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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통 시절 합주가 인생의 명장면”

위대한 밴드 만든 위대한 케미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pr 19 2026 10:32 AM

넷플 다큐 ‘레드 제플린의 탄생’ 넷플 다큐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영국의 대표적인 하드록 밴드 레드 제플린에 관한 다큐멘터리인데 명곡 ‘스테어웨이 투 헤븐(Stairway to Heaven)’은 들을 수 없다. 미국 록 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인데 ‘스카 티슈(Scar Tissue)’나 ‘바이 더 웨이(By the Way)’ ‘캘리포니케이션(Californacation)’ 같은 히트곡이 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결성 과정과 데뷔 초에 집중하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올 초 공개된 ‘레드 제플린의 탄생’과 지난달 20일 선보인 ‘레드 핫 칠리 페퍼스: 힐렐, 그리고 우리’는 록 역사상 가장 요란한 밴드로 손꼽히는 두 팀이 어떻게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음악을 남겼는지 보여준다.
 


레드 제플린 공인 첫 다큐멘터리, '레드 제플린의 탄생'
 

254ae052-b4c7-4cf4-aa25-2a78c881e6b0.jpg'레드 제플린의 탄생'. 넷플릭스 제공

 

‘레드 제플린의 탄생’은 밴드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첫 번째 다큐멘터리다. 지난해 미국과 영국, 가까운 일본 등에선 극장 개봉했지만 국내에선 OTT로 직행했다. 첫 공식 다큐멘터리인 만큼 이전에 공개된 적 없는 다양한 자료 영상이 담겼다.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드러머 존 보넘(1980년 사망)의 인터뷰도 들을 수 있다.

다큐멘터리는 멤버들의 어린 시절부터 팀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 1968년 데뷔 후 이듬해 두 번째 앨범 ‘레드 제플린 II’ 발매 직후까지 이야기를 다룬다. ‘이미그란트 송(Immigrant Song)’ ‘스테어웨이 투 헤븐’ 같은 곡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첫 30분 정도는 레드 제플린의 노래가 아예 들리지 않아 팬이 아니라면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 스타덤에 오른 뒤 쏟아졌던 숱한 표절 의혹, 난잡하고 방탕한 사생활, 스캔들로 인한 논란도 당연히 언급되지 않기에 이들을 입체적으로 그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레드 제플린이 이야기하는 레드 제플린의 탄생 스토리’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이 영화는 로버트 플랜트(보컬), 지미 페이지(기타), 존 폴 존스(베이스)의 최근 인터뷰와 보넘이 남긴 음성을 통해 이들이 어떤 무명 시절을 거쳤는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인기 하드록 밴드로 거듭났는지 전한다.

 

fcb2637f-4ecb-4dd0-bb3d-11339ae14f25.jpg'레드 제플린의 탄생'에 출연한 레드 제플린의 보컬리스트 로버트 플랜트. 넷플릭스 제공

 

레드 제플린은 미국 블루스와 로큰롤, 사이키델리아에서 영향을 받아 탄생한 밴드다. 이들이 처음 함께 연주한 곡 역시 미국 재즈, 블루스 연주자 타이니 브래드쇼의 ‘트레인 켑트 어-롤린’이었다. 페이지는 넷이 모여 처음 연주한 뒤 “모두의 삶이 뒤바뀐 경험이란 걸 다들 느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사실상 밴드의 리더였던 페이지가 대부분의 곡을 만들었다. 그는 특정 곡이 아닌 앨범 전체로 밴드를 보여주겠다며 데뷔 초 싱글을 내지 않는 강수를 뒀다. 자비로 앨범을 만들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음반사와 계약을 한 덕에 신인 그룹으로선 드물게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미국 시장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모국인 영국이 아닌 미국에서 먼저 첫 앨범을 발표한 전략이 적중해 데뷔하자마자 세계적인 밴드로 자리 잡았다. 영화를 마치며 페이지는 “내 안에 남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걸 갈고닦아야 한다”면서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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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정신적 지주, 힐렐 슬로박
 

8ed40cfc-9474-474e-96c9-fc6251a71f88.jpg레드 핫 칠리 페퍼스. 넷플릭스 제공

 

‘레드 핫 칠리 페퍼스: 힐렐, 그리고 우리’ 역시 1980년대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거슬러 올라가 멤버들의 우정을 통해 밴드의 데뷔 스토리를 전한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사실상 원년 멤버이자 1988년 마약 과다복용으로 세상을 떠난 기타리스트 힐렐 슬로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21세기 들어 레드 핫 칠리 페퍼스를 알게 된 팬들에게 힐렐 슬로박은 그리 친숙한 존재가 아니다. 그룹을 세계적으로 알린 히트작 ‘블러드 슈가 섹스 매직(Blood Sugar Sex Magic)’(1991)이 나올 때 이미 고인이었던 데다 밴드를 거쳐간 여러 기타리스트 가운데선 존 프루시안테가 가장 뚜렷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힐렐에게서 막대한 영향을 받았던 그는 ‘블러드…’ 앨범 제작 과정을 회고하며 “100% 힐렐을 복제할 생각뿐이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다큐멘터리는 문제아들이었던 앤서니 키디스(보컬)와 플리(베이스), 슬로박 ‘삼총사’의 행복했던 소년 시절로 시작해 밴드의 성공과 함께 찾아온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펑크(funk)와 펑크(punk)를 결합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획기적인 사운드는 “구제불능 꼴통”이던 삼총사가 뭉쳐 다니며 영향을 주고받은 끝에 나왔다. 플리의 증언처럼 밴드의 모든 것이 슬로박의 구상에서 나왔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록 베이시스트 중 하나가 된 그가 “힐렐이 아니었으면 베이스도 안 잡았을 것이고 레드 핫 칠리 페퍼스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실제로 슬로박의 영향으로 플리도 베이스를 처음 연주하기 시작했고 이들과 어울리던 중 키디스도 자연스럽게 마이크를 잡게 됐다.

 

5162b52a-ecfd-4d10-b7af-9f4f58a9bcc4.jpeg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전 기타리스트 힐렐 슬로박. 넷플릭스 제공

 

“굶지 않고 월세 정도 내면서 밴드 할 수 있으면 최고의 성공”이라며 즐겁게 음악을 하던 것도 잠시, 밴드의 성공과 함께 멤버들이 마약에 중독되며 삼총사의 단단한 우정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키디스와 슬로박은 마약에 취해 녹음에 빠지거나 공연 도중 무대에서 사라지는 등 기행을 일삼았고 결국 중독과 단약을 반복한 끝에 파국으로 끝을 맺었다. 슬로박의 죽음은 밴드가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키디스는 마약중독과의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고 결국 세계 최고의 밴드로 성장했으며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두 편의 다큐멘터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밴드의 탄생을 다루면서도 혁신적인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단순히 각 멤버의 재능을 더한 총합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밴드 내의 ‘화학작용’이 얼마나 음악 창작에 있어서 중요한지 넌지시 증명한다. 레드 제플린 멤버들은 “밴드 활동이 너무 좋아서 다른 활동이 필요 없었다”고 회고한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플리 또한 훗날의 눈부신 성공에도 데뷔 초 셋이 함께 연주했던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주저 없이 말한다. 위대한 밴드의 필요조건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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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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