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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을 통한 한자(漢字)이야기

권천학(시인·K-문화사랑방 대표)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Apr 27 2026 10:53 AM

-恕와 拔本塞源 


오늘은 나의 건망증으로 헷갈리는 한자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2가지의 한자에서 혼선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1. 恕자와 2. 拔本塞源이다.

고전명상을 읽다가 恕자에서 막혔다. 노(怒)? 매우 낯이 익은데... ‘恕’ 자가 갑자기 생소했다. 분명히 알고 있는 글자인데, 알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자였지? 선뜻 생각나지 않았다.
拔本塞源은 ‘발본세본’? 또는 ‘발본쇄원’?으로 읽혔던 기억이 나서 헷갈렸다.

‘정확히 모르면, 모르는 것’이라는 평소의 주장이 나 자신을 그냥 두지 않았다.
아는 것도 몰라지거나 잊어버리는 건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확히 몰라서, 사용하지 않아서, 잘못 사용되는 습관 때문에, 그리고 나이 들어 인지기억이 떨어져서. 지금 나는 이중의 뭐지?
평소의 주장대로 정확이 모르면 모르는 것임은 분명하지만, 실은 나이 들어 인지기억이 떨어져서 일 수 있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tao-yuan-uf0csu4i2bo-unsplash.jpg

언스플래쉬

 

‘恕’자부터 짚어보았다.
一信字是立身之本 所以人不可無我
一恕字是接物之要), 所以終身可行也)
이 문장에서 ‘恕’ 자가 매우 낯이 익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자인지 생각이 안 나고 그저 뱅뱅거렸다.
이야기 나온 김에 풀이를 하자면,
‘일신자시입신지본, 소이인불가무아,
일서자시접물지요, 소이종신가행야’
‘신(信)이라는 글자 하나가 나를 세우는 근본이 되니, 사람에게 없어서는 아니 되고,
서(恕)라는 글자 하나가 더불어 살아가는 요체이니 몸이 다하도록 실행하여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보면 내가 무슨 한문이나 한자에 대단한 실력이 있거나 애용자처럼 보일지 모르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그런 오해가 생길까봐서 오히려 함구하려고 했지만, 도대체 나의 기억력이 희미해지는 것에 대해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노(努)’ 자? ‘여(如)’ 자?... 그렇게 갈팡질팡하면서 엮여지지가 않아서 답답해졌다. 결국은 네이버의 한자사전에 올려봤지만 나오지 않았다. 어찌어찌 해서 알아낸 것이 ‘서’ 자였다.
그러면 그렇지, 용서(容恕)라고 할 때 쓰던 글자가 아닌가. 내참!

또 하나, 拔本塞源이다. 어떻게 읽어야할까? 흔하게 기억에 남는 발음은 발본새본 또는 발본색원 등이다. 학창시절에 교장선생님의 훈화(訓話) 중에 혹은 사회지도층들의 강연에서 곧잘 듣던 단어였다.
옛날이야기 같지만 한때 공산당을 뿌리 뽑자, 간첩을 발본새본 해야 한다, 혹은 사회비리를 바로잡자,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자, 농한기의 도박을 발본새본 하자...식의 구호가 횡행하던 시절에 익숙했던 단어이다.

그 흔하게 사용하던 발본세본의 원래의 올바른 한자표기는 拔本塞源(발본색원)이다. (塞=막힐 색 또는 ‘변방 새’로도 읽는다. 요새(要塞)로도 쓰인다. 그래서 몇 가지의 변용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이나 일상대화에서 발본색원(拔本索源)으로 ‘색’자를 다른 한자표기도 있었고, ‘발본쇄원拔本索源’도 있다. 索=찾을 색,
발본쇄원은 차단, 제거의 의미로 막은 것이라면, 발본색원은 탐색, 규명의 의미로 그 원인을 찾아내어 규명한다는 뜻이 강하다. 그러니 틀린 것은 아니었다.

쉽게 풀이해보자면,
발본쇄원은 나쁜 습관은 하지 못하도록 막거나 들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것이 되고
발본색원은 나쁜 습관의 원인을 찾아내어 원천을 없애자 즉 뿌리를 뽑자는 의미다.
부정부패를 막자는 것과 뿌리 뽑자는 것과 같다. 둘 다 같은 의도, 같은 의지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더 쉽게 예를 들자면 독초(毒草)가 있다고 하자.
독초가 자꾸만 솟아나면 그 솟아나는 싹을 잘라내 버리는 것이 발본쇄원이라고 한다면, 뿌리까지 뽑아내어버리는 것이 발본쇄본이다. 좀 더 강하고 덜 강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 뜻이나 의도는 비슷하다. 원천봉쇄와 임시방편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 말의 용례인 한서(漢書)》에서 拔本塞源,毋使復生(발본색원, 무사복생)으로 되어있다.
‘근본이 되는 뿌리를 뽑아 그 근원을 막아 다시는 생겨나지 못하게 하라’이다.
그러므로 그 단어의 원전(元典) 표기는 발본색원(拔本塞源)이다.

한 번 더 정리하면
拔本塞源,발본색원/拔本索源,발본새원, 또는 발본삭원,/
같은 의미 혹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기는 하나 정확한 표기는 拔本塞源(발본색원)임을 이참에 알아두면 좋겠다.

누구나 건망증도 있을 것이고 나이 들면서 인지능력의 감소로 인한 것도 있을 것이고, 애초부터 정확히 모르는 탓도 있을 것이므로 어떤 이유에서든 이번엔 다시 한 번 정확히 짚어보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

나의 나쁜 습관은 고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애시당초 발본색원하여 없애야하겠다.
벤자민 프랭클린도 말했다. “고치는 것보다 예방하기가 더 쉽다”고.
의료정책에 있어서도 치료보다는 예방정책에 더욱 힘쓰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그것이 곧 사회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

 

권천학(시인·K-문화사랑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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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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