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스캠(Scam)
김외숙의 문학카페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May 11 2026 10:20 AM
“이거 스캠(Scam) 같아!”
“스캠? 설마!”
거래 은행에서, 내가 보여준 이 메일을 심각하게 들여다보던 창구의 직원(Bank Teller)과 내가 나눈 대화였다.
‘아무리 사기가 횡행한 세상이라지만, 이미 세상 떠나고 없는 사람 이름으로?’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싶었다.
설마, 라는 말과 표정에서 내가 수긍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직원이 다른 직원을 불러 함께 읽으며 그 메일에 있던 정보를 더 추적했다.
“스캠(Scam)이야!”
그 직원이 내린 결론이었다.
마치 내가 은행직원을 상대로 사기 치다가 들킨 것처럼 얼굴이 확 더웠다.

픽사베이
4월의 세금 보고를 앞두고 관련 문서들이 올 시기라, 이웃 동네에 사는 지인에게 우편물과 집을 부탁하고, 나는 석 달 동안 서울에 가 있었다.
서울에 있던 2월 어느 날, 벤프에 사는 내 짝의 큰아들이 내게 이메일 하나를 보냈는데,
그것은 이미 고인이 된 아버지 이름의 이메일로, 캐나다 국세청에서 보낸 것이었다.
그 이메일은 2024년 세금 환불에 관한 내용으로, 아버지 이름으로 온 것이니, 캐나다 집에 가면 은행에 들러, 이 내용의 진위에 대해 문의하라며 벤프의 큰아들이 내게 보낸 것이었다.
내 짝이 세상을 떠난 후 마무리한 여러 일, 특히 끝까지 추적해 세금을 징수하던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람은 떠났어도 계산은 남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미 천국 시민이 되었어도 이 세상과의 계산은 분명히 하도록 하는 것은, 국세청의 방침이요 의무였을 것이다.
그 과정을 경험한 입장이었던지라 환불(Refund)이란 내용의 이 메일을 받았을 때, 그 이메일에 대한 진위 가리기는 잊은 채, 국세청이 너무 많이 받아서 많이 받은 만큼 ‘환불’을 하려는 줄로 여겼다. 세금 보고 후 흔히 있던 일이 환불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스캠, 곧 사기라고 했다.
그러니까, 가짜 환불이란 단어에 내가 미혹된 것이었고, 그것은 내 속에서 그만큼의 돈을 욕심냈었다는 의미였고, 그래서 낯을 들 수 없었다.
집에서 걸어 다닐 정도로 가까운 은행, 모르는 얼굴 하나도 없는 그 작은 은행과 스무 해 넘게 거래하고 있는데, 남사스러워서 앞으로 어떻게 얼굴 들고 드나들까 하는 걱정부터 앞섰다. 은행 문을 나서던 내 뒤꼭지에 불이 붙은 것 같았다.
집에 와 생각하니 내가 겪은 그 일이,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스캠에 오히려 내 발목이 잡혀 금융 정보를 고스란히 사기꾼에게 노출할 뻔한 위기 직전에 은행직원에 의해 보호받은 일이었다.
도저히 그대로 있을 수 없었다.
우리 동네에 새로 생긴 카페에 갔다.
달달한 것 사 들고 은행에 다시 갔더니 직원들 모두가 ‘왜 또? 너 괜찮아?’하는 표정으로 일제히 바라보았다.
“고마워, 나 구해줘서.”
달달한 보따리를 전하고 받으며
은행직원들도 나도 함박웃음을 웃었다.

소설가 김외숙
www.koreatimes.net/오피니언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