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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주간한국

‘소원 앱’의 저주

“여고괴담처럼 신인 등용문 됐으면”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y 03 2026 11:11 AM

‘기리고’ 연출한 박윤서 감독 신선한 대본 맞춰 신인 주인공 발탁 장르 계속 변주해 혼란·궁금증 유발 넷플릭스 국내 1위·글로벌 3위 흥행


수학 성적이 콤플렉스였던 고등학생 형욱이 갑자기 학력평가에서 수리영역 만점을 받는다.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절친들에게 형욱은 스마트폰을 들어 보인다. “내 비밀은 ‘기리고’야. 소원을 들어주는 앱(애플리케이션)이지.” 친구들이 코웃음을 치며 자리를 뜨자 형욱의 휴대폰에 24시간 타이머가 켜진다. 그리고 남은 시간이 0이 된 순간, 형욱은 모두의 앞에서 참혹한 죽음을 맞는다.

 

ce609293-52e9-4aa9-a8e6-5619dca88cd6.jpg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에서 중학교 때부터 절친인 세아(전소영·왼쪽부터), 나리(강미나), 하준(현우석), 건우(백선호)가 심각한 표정으로 저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지난달 24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기리고’는 소원을 이뤄주는 앱으로 인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예고 받은 고등학생들이 저주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8부작 시리즈다. 잔혹한 묘사 탓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는데도 금방 입소문을 타면서 국내 시리즈 1위, 글로벌 3위(플릭스패트롤 기준)에 올랐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주인공인 다섯 친구 세아(전소영), 나리(강미나), 건우(백선호), 하준(현우석), 형욱(이효제) 역할이 모두 신예 배우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역시 신인으로 첫 단독 연출에 도전한 감독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캐스팅이다. 28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박윤서 감독은 “장르 특성상 신선한 배우가 나와야 더 진짜 같은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대본의 신선함을 배우를 통해서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설명했다.

배우 대부분이 첫 주연급 발탁이었던 만큼 열정이 남달랐다. 박 감독은 “다들 대역 없이 몸을 부딪치다 보니 거꾸로 멍을 가리기 위한 분장이 필요했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촬영 준비도 치열했다. 육상선수 세아로 변신하기 위해 전소영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피부를 까무잡잡하게 태웠다. 이효제는 감독의 요구에 흔쾌히 20㎏를 증량했고, 백선호는 악령에 빙의하는 기괴한 움직임을 실감 나게 표현하려 안무가 특훈을 받았다.

여기에 연기력이 증명된 전소니와 노재원이 무당 커플 ‘햇살’과 ‘방울’로 합류해 중심을 잡는다. 학원물로 보였던 이야기를 오컬트 장르로 전환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젊은 무당 조력자 자체는 영화 ‘파묘’를 연상시키지만, 제주 무속신앙 요소를 입혀 독특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성했다. 햇살이 뱀신을 모신다는 설정이나, 방에 붙여놓은 하얀색 무구(巫具) ‘기메’ 등이 대표적이다. 박 감독은 “한국적인 요소를 디테일하게 넣었을 때 해외 시청자가 더 신선하게 느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c9ec4964-c762-4638-ac97-a845ab3c40e8.jpg'기리고'에서 무당 커플인 방울(노재원·왼쪽)과 햇살(전소니)이 세아의 저주를 풀기 위한 의식을 준비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가장 큰 고민은 ‘끝까지 무섭게 끌고 가는 것’이었다. 박 감독은 “계속 장르를 변주하고 구성을 비틀어 혼란과 궁금증을 유발하려 했다”며 “세아가 저주의 공간으로 들어갔을 때는 1인칭 공포 게임처럼 느껴지도록 보디캠을 활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잔혹한 자해 장면이 반복되는 데 대해선 고민이 많았다. 그는 “점프 스케어 위주의 기존 호러물과 차별화하려면 직접적인 고통을 보여줘야 했다”면서 “대신 자의가 아닌 타의로 조종당한 행위임이 명확히 보이도록 연출에 신경 썼다”고 덧붙였다.

 

83462b12-c692-42c8-8d10-99ff762eda9a.jpg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를 연출한 박윤서 감독. 넷플릭스 제공

 

기리고는 세계관 확장을 암시하며 막을 내린다. 박 감독은 방울과 햇살의 서사나, 저주 공간에 갇힌 나리의 이야기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기리고가 영화 ‘여고괴담’ 시리즈처럼 차세대 인재 등용문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시즌제로 제작할 수 있다면 새로운 얼굴을 계속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한 목표입니다.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건 정말 중요하니까요.”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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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times.net/주간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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