을 다시금 인식하게 된다. 더구나 인공지능(AI)까지 더해져 보안 위협을 더욱 복잡하고 정교하게 만들고 있으며,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과 결합될 경우 그 위험성은 한층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란 역시 미국의 사이버 공격에 대응했다.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 이후 60개 이상의 핵티비스트(해킹+행동주의) 그룹이 ‘사이버 이슬람 저항군’이라는 연합체를 구성해 반격을 시도했다. 이들은 텔레그램 등을 통해 공격을 조율하며, 미국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목표를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이버 전쟁은 디지털 문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 여기에 세 번째 시사점이 있다. 전자기기와 소프트웨어는 다양한 국가와 기업이 협력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신뢰할 수 없게 된다면, 전체 시스템은 쉽게 붕괴될 수 있다. 컴퓨터과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켄 톰슨은 1984년 튜링상 강연 당시, 신뢰할 수 없는 환경에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지적했다.
전쟁은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단지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다.
윤인수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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