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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불편함 ‘나이 탓’만은 아니다
'디지털 문해력' 중요해져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pr 19 2026 10:28 AM
강의실 풍경이 예전과 달라졌다. 학생들은 눈을 맞추기보다 노트북이나 태블릿 화면을 바라본다. 강의에 무심한 듯 보이지만 잡담을 나누지도 않는다. 각자의 화면 속에서 무언가를 수행한다. 수업을 듣는지 딴짓을 하는 건지 헷갈리지만, 발표를 시키면 놀라운 결과물을 가져온다. 과거에는 자료를 찾고 구조를 잡고 디자인을 다듬느라 며칠이 걸렸을 작업을 몇 시간 만에 완성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있다. 브레인 스토밍부터 발표 자료 제작까지 AI로 해결한다. 필자 역시 AI를 모든 업무에 쓰지만, 그들처럼 자연스럽게 활용하지는 못한다. AI 없이 작업하던 내게 AI가 추가적 도구라면 이들에게 AI는 당연히 활용하는 전제조건이다.
AI가 노동을 대체한다는 소식은 더 이상 남 일 같지 않다. 수술하는 의사조차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청진기를 두르고 설명 위주의 진료를 하는 필자 같은 의사는 더 빠르게 설 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 기술은 늘 효율을 높이고, 그 과정에서 불안을 낳는다. 하이패스가 도입됐을 때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반발하였다.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을 어려워하는 노인과 점주 사이의 마찰도 간간이 뉴스로 들려온다. 머지않아 자율주행이 본격화되면 운수업 종사자들과의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누군가는 살아남겠지만 적응하지 못하면 뒤처진다.
이런 흐름 속에서 ‘디지털 리터러시’가 중요해졌다. 직역하면 디지털 문해력이다. 전자기기를 다룰 줄 아는 능력, 그 안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고 활용하는 능력을 뜻한다. 이제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지 못하면 일상에서 점점 배제된다. 교통 예약도, 병원 예약도, 금융 업무도, 가족과의 소통도 대부분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이뤄진다.
기술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키오스크를 없애거나 디지털 전환을 멈추자고 할 수는 없다. 결국 남는 선택은 배우는 일이다. 처음에는 낯설고 번거롭다. 화면을 여러 번 눌러야 하고, 비밀번호를 기억해야 하고, 실수할까 봐 불안하다. 그러나 몇 번만 반복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오히려 더 빠르고 편리해진다. 요즘 기기들은 예전보다 더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지자체와 복지관, 평생교육원에서 스마트폰과 생성형 AI 강좌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어쩌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동기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익숙한 루틴 안에서도 대부분의 일은 해결된다. 굳이 새로운 방식을 배워야 할 절박함을 느끼지 못한다. 60대 초반인 필자의 어머니도 그렇다. 기안84의 팬이지만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굳이 배우지 않는다. TV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지금 한 번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다음 기술이 등장했을 때는 더 큰 간극이 생긴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는 느려지고, 변화에 대한 저항은 커진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금의 20대도 언젠가는 새로운 기술을 좇아가는 일이 버거워지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노인들도 낯섦을 무릅쓰고 기꺼이 배우며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계속 배우고 적응하는 경험 자체가 다음 변화를 따라갈 힘이 된다.
동시에 기술도 보폭을 맞춰야 한다. 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단순한 구조, 그리고 사용자의 속도를 기다려주는 설계가 필요하다. 키오스크 앞에서 망설이는 어르신이 언젠가는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기술의 발전은 누군가의 배제가 아닌 포용으로 향해야 한다.
장건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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