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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잠꼬대·만성 변비
내 몸이 미리 보낸 ‘파킨슨병 위험’ 신호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pr 19 2026 10:28 AM
손발 떨림·보행 장애 발생 훨씬 전 수면·후각·배변 등 전구 증상 시작 노화로 생각 말고 꼭 의사 상담을
손발이 떨리고 행동이 눈에 띄게 느려지는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수년에서 수십 년 전부터 뇌 속에서는 ‘조용한 붕괴’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는 도중 몸을 심하게 움직이거나 고함을 지르는 렘수면 행동장애, 원인 없는 변비나 후각 저하 증상은 파킨슨병으로 이어지는 신호일 수 있다.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약 14만3,441명으로, 최근 4년간 약 14% 증가했다. 급격한 고령화 속도와 함께 향후 환자 수가 크게 늘 가능성이 높다.
파킨슨병은 오랜 기간 서서히 진행되는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증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 증상이 일반적인 노화와 구분하기 어려운 점도 조기 발견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매년 4월 11일을 ‘세계 파킨슨병의 날’로 제정한 건 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파킨슨병은 중뇌에 있는 도파민계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발생한다. 도파민은 움직임을 조절하는 핵심 신경전달물질이다. 도파민이 부족해지면 손발 떨림과 움직임 둔화, 근육 경직 등이 나타난다. 증상은 도파민 신경이 60~80% 사라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안정된 자세에서 신체의 일부가 움직이는 떨림,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 근육이 굳어지는 경직, 다리를 끌면서 걷게 되는 보행장애, 자세가 구부정해지면서 쉽게 넘어지는 자세 불안정 등이 전형적인 파킨슨병 운동 증상이다.
정유진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러한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부터 뇌와 신경계의 변화를 알리는 비운동성 전구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전구 증상은 질환 발병 전에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렘수면 행동장애다. 보통 꿈을 꾸는 동안에는 몸이 움직이지 않도록 근육이 일시적으로 마비되지만, 이 장애가 있으면 꿈속 행동을 실제로 하게 된다. 잠을 자면서 중얼거리거나 고함을 지르고, 팔다리를 휘두르는 식이다.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를 추적한 연구를 보면 10년 내 환자의 40~60%가 파킨슨병을 포함한 신경퇴행성 질환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위를 15년으로 넓힐 경우 그 비율은 70~80%로 높아진다. 후각 저하와 원인 없는 만성 변비, 표정이 굳고 목소리가 작아지는 것도 전구 증상 중 하나다. 정유진 교수는 “이런 증상은 노화로 오인되기 쉬워 조기 발견 시기를 놓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병의 진행을 근본적으로 막는 완치법은 없지만, 적절한 치료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기본적인 치료법은 부족한 도파민을 약으로 보충하는 방법이다. 다만 도파민 제제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 몸이나 얼굴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움직이는 이상운동증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조성양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변비 때문에 장운동을 돕는 약(레보설피라이드 성분)을 먹는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약은 파킨슨병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복용 전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는 게 좋다.
약물 치료 효과가 감소하거나 이상운동증이 심해지면 전기 자극으로 증상을 조절하는 ‘뇌심부자극술(DBS)’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뇌 깊은 부위에 전극을 삽입해 전기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떨림이나 이상운동을 완화하는 방법이다.
파킨슨병이 진행되면 운동 장애와 함께 인지 기능 저하도 동반된다. 다만 어떤 인지 기능이 먼저 떨어질 때 치매 위험이 높은지는 그간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국내 연구진이 연관성을 확인했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연구진이 파킨슨병 초기 환자 474명을 3.5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 시각·공간 인지능력이 먼저 떨어진 환자는 기억력 저하군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7.3배 높았다.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성격이 변하는 전두엽 기능 저하 환자와 비교해도 치매 발병 위험이 3.2배 컸다. 영상 검사 결과, 시각‧공간 인지 능력이 먼저 떨어진 환자는 다른 환자군보다 도파민 신경계 소실이 뚜렷했다. 연구를 진행한 정석종 신경과 교수는 “조기에 치매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몸이 보내는 변화의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유진 교수는 “파킨슨병은 눈에 보이는 떨림이나 보행 장애가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수면과 후각, 배변 등 비운동 영역에서 전구 증상이 시작된다”며 “이런 변화를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해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파킨슨병은 적절한 약물치료, 수술만으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호전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글씨가 이전보다 작아졌다 △목소리가 작아지거나 약해졌다 △걸을 때 보폭이 짧아지고 발을 끄는 경우가 많아졌다 △손으로 단추를 잠그는 것이 힘들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을 방문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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