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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유적지의 총기난사사건

권천학(시인·K-문화사랑방 대표)


Updated -- May 21 2026 10:09 AM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May 13 2026 09:39 AM


어제, 그러니까 4월20일, 멕시코 고대유적지 태오티우아칸(Teotihuacán)에서 총기난사사건이 발생했다는 보도에 심히 걱정이 앞선다. 
관광객을 상대로 한 난사(亂射)라는데, 관광객 7명의 사상자를 냈고, 범인 역시 그 자리에서 자결했다고 한다. 희생자들은 모두 외국인으로 러시아인, 콜럼비아인, 캐나다인 7명으로, 그중 4명은 총상, 2명은 대피 중 추락으로 부상, 사망한 한 명이 캐나다인으로 밝혀졌다.
사고 현장에서 상황을 증언한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달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아래쪽 계단에서 한 남성이 총을 쏘았다’고 한다. 아직 전모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아 정확성 여부는 두고 봐야 할 상황이긴 하지만 고대 유적지에서 발생한 총기사건은 몇 해 전 한 개인의 어이없는 행위로 불타버린 남대문 생각이 나게 했다. 

여름 휴가철이 코앞에 닥쳐 모두들 휴가여행지를 고려 중일 텐데...
멕시코 당국은 물론 여행자들의 계획에 차질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여행이 좋긴 하지만, 한쪽에서는 불타고 폭발하고... 전쟁으로 난리인데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선뜻 여행계획을 멈추지는 못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그것이 곧 세상 돌아가는 상황이고, 그것이 곧 우리들의 삶이다.

 

henrique-ferreira-b9w6snfazoe-unsplash.jpg

언스플래쉬

 

하긴 트럼프 정부 시작해서 관세정책으로 캐나다가 매우 어려운 상황일 뿐만 아니라, 캐나다를 미국의 한 주로 영입하라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해댈 때, 대부분의 캐나다 사람들은 분노했다. 미국과 연결되는 일부 교통체계도 중단하고, 경제니 교역이니 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일 때, 많은 캐나다인들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며 미국과의 단절을 대비하자고 피를 끓이고 있을 때도 유유히, 그야말로 유유히 희희낙락 미국 쪽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미 잡힌 계획이라는 변명이 구구할 뿐이다.  
뭐라겠는가? 그것이 곧 세계 사람들의 삶이고, 인간의 위선 닮은 본질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덮어둘 뿐이었다. 

몇 해 전에 우리가족은 멕시코 여행을 갔었다. 그리고 이번 휴가 때에도 멕시코행을 고려 중이었다. 특히 손녀는 노래하듯, 다시 가보고 싶다고 하며 멕시코 여행을 희망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우리의 두 번 째 방문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멕시코에는 고대 유적들, 특히 마야의 문명유적들이다. 마야 잉카의 문명에 대해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멕시코가 매력적인 여행 장소이기도 하다. 
이번 총기사건이 발생한 태오티우아칸(Teotihuacán)은 ‘신들이 태어난 곳’이라는 의미로 고대 아즈택인들이 붙인 이름이다. 또 다른 유적인 '달의 피라미드(Pyramid of the Moon)‘은 태오티우아칸에서 두 번째로 큰 피라미드로 ‘죽은 자의 길(Avenue of the Dead)을 따라 올라가면 정면으로 보이는 구조물이다. ‘태양의 피라미드(Pyramid of the Sun)’에 있는 거대한 피라미드의 구조물이 옛 모습과 크기 그대로 남아있어 마야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유적지를 찾을 때마다 감회가 깊었다. 때로는 숙연해지기도 했다. 
그런 나와는 달리 어린 손주들은 피라미드의 높은 계단 위를 오르내리기도 했고, 그 거대한 유적 앞 잔디에서 뛰어놀고 숨바꼭질도 했다. 나의 숙연함이나 감회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역사에 관한 옛이야기를 사이사이 들려주면서도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에 그와 관련한 여러 유적들이 연결되어 있다. 당시의 운동경기장도 있고, 신을 위한 제사를 올리는 곳과 제사 때, 그 물을 길어 쓰는 신성한 우물도 있고, 계곡의 절벽 아래 동굴입구로 들어가는 커다란 둠벙도 있다. 

둠벙은 암벽동굴의 입구나, 깊은 계곡 사이에 숨어있는 천연 못(池, 지)이다. 현지 주민을 만나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곳도 있다. 태고의 초록으로 감싸이듯 숨어있는 곳. 자연과 야성(野性)이 그대로 살아있는 곳이다. 
옛날 지각변동으로 가라앉아 패인 자리, 즉 지금으로 말하면 싱크홀이라는 것을 후에 알았다. 서울의 도로에서 가끔 발생하는 싱크홀이나 이곳 캐나다에서도 가끔 발생하는 싱크홀과는 규모나 위치가 다르다. 대도시의 난개발이나 건축난발(建築亂發)로 생기는 땅꺼짐이 아니라 옛날 지각(地殼)의 흔들림으로 무너져 내린 곳이 절벽을 만들고,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숲으로 뒤덮여 켜켜이 초록의 깊은 고요를 쌓아두고 있다.
계곡에 가려진 채 자연적으로 패이고 고여서 만들어진 천연의 못, 야성의 본능과 쾌감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있는 그 곳이 오늘에 와서는 현지인들의 관광지이며, 관광객들의 더위와 피로를 씻어주는 수영과 다이빙을 즐기는 숨어있는 천연수영장역할을 겸하고 있다.   
나도 가족들의 보살핌에 기대어 수영을 했지만 겁이 많아서 안으로 깊이 들어가지는 못했다.  
태양빛을 바로 받아 뜨듯하던 하와이의 바닷물과는 달리 물이 매우 찼다. 

이번 사건 소식으로 다시 가보고 싶다고 노래 부르던 손녀의 입막음도 되었다. 우리의 이번 여름 여행 목적지에서 제외된 것이야 별문제 아니지만, 멕시코의 귀한 유적에 대한 흠집이 될까봐 염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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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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