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문학이 안겨준 달나라의 꿈
권천학(시인·K-문화사랑방 대표)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Apr 06 2026 09:31 AM
우주선 아르테미스Ⅱ호•1
우주를 향한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은 인간의 본능이다.
아르테미스 2호(Artemis II)를 실은 우주선 ‘오리온 호’의 발사 소식을 접하자마자 가슴이 또다시 용솟음쳤다. 나의 종교는 과학이라고 말할 만큼 과학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용솟음치는 기분과는 달리 또 다른 생각들이 새끼치고 있었다.
그 중의 하나는 완전히 사라져가는 달나라의 동화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염려였다. 그 염려는 오래전부터 달을 가슴에 품어온 인간적인 동화를 가슴에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을 끌어왔다. 과학이 발전하여 달라지는 상황에 대한 경외감을 갖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다.
우리나라 전설속의 달나라에는 선녀 항아(姮娥)와, 계수나무 아래 떡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가 살고 있다. 호랑이에게 쫓겨 생사의 갈림길에서 하늘에 올린 남매의 기도 응답이 바로 해와 달이었다. 오빠는 해가 되고 여동생은 달이 되었다. 해가 된 오빠가 낮 동안 떠올라서 그리운 여동생을 기다리다가 해가 질 무렵 여동생이 된 달이 떠오른다. 우리의 낮과 밤을 지키는 그 남매의 만남과 헤어짐은 조화와 균형이다.

언스플래쉬
그리스 신화를 통한 서양전설은 사이사이에 여러 갈래의 이야기들이 끼어있고, 갈라져 가며 갖가지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내지만, 굵은 줄거리만 이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아르테미스는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Zeus)와 레토(Leto) 여신 사이에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다. 오빠이름은 아폴로Apollo(그리스어 표기로는 아폴론Apollon)이고 여동생의 이름은 아르테미스(Artemis)이다.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인 동시에 사냥의 수호신, 처녀의 상징이기도 하다.
쌍둥이 오빠인 아폴론은 태양신이 되어 빛과 힘의 상징인 낮을 관장하고, 여동생인 아르테미스는 온화함과 자연의 상징으로 밤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둘은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 우리의 ‘남매전설’과 비슷한 구조이다.
낮과 밤, 해와 달, 남과 여, 양과 음의 분류로 보면 동양과 서양의 신화와 전설이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신화 전설 또는 역사의 진행들을 공부할 때, 동서양을 막론해서 인간의 상상력이나 호기심은 비슷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인간은 동서양의 차이가 없다는 생각으로 귀결되면서, 긍정적으로 끄덕이게 했다. 따라서 오늘의 사회적, 국가적, 민족적 분열, 차별, 편견들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달나라에 대한 동경(憧憬), 미지의 영역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빚어낸 동화(童話)와 전설은 문학(文學)의 영역이고, 지금 달을 향해 하늘을 날아가는 우주탐사선의 이야기는 과학의 영역이다.
자꾸만 파헤쳐지는 달의 비밀을 가슴에 품어두는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54년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 본다.
달나라에 탐사선을 날려 보낸 것이 54년 전의 일이다. 달나라에 대한 우리의 동화는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온 이야기다.
달나라에 첫발을 내딛던 탐사선의 이름을 아폴로라고 명명한 것, 그리고 이어서 아르테미스로 명명한 나사(NASA)의 의도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이쯤에서 한국의 설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이야기를 모두들 한번쯤 새겨둠직 하지 않은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떡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가난한 어머니를 협박하던 호랑이는 떡을 받아먹고도 어머니를 잡아먹은 후 어머니로 변장하여 집으로 찾아가 아이들에게도 술수를 쓴다. 어머니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챈 남매는 뒷문으로 도망치고 호랑이가 그들을 뒤쫓는다. 다급해진 남매는 수수밭에 이르러 수숫대를 타고 하늘로 오르고자 간절히 기도한다.
‘하늘님, 저희를 살려주세요, 살려주시려면 굵은 동아줄을 내려주시고 그렇지 않으려면 썩은 동아줄을 내려주십시오!’
하늘에서 굵은 동아줄이 내려온다. 남매는 그 줄을 타고 가까스로 하늘에 오른다.
뒤쫓아온 호랑이가 남매의 기도를 흉내 낸다. 하늘이 동아줄이 내려온다. 그 동아줄을 타고 하늘에 오르다가 줄이 끊어져 수수밭으로 떨어지고 만다. 썩은 동아줄이었던 것이다.
하늘에 오른 남매, 오빠는 해가 되고 여동생은 달이 되어 오늘도 우리의 밤과 낮을 지켜준다.
어렸을 때, 가끔 핏빛으로 물든 수숫대를 가리켜, 그때 수수밭에 떨어져 죽은 호랑이의 피라고 들려준 어른들의 말을 믿었다.
누구나 다 아는 동화(童話), 그러나 가슴에 심어진 이야기, 이것이 곧 ‘문학의 힘’이라는 것까지 생각하는 독자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권천학(시인·K-문화사랑방 대표)
www.koreatimes.net/오피니언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