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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세월의 잔인함...
프라다 대신 현실 입은 ‘악마’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y 03 2026 11:18 AM
메릴 스트리프·앤 해서웨이, 속편 뭉쳐 화려한 의상·스타 특별 출연 볼거리
프라다를 입고 독설을 쏟아내던 ‘악마’가 20년 만에 돌아왔다. 악마의 비서로 좌충우돌하던 사회초년생도 함께다. 20년이 지난 만큼 바뀐 것도 많다. 독설의 날은 무뎌졌고 신입사원도 어느새 중견 기자가 됐다. 올 상반기 할리우드 최고 화제작 가운데 하나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가 29일 한국 상영을 시작했다. 미국보다 이틀 앞선 전 세계 최초 개봉이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세계 최고의 패션지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 역의 메릴 스트리프와 기자를 꿈꾸며 런웨이에 입사했던 앤디를 연기한 앤 해서웨이를 비롯해 미란다의 비서 에밀리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에밀리 블런트, 미란다의 오른팔 나이젤로 출연했던 스탠리 투치까지, 1편의 주역들이 속편에서 다시 뭉쳤다. 주연급 캐스팅이 같다는 건 대학을 졸업하고 패션 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젊은 여성의 성장 서사를 반복할 수 없다는 뜻. 전작에 이어 의기투합한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 두 작가 앨린 브로시 매케나, 로런 와이스버거 등은 “1편의 가치를 훼손시키고 싶지 않다” “단지 돈을 위한 속편은 싫다”며 속편 제작을 내켜 하지 않았던 두 주연배우 스트리프와 해서웨이를 어떤 이야기로 설득했을까.
1편이 칙릿(20, 30대 여성의 일과 사랑을 달짝지근하게 그리는 소설) 원작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속편은 꽤나 심각한 소재를 다룬다. 해외 언론 시사 후엔 “영화의 일부가 저널리즘이 처한 고통스러운 상황에 대한 다큐멘터리 같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미국 평론가 톰리스 라플리)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그래서인지 초반부터 무겁다. ‘런웨이’를 떠나 능력을 인정받는 언론인으로 성장한 앤디는 20년간 다니던 신문사에서 갑작스레 해고 통보를 받는다. ‘런웨이’ 사정도 썩 좋지 않다. 가뜩이나 회사 매출이 뚝 떨어진 상황인데 잡지에서 집중 조명했던 패션 기업이 노동자를 착취하는 악덕 회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광고 중단 위기에 처한다. 신문사 시절 연봉의 2배를 받고 ‘런웨이’의 구원투수로 스카우트된 앤디는 몰락하는 잡지를 구할 수 있을까.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네 배우의 복귀만으로도 1편을 좋아했던 관객을 설레게 한다. 이들은 20년 세월이 비껴간 듯한 매력으로 시선을 붙든다. 눈부실 정도로 화려한 패션도 눈을 즐겁게 한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몰리 로저스가 의상을 전담했는데 해서웨이는 극 중 47벌이 넘는 의상을 소화한다. 레이디 가가, 존 바티스트 등 유명 스타들의 특별 출연도 눈에 띈다.
1편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전작의 성공을 답습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꽤나 도전적인 영화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듯한 노력이 곳곳에 배치됐다. 패션계의 여왕처럼 군림하던 미란다는 광고주인 명품 브랜드의 눈치를 보고, 잡지 편집 대신 온라인 조회수를 걱정한다. 직장 내 괴롭힘이 문제시되고 정치적 올바름이 중요해지면서 코트도 직접 옷걸이에 걸어야 하고 ‘뚱뚱하다’는 단어도 쓰지 못한다.
다만 달콤쌉쌀한 청춘의 성장이나 패션 업계의 이면을 엿보는 재미에 빠졌던 과거의 관객이 ‘레거시 미디어 지키기’라는 보수적인 소재에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두 주인공의 변화에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앤디는 성장이 필요 없는 완벽한 저널리스트에 지략가로 처음부터 활약을 이어가고, 매운맛 애호가에게 특히 사랑받았던 미란다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됐다. ‘런웨이’의 최대 광고주인 디올의 임원으로 등장해 반전의 재미를 주던 에밀리가 갑자기 ‘빌런’으로 바뀌기도 한다. 진지한 문제를 꺼내 놓고는 가벼운 해결책으로 마무리하는 결말 또한 아쉬운 지점. 좋은 의도에 만듦새도 나쁘지 않지만 1편만큼 관객을 끌어당기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앤디의 부하직원으로 등장하는 중국계 캐릭터 진차오와 관련해 개봉 전부터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이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다만 이름이 서구에서 동양인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인 ‘칭챙총’을 연상시킨다는 점, ‘공부만 잘하는 아시아인’이라는 스테레오타입 캐릭터라는 점에서 다소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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