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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주간한국

뚝딱거려도 진지한 매력...

‘대문자 I’라 더 관심 있습니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y 03 2026 11:15 AM

주인공이 된 ‘내향인’ 캐릭터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에서 우승하고도 좀처럼 TV에서 볼 수 없었던 최강록 셰프가 ‘극 I(내향형)’ 절친과 손잡고 지상파 고정 예능에 뛰어들었다. 로맨스 드라마는 전에 없던 ‘집돌이’ 남자 주인공을, 동거 예능은 외향인 사이에 놓인 내향인의 생존법을 비춘다. 과묵하고 낯가리는 출연자를 콘텐츠 전면에 세운, 바야흐로 ‘내향인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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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 프로그램 '최강로드-식포일러'에 출연한 최강록 셰프. SBS 제공

 

21일 첫 방송한 SBS 8부작 예능 ‘최강로드-식포일러’는 흑백요리사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최강록·김도윤 셰프와 MC 데프콘이 전국 방방곡곡 숨겨진 맛의 비밀을 파헤치는 미식 여행 프로그램이다. 여타 쿡방, 먹방과 다른 점은 수줍음 많고 내향적인 두 셰프의 관계성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손정민 PD는 “두 분은 아무것도 안 해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내향인들”이라며 “맛에 대해서만큼은 ‘입이 터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 반전 매력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골의 사이좋은 노부부 같다”는 데프콘의 말처럼 두 사람은 눈빛만 봐도 대충 통하고, 서로 존중하며 조용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음식에 대해서만큼은 소신을 굽히지 않는 모습이 재미 포인트다. 거대한 지리산 흑돼지를 눈앞에 놓고 “숙성해야 한다” “숙성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며 한마디씩 주고받은 장면이 대표적이다. 과묵한 셰프들이 한 번씩 털어놓는 속얘기엔 진정성이 담겨 있다. “속도가 안 날 뿐 나도 나름 노를 젓고 있다. 잔잔하게 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최강록의 고백은 묵직한 울림을 줬다.

 

3681d9f1-104a-4ad7-8fde-3823fd040d46.pngSBS '최강로드-식포일러'에 출연한 김도윤 셰프. SBS 제공

 

베테랑 예능인들도 내향적인 성향을 감추는 대신 나만의 캐릭터로 승화하고 있다. 장도연은 10일부터 방영 중인 tvN 동거 관찰 예능 ‘구기동 프렌즈’에서 내향인 룸메이트의 생활 고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함께 사는 친구들과 웃고 떠들다가도 가장 먼저 방에 들어가 조용히 잠을 청하거나 책을 읽고, 출근길 아무도 마주치지 않으려 혼자만의 첩보전을 펼치다 들킨 뒤 뚝딱거리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무해한 웃음을 자아낸다.

 

c84d1074-4367-424f-8849-713693bf99a1.pngtvN 예능 프로그램 '구기동 프렌즈'에서 장도연이 룸메이트 몰래 출근하기 전 공진단과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tvN 제공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도 달라졌다. 13일부터 공개 중인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3’의 신순록(김재원)은 밖에서 일할 땐 ‘저전력 모드’로 에너지를 최대한 아꼈다가, 집에 돌아온 순간 ‘풀 충전’ 모드로 전환하는 확고한 ‘집돌이’다.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지는 순록의 세포마을도 낮 시간엔 이성세포만 홀로 힘겹게 일하는데, 순록이 사랑에 빠지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시청자들은 “나도 집에 들어설 때 가장 설렌다” “집돌이를 움직이는 건 찐사랑뿐”이라며 공감을 보냈고, 플랫폼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내향인들이 방송가에서 각광받게 된 건 우리 사회가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예전에는 내향적인 성향이 사회생활에 불리하다고 봤지만, 지금은 개인의 개성과 성향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분위기”라며 “오히려 내향인은 생각이 깊고 몰입에 강점을 가진 매력적인 캐릭터로 보이기도 한다”고 짚었다.

 

ddb1e427-0b4d-44c1-80f0-0b9f1a7604d6.png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3'의 남자 주인공 순록(김재원)이 퇴근 후 집에서 혼자만의 영화 관람을 즐기는 장면. 티빙 유튜브 캡처

 

무엇보다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리얼리티와 신선함에서 강점을 가진다는 분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외향인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연기할 때보다 내향인이 숨겨왔던 모습을 보여줬을 때 대중은 더 ‘진짜’ 같다 느끼고, 크게 이입한다”며 “그간 미디어에서 조명되지 않았던 캐릭터라는 점에서 신선함과 카타르시스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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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times.net/주간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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