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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획기사

“하늘의 법조인이자 교통경찰”

트렌튼 기지서 만난 한인 여성 관제사


  • 조휘빈 기자 (ms@koreatimes.net)
  • May 08 2026 02:42 PM

[캐나다군 관제사 오세은 중위 인터뷰] 캐나다군 항공관제 현장 공개 낙하산 강하·전투기·조류 위험까지 통제 “의심에 발목 잡히지 말고, 일단 도전해보길”


 

캐나다 온타리오주 트렌튼 공군기지 활주로를 내려다보는 관제탑 안에서는 군용기와 차량, 낙하산 강하 훈련, 야생동물 위험까지 동시에 관리하는 긴장감 높은 업무가 이어진다. 민간 공항의 항공관제가 정해진 노선과 대량의 항공기 흐름을 다루는 일이라면, 군 관제는 예측하기 어려운 훈련 상황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본보는 지난달 15일 트렌튼 기지를 방문해 캐나다군 소속 관제사들의 근무환경을 살펴봤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한인 여성 관제사 오세은 중위는 자신의 일을 "하늘의 법조인이자 교통경찰"이라고 설명했다. 항공법과 규정을 숙지해 매 상황에 적용하고, 항공기와 차량, 낙하산 강하 인원 등 관제 구역 안의 모든 움직임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안내해야 한다는 의미다. 오 중위는 “민간 공항은 운항량이 많고 바쁘지만 비교적 규칙적”이라며 “반면 군 관제는 운항량은 낮을 수 있어도 훨씬 복잡하고,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군 비행장에서는 항공기 이착륙과 함께 낙하산 강하, 드론 활동, 글라이더 훈련, 전투기 훈련 등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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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는 지난달 15일 트렌튼 기지를 방문해 한인 여성 관제사 오세은 중위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하 사진 최이지수 기자

 

군용기부터 야생동물까지…트렌튼 관제탑의 긴장감

관제사의 판단은 곧 안전과 직결된다. 선임 관제사인 최예나 대위는 공군 관제사의 임무에 대해 “군용 항공기가 공역 안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관리하는 것”이라며 “조종사와 실시간으로 교신하며 이륙과 착륙 순서를 조정하고 항공기 간 안전거리를 유지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현장 상황은 시뮬레이터에서도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다. 트렌튼 기지의 관제 훈련실에서는 날씨 변화, 비와 눈, 활주로에 갑자기 동물이 나타나는 상황, 항공기 화재와 같은 비상 상황까지 구현할 수 있다. 낙하산 강하 훈련도 시뮬레이션으로 재현된다. 관제사는 레이더 정보를 참고하지만, 실제 타워 근무에서는 창밖을 직접 확인하는 시각 관제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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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 관제사 최예나 대위는 공군 관제사의 임무에 대해 “조종사와 실시간으로 교신하며 이륙과 착륙 순서를 조정하고 항공기 간 안전거리를 유지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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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은(오른쪽) 중위와 최예나 대위가 관제 시뮬레이터를 시연하고 있다. 트렌튼 기지의 관제 훈련실에서는 날씨 변화, 비와 눈, 활주로에 갑자기 동물이 나타나는 상황, 항공기 화재와 같은 비상 상황까지 구현할 수 있다.

 

조류 위험도 군 비행장의 중요한 변수다. 현장에서는 맹금류를 활용해 활주로 주변 새들을 쫓는 야생동물 관리팀도 만났다. 조류 충돌은 항공기 안전에 치명적일 수 있어, 기지에서는 매와 같은 새를 활용해 활주로 주변의 야생 조류를 분산시킨다. 오 중위는 “조류가 비행기에 정말 치명적이기 때문에 이들의 도움이 크다”고 말했다. 트렌튼 기지에서는 민간 야생동물 관리 전문업체인 Falcon Environmental과 협력해 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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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은 중위가 트렌튼 기지 활주로에서 임무 수행중인 매를 소개하고 있다. 트렌튼 기지에서는 민간 야생동물 관리 전문업체인 Falcon Environmental과 협력해 매와 같은 새를 활용해 활주로 주변의 야생 조류를 분산시킨다.

 

시험과 평가의 연속…캐나다군 관제사가 되는 길

오세은 중위가 관제사를 꿈꾸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그는 활공기와 경비행기 자격증을 따며 처음 관제사의 존재를 알게 됐다. 당시 조종 훈련 중 관제사의 지시를 따르며 자신의 안전을 그들에게 맡기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고, 그때부터 “관제사는 정말 멋진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캐나다군 관제사가 되는 과정은 쉽지 않다. 면접, 신체 적합성 시험, 직업 적성 시험을 통과해야 관제사 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 이후 강도 높은 교육을 마치면 배정된 공항에서 실무 훈련을 시작한다. 데이터, 지상 관제, 타워 관제로 이어지는 단계마다 자격을 받아야 하고, 전체 과정은 시험과 평가의 연속이다.

현재 오 중위는 실무 훈련을 모두 마치고 당직 관제사로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다음 목표는 시계 관제 교관 자격을 얻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계기 관제 자격을 취득하고, 충분한 경험을 쌓은 뒤 민간 공항 관제사로도 일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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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은 중위는 군인의 꿈을 가진 후배들에게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발목을 잡게 두지 말고, 그냥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꿈을 이루면 큰 성취가 될 것이고, 설령 이루지 못하더라도 넘어지고 다시 일어섰던 경험이 새로운 길을 개척할 때 용기가 되어줄 것”이라고 격려했다.

 

“소수자 중의 소수자”…편견을 넘어선 도전

한국계 캐나다인 여성이라는 배경도 그의 군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 오 중위는 자신을 “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자”라고 표현했다. 한국계이자 여성이고, 겉모습도 흔히 떠올리는 군인의 이미지와 달라 편견과 시선을 견뎌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럴 때마다 계속 깨부수며 나아갔다”며 “타인들의 선입견은 진정한 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 중위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지상 관제 훈련 단계를 꼽았다. 여러 업무가 한꺼번에 몰려오고, 최종 관제사 자격을 얻기 전까지 언제든 탈락할 수 있다는 압박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한 달간 휴식을 선택했다. 복귀가 두려웠지만, 충분히 쉬고 돌아온 뒤 오히려 심리적으로 편안해졌고 훈련도 더 수월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그는 “몸이 신호를 보낸다면 쉬는 것을 허락했으면 좋겠다”며 “휴식은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무기”라고 말했다.

비슷한 꿈을 가진 이들에게 오세은 중위는 도전을 권했다. 그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발목을 잡게 두지 말고, 그냥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꿈을 이루면 큰 성취가 될 것이고, 설령 이루지 못하더라도 넘어지고 다시 일어섰던 경험이 새로운 길을 개척할 때 용기가 되어줄 것”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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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빈 기자 (ms@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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