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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에 담긴 캐나다 이민 가정의 비극
'잃어버린 말들', 전주국제영화제서 상영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May 06 2026 04:35 PM
토론토 1.5세 이민숙 감독 연출
【서울】1982년 가을, 어머니는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스스로 삶을 마쳤다.
토론토의 한인 이민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 당시 12세였던 딸이 받아들이기엔 너무 큰 상처였다. 어머니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어머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영어를 못하는 아버지와 한국어가 서툰 딸은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다.

다큐멘터리 '잃어버린 말들'의 한 장면. 서울 한국일보 사진
딸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20년을 살고 나서야 어머니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버지가 너무 나이 들어 모든 기억이 사라질까 덜컥 겁이 났기 때문이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인 '잃어버린 말들'은 이민 가정의 비극을 다룬 사적인 다큐멘터리인 동시에 국가의 폭력이 어떻게 가족과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한 사회적 자료다.
다큐멘터리가 추구하는 진실이 어떻게 주관적인 판단과 거짓, 불확실한 기억 등으로 왜곡될 수 있는지 일깨우는 ‘메타 다큐’이기도 하다.
한국일보(서울)가 2일 전북 전주 영화의거리 카페에서 만난 이민숙(56) 감독은 “(어머니의 죽음은) 지금의 내 모습을 갖추게 한 가장 강력한 토대가 됐던 고통스러운 사건인 데다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만큼 감정적인 용기도 없어 마주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어머니에 대해 한국어로 아버지와 이야기하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다는 그는 통역을 통해서나마 해묵은 숙제를 마칠 수 있었다.

'잃어버린 말들'을 연출한 이민숙 감독. 서울 한국일보 사진
3세 때 부모와 캐나다로 이민한 이 감독은 대학 졸업 후 방송 기자로 일하던 중 2000년대 초부터 다큐멘터리 연출을 시작했다. 멕시코 출신 이주민에 대한 노동력 착취를 폭로한 ‘계약(2003)’을 시작으로 한국전쟁으로 인한 이산가족을 다룬 캐나다 제미나이 어워즈 수상작 ‘호랑이 정신(2008)’ 등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
2019년엔 연방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현재 토론토 온타리오예술디자인대 부교수로 영화를 가르치고 있다.
‘잃어버린 말들’은 그가 만든 다큐멘터리 중 가장 개인적인 내용을 담은 작품으로 지난해 가을 토론토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영화에서 이 감독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지인들을 찾아 기억을 꿰맞춘다. 이 감독이 기억하는 어머니는 말이 없으며 우울했지만, 아버지는 어머니와 연애하던 시절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어머니의 고향 전남 화순의 가족과 지인들도 어머니가 활달하고 대장부 같은 성격이었다고 기억했다. 이승만 정권 당시 군 수사정보기관인 특무부대에서 일했다는 아버지의 주요 업무는 간첩 색출이었다.
이 감독의 가족은 시작부터 위태했다. 어머니가 첫째를 임신했을 당시 아버지에겐 이미 처자식이 있는 상태였다. 부부간 싸움이 시작되자 아버지는 폭력으로 해결하려 했다. 아버지 주위의 지인들이 모두 알고 있을 정도로 폭력의 빈도는 잦았다. 어머니가 밤새 일해 번 돈의 일부는 한국에 있는 첫째 아내와 자녀에게 보내지기도 했다. 어머니가 가족을 떠나기로 결심한 진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당시 검시관에게 “향수병으로 인한 우울증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감독은 수십 년간 “감정을 억누르고 외면하려 애썼다”고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가정 폭력에 노출돼 있는 사람은 나만이 아니며 이 문제를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 곪아버릴 것”이라는 생각에 영화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어머니가 가정폭력의 희생자였다는 일차원적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었다.
대신 이 감독은 폭력의 근원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다. 이 감독은 “우리 가족이나 엄마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것 중엔 한국전쟁과 군부 독재, 폭력성을 남자답다고 여기는 문화 등 집단적이고 복합적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말들’은 다큐멘터리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아버지의 모든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면서도 “모든 것을 의심한다”고 말한다. 아버지뿐만 아니라 자신의 기억도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고 인정하는 장면도 있다. 이 감독은 “다큐멘터리가 보여주는 것은 진실의 일부일 뿐”이라면서 “그럼에도 우리가 다큐멘터리를 통해 계속 질문해야 하는 건 그것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차기작에서 한국의 분단 상황을 다룰 예정이다. “한국은 휴전 상태이지 종전된 것이 아닙니다. K팝과 K뷰티를 이야기하면서 이런 점을 간과하곤 하죠. 강대국들은 한국이 통일되거나 종전되는 것보다 휴전 상태를 유지하길 바라는 것 같기도 합니다. 교포이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로운 시각으로 현재의 한국 분단 상황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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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