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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오피니언

우리가 칸에 가는 이유

칸=라제기 영화전문기자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y 24 2026 11:36 AM


음악이 흐른다.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1835~1921)의 곡 ‘동물의 사육제-수족관’이다. 신비로운 기운이 극장에 가득하다. 물 아래에서 하늘로 계단을 오르는 듯한 느낌의 화면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레드 카펫이 깔린 계단의 끝에는 종려나무잎 모양 로고가 있다. 관객은 박수를 치고 때로는 환호한다. 상영될 영화에 대한 기대다. 동시에 극장 안에 있다는 행복감의 표출이다. 칸국제영화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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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마이클 패스벤더(왼쪽부터)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황정민, 나홍진 감독, 배우 조인성, 정호연, 테일러 러셀이 18일 열린 '호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칸=EPA 연합뉴스

 

지난 12일 개막한 제79회 칸영화제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23일(현지시간) 오후 시상식을 겸한 폐막식과 더불어 올해 행사가 마무리된다. 올해 행사에는 일찌감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항공료가 급상승했다. 중동을 거쳐오는 항로는 여행객들에게 불안감을 안겼다. 여느 때보다 칸영화제로 향하는 발길이 줄어들 만했다.

아직 참가자 수에 대한 공식 집계는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참가자들이 줄었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리고 실제로도 체감된다. 특히 영화를 사고파는 칸필름마켓 참가자 감소가 눈에 띈다는 지적이 있다. 칸필름마켓은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서 열리는 아메리칸필름마켓(AFM)과 함께 세계 최대 영화 시장으로 꼽힌다. AFM에서 점찍어둔 영화를 다음 해 칸필름마켓에서 구매를 확정 짓거나, 칸필름마켓에서 보아둔 영화를 그해 가을 AFM에서 사인하는 게 영화 수입업계의 보편적인 거래 방식이었다. 매년 5월 칸에 세계 영화 바이어(수입업자)들이 몰리는 이유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많은 게 바뀌었다. 온라인 거래가 늘었다. 넷플릭스로 상징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급부상하며 극장 매출 규모는 전보다 줄었다. 필름마켓에서 영화를 사는 이들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칸필름마켓의 역할이 약해지면서 칸영화제도 위축되는 모양새다.

칸영화제가 살아남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는 말이 현지에서 들린다. 돈벌이를 위한 행사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있기도 하다. 인공지능(AI)에 대한 세계 영화계 관심을 반영해 ‘인재를 위한 AI 서밋’ 행사를 열기도 했다. 세상 변화에 따르면서도 영화제의 물적 토대를 잃지 않으려는 안간힘이 느껴진다.

하지만 칸영화제에서 바뀌지 않은 게 있다. 영화와 관람 문화다. 상영작 모두가 최고의 영화라 할 수 없으나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영화라는 점은 분명하다. 영화 시작 전 박수를 치고, 상영이 끝나면 기립박수와 환호로 반응하는 관객들과 함께하는 것도 기분 좋다. 칸영화제는 영화의 성전이고, 관객들은 신도다.

칸에 오기 전 어느 영화인과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반겨주는 이 하나 없는데 우리는 왜 그토록 칸에 가고 싶을까요.” “영화가 있잖아요, 영화가.”

칸=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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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times.net/오피니언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캐나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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