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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 전기영화 ‘마이클’
관객은 열광, 평단은 혹평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y 09 2026 09:30 AM
'팝의 제왕' 마이클 잭슨(1958~2009)의 첫 전기 영화 '마이클'이 지난달 공개됐다. 이날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은 내한 공연을 방불케 하는 열기로 달아올랐다. 팬들은 잭슨의 히트곡이 나올 때마다 응원봉을 흔들었고 상영이 끝나고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는 앙코르 무대를 즐기듯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거나 잭슨의 안무를 따라 했다. 잭슨이 즐겨 입던 무대 의상과 비슷하게 차려입은 관객도 있었다. 국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팬들이 모인 '마이클' 상영관은 어김없이 춤과 떼창, 환호로 들썩이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를 포착한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마이클 잭슨을 연기한 자파 잭슨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삼촌이 남긴 글을 읽으며 단지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 담긴 본질을 배우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 노래는 자파의 노래와 실제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디지털로 믹스해서 완성했다. 자파는 과거 마이클 잭슨과 목소리가 너무 비슷해서 데뷔 앨범 발매가 불발된 적도 있다고 한다. 사진은 1983년 ‘비트 잇’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을 재현한 장면.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영화 '마이클'의 흥행 돌풍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24일 먼저 개봉한 미국에선 첫 주말 사흘간 9,700만 달러(약 1,430억 원)를 벌어들이며 '오펜하이머'(8,200만 달러)를 제치고 역대 전기 영화 오프닝 신기록을 세웠다. 영화 흥행과 함께 잭슨의 음악도 다시 주목받으며, 개봉 첫 주말 주요 음원 플랫폼에서 스트리밍 횟수가 전주 대비 116% 늘었다.
영화의 뜨거운 흥행과 달리 평단의 반응은 싸늘하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관객 추천 지수는 4일 기준 98%에 이르는 데 반해 평론가 지수는 38%에 그친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형편없다"(뉴욕포스트) "영화가 아니라 밀랍인형 박물관이다"(벌처) "악마 같고 영혼 없는 돈벌이 수단"(인디펜던트) "하지 않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뉴욕타임스) 등 혹평이 이어진다. 히트곡 '배드(Bad)'의 가사를 가져와 "나쁘다, 나쁘다, 정말 정말 나쁘다(It's bad. It's bad. It's really, really bad)"고 쓴 매체도 영국 BBC를 비롯해 여럿이다.
실제로 '마이클'은 인물 접근 방식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는 잭슨이 어린 시절 아버지의 학대에 가까운 훈련 속에서 형제 그룹 잭슨5의 일원으로 스타가 된 뒤 아버지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성공하기까지 과정을 그린다. 그러나 파란만장한 삶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가 생략됐다. 음악 창작 과정에 대한 구체적 묘사나 인물에 대한 깊은 탐구는 찾아볼 수 없고, 잭슨의 음악 인생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친 음악가들인 다이애나 로스, 스티비 원더, 폴 매카트니 등과의 교류도 모두 빠졌다. 세계적인 팝 스타인 막냇동생 재닛을 비롯해 10남매 중 첫째인 큰누나 레비와 남동생 랜디 캐릭터도 계약 문제로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 '마이클'의 도입부는 마이클 잭슨이 형들과 함께 활동했던 그룹 잭슨5 시기를 다룬다.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검찰의 불기소 처분, 배심원 무죄 판결로 마무리된 두 건의 아동 성추행 의혹 또한 영화에서는 다뤄지지 않는다. 관련 장면은 촬영까지 마쳤으나 고소 당사자에 대한 언급을 금지하는 합의서 조항이 뒤늦게 확인되면서다. 제작사는 촬영 분량을 모두 폐기하고 시나리오를 뜯어고쳐 다시 촬영한 끝에 완성할 수 있었다. 재촬영에 소요된 비용만 5,000만 달러(약 735억 원)다. 시나리오가 바뀌고 방향성이 바뀌면서 영화는 잭슨에게 혐의가 제기되기 전인 1987~1988년 '배드' 앨범 투어 장면으로 끝맺는다.
'마이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는 이 영화가 팬들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전기 영화라기보다 성공 스토리가 곁들여진 히트곡 모음집 성격의 퍼포먼스 영상에 가깝다. 납작하게 압축된 역사는 오히려 쇼츠 영상에 익숙한 세대에게 잭슨의 성공 서사를 간단하게 이해하게 해주고, 서사와 맥락을 입은 히트곡은 더욱 온전하게 관객에게 다가간다. 팬이라면 잭슨의 명곡이 극장 안에 울려 퍼질 때마다 쿵쿵 뛰는 가슴을 주체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 마이클 잭슨의 1983년 모타운 25주년 기념 공연 중 '빌리 진' 라이브 퍼포먼스와 조카 자파 잭슨이 연기한 영화 '마이클'의 재현 퍼포먼스 비교. 유튜브 캡처
흥행의 일등 공신은 혹독한 연습 끝에 생전의 마이클 잭슨을 스크린 위로 불러낸 잭슨의 조카 자파(형 저메인의 아들)다. 데뷔작으로 주연을 맡은 그는 삼촌의 안무는 물론 사소한 몸동작과 말투까지 흉내 내며 관객을 설득시킨다. 전매특허인 문워크를 선보이며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모타운 25주년 기념 공연에서의 ‘빌리 진(Billie Jean)’, ‘비트 잇(Beat It)’과 ‘스릴러(Thriller)’ 뮤직비디오 촬영 장면,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1988년 영국 런던 웸블리 콘서트에서의 ‘배드'’ 퍼포먼스 장면 등은 마치 실제 잭슨의 영상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마이클'.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영화가 끝난 뒤 '그의 이야기는 계속된다(His story continues)'라는 자막이 나오며 속편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실제로 제작진은 최근 속편 제작을 공식적으로 알리며 올 연말이나 내년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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