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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대로 느낀 대로

김외숙의 문학카페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Apr 10 2026 03:02 PM


1월 중순에 왔는데 벌써 4월, 나는 열흘 후면 우리나라에서의 이번 여행을 마치고 Niagara On The Lake의 집으로 간다.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우리나라의 변화가 눈에 보였다. 청결과 시설의 편리, 질서, 친절 같은, 외출할 때 흔히 보고 느끼게 되는 현상에의 변화다.
‘서울 거리에 휴지통이 없네요!’
최근 캐나다에서 방문한 한 부인이 한 말인데, 휴지통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거리가 깨끗해 놀랐다는 의미였다.
자주 카페에 갔는데 동생이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다 얹어두고 자리를 비운 적이 더러 있었다. 모든 사람의 휴대전화는 더 이상 손안의 전화기가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정보까지 담고 있는, 그 사람 자체란 것이 내 생각인데, 그것을 예사로 테이블 위에다 두는 것이었다.
‘아무도 손대지 않아 언니.’
아무 곳에나 두지 말라는 내 당부에 한 동생의 말속엔, 남의 것엔 손대지 않는다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거리와 화장실이 깨끗하고, 사람들은 줄을 서고, 길 몰라 물으면 휴대전화로 길을 찾아 알려 주고, 아무도 남의 것 탐하지 않는 사회, 어디 그것뿐인가?

동네 길을 걷노라면 ‘여성 안심 귀갓길’이란, 길 위의 표시를 볼 수 있다.
내가 아는 ‘여성 안심 귀갓길’ 표시는 창경궁과 성균관 대학교 사이의 성균관로 5가 길 위에 있다. 동네가 서울의 중앙, 종로구에 있음에도 대학과 고궁의 담 사이에 끼어 시야에서 조금 비킨 탓에 밤길이 염려되었던가 보다. 행여 걷다가 해라도 당할까 ‘여성 안심 귀갓길’이란 표시를 두고 여성들의 통행을 돕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돕는지는 모르지만, 길 위의 표시로 그 길을 걷던 나까지 보호받는 느낌이었다.

 

화면 캡처 2026-04-10 150043.png

성남시

 

이 얼마나 세심한 배려인가?
국민이 나라에 의해 배려받고 보호받는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변화.
이러한 좋은 변화는 나까지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내가 다른 나라에서 기죽지 않고 사는, 보이지 않는 힘이기도 하다.

실은, 지금까지 경험을 통해 믿음을 갖게 된 대표적인 나라가 내게는 일본이었다.
열다섯 해쯤 전, 짝과 함께 한 달간의 여행을 떠났는데, 그 첫 목적지가 일본이었다. 도쿄에서 첫 일정을 마치고 신칸센으로 오사카로 이동하던 그날, 한 달 동안 두 사람이 쓸 여비와 카드, 둘의 여권과 왕복 비행기표, 그 외 운전 면허증이며 모든 신분증 등, 여행은 물론 집에 돌아가서도 필히 지녀야 할 소지품이 든 가방을 내 짝이 신칸센 자신의 좌석에다 두고 내린 것이다. 오사카역에 내린 내 손엔 이미 지나간 기차표와 옷이 든 큰 가방뿐이었는데, 꼼짝도 할 수 없던 낭패였다.

그날 내 짝이, 그 복잡하던 오사카역에서 행여 서로 길까지 잃어 이산가족이 될까, 아무 데도 가지 말라며 한 곳에다 나를 기다리게 한 후 어딜 다녀오더니, ‘됐다, 30분 후에 가방이 올 거야.’라고 했다. 가방에 든 중요한 소지품이 그대로 있을지 없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였음에도 내 짝은 모든 것을 손에 든 사람의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믿음 같았다.

이미 오사카를 벗어나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었을 초특급 신칸센, 그 좌석에 두고 내린 가방을 30분 후에 역무원이 들고 왔었다. 물론 가방 속의 모든 것은 그대로 있었고 한 달간 우리의 여행은 아무 차질 없이 잘 끝났다.
그날 이후로 나는, 일본 사람을 믿었다.

그것을 나는, 이번 여행 중 내 나라에서 보고 느꼈다.
좋은 변화가 안긴 믿음이다.

 

소설가 김외숙.png

 소설가 김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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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times.net/오피니언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노스욕 컴머밸리 한국어학교
  • 리쏘 (Lisso) 안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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