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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 3명·女 3명’의 동거 리얼리티

따로 또 같이 사는 삶이란 무엇일까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y 31 2026 09:52 AM

tvN 예능 ‘구기동 프렌즈’


몇 년 전 넷플릭스에서 ‘100세까지 살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봤다. 100세 이상의 노인들이 모여 사는 일본, 코스타리카, 그리스의 장수마을을 방문해 그들이 무엇을 즐겨 먹는지, 또 어떤 생활습관을 지니고 있는지 관찰하는 작품이었다. 환경과 문화가 달라도 이 건강한 노인들에겐 꽤 많은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중 모두가 입을 모아 가장 중요한 비결이라 말하던 것은 가까이에서 서로 보살피며 살 수 있는 이웃의 존재였다.

 

db305be0-d86c-469e-a704-6af7661bdbea.jpgtvN 예능 '구기동 프렌즈'. tvN 제공

 

1인 가구로 살 것이라는 어린 시절의 막연한 결심이 점차 현실이 되면서 나는 줄곧 '어떻게 하면 혼자이면서도 타인과 함께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 살겠다는 말을 쉽게 내뱉고는 했지만, 그건 어울리면 즐거울 것이라는 가벼운 기대감에 불과했다. 가족, 동료, 룸메이트와 한집에서 부대끼며 살았던 시간을 떠올리면 타인과 함께 산다는 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그런 기대감만으론 지탱할 수 없는 책임과 희생이 따르는 일이었다. 과연 ‘혼자’를 지키면서 타인과 더불어 사는 게 가능한 일이긴 한지, 이웃을 가까이하며 살기 위해서는 어떤 실천이 필요한 것인지. 나는 언제나 이러한 의심과 불안을 달랠 청사진을 찾아 헤맸다.

2024년 기준 한국 1인 가구는 800만을 넘었다. 세 집 중 한 집이 혼자인 것이다. ‘나 혼자 산다’, ‘같이 삽시다’를 비롯한 한국 예능은 꽤 오래전부터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혼자 사는 삶’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지난달 방영을 시작한 tvN의 ‘구기동 프렌즈’ 역시 1인 가구가 취할 수 있는 삶의 형태를 논하는 작품이다. 방송은 구기동의 한 저택에서 싱글인 연예인들이 함께 생활하는 ‘동거 리얼리티’를 표방한다. 1985년생 동갑내기인 이다희, 장도연, 최다니엘과 1987년생 동갑내기인 경수진, 장근석, 안재현까지 남자 셋, 여자 셋으로 구성된 출연진의 첫 만남은 마치 ‘환승연애’나 ‘하트시그널’ 같은 연애 리얼리티를 연상하게 하지만, 이 방송은 데이트나 고백, 선택을 하는 대신 그저 함께 밥을 먹고 서로의 일과를 챙기며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지내는 과정에 집중한다.

 

17b9bf66-6c7d-4910-980f-db09b4f65f2e.jpegtvN '구기동 프렌즈'. tvN 캡처

 

출연자들은 처음 만난 자리에서 혼자 보내는 일상의 쓸쓸함이 무엇인지 얘기하고, 수면과 식사 등 각자의 활동 패턴을 공유한 뒤, 살림 역할을 분담하며 슬기롭게 공동생활을 시작한다. ‘저녁은 모두 함께 먹기’, ‘설거지 접시는 쌓아두지 않기’, ‘서로의 취미활동을 함께하기’ 같은 작은 약속을 ‘동사친(동갑내기 사람 친구) 공동생활규칙’이라는 목록에 넣는다. 화장실 줄이 길어지고 생활 리듬이 충돌하는 등 혼자 사는 삶에 익숙해져 타인의 존재 자체에 피로를 느끼는 순간도 오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각자의 외로움을 해소하고 우정을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그러나 이들의 동거가 순조로워질수록 ‘1인 가구 간의 연결’이라는 방송에 대한 기대는 다소 희미해진다. 리얼리티를 표방하고 있지만 ‘구기동 프렌즈’는 우리가 사는 현실과 유리된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설계된 연극이기 때문이다. 출연자들은 각자의 직업이 있고, 돌아갈 집이 있으며, 경제적으로 서로에게 기댈 필요가 없는 배우로서 공동체 생활을 한다. 사소한 규칙을 만들거나 요리와 빨래 당번을 정하는 것이 이들이 겪는 최대의 갈등이다. 월세를 어떻게 나눌지, 누군가 일을 잃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아픈 날 서로를 어떻게 돌볼지…. 그런 고민은 그들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출연자들은 비슷한 소득과 충분한 여유를 가진 연예계 종사자들이다. 오전엔 함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오후엔 사주를 보러 가거나 춤을 배우는 등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취미활동을 함께할 수 있다. 물론 장기 연애, 난자 냉동, 결혼 적령기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들이 있지만, 그조차 그저 가벼운 농담처럼 유쾌하게 풀어내는 것에 그친다. 함께 먹고, 마시고, 놀고, 웃는 이들의 이상적 공동체 생활은, 대다수의 1인 가구가 쉽게 꿈꿀 수 없는 조건에서만 가능하기에 위화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e6140600-d756-425e-8475-8ec9d5107e64.pngtvN 예능 프로그램 '구기동 프렌즈'에서 장도연이 룸메이트 몰래 출근하기 전 공진단과 메시지를 남기는 모습. tvN 제공

 

‘구기동 프렌즈’는 따로 또 같이 사는 삶의 가장 근사한 면을 보여주는 ‘1인 가구’ 선전물이다. 방송은 혼자이면서도 누군가와 연결되어 사는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심지어 그것이 무척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만든다. 하지만 그 믿음을 실제 우리 삶에 이식하는 일은 쉽지 않다. 방송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함께 산다’라는 것은 각자의 냉혹한 현실에 연루되는 일이다. 취미를 함께하기 위한 규칙보다 불안정한 수입, 건강하지 않은 몸이 만드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의 규칙이 더욱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는 또한 소득, 습관,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도 어떻게 함께 지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사회란 모두 비슷한 소득, 비슷한 직업, 비슷한 생활 수준의 사람끼리 연결되는 것이 아니며, 그렇게 분류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타인과 함께 사는 삶은 고상하지 않고 때로는 나를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따로 또 같이 산다는 것은 그 모든 것을 담대하게 받아들이는 일이다. ‘구기동 프렌즈’를 보면서 우리가 발견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다. 방송이 보여주지 않는 사각지대를 직접 그려가며, 각자 다른 형태로 살면서도 서로를 가까이 보살피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는 것. 진정한 ‘혼자’를 꿈꾼다면 결코 혼자여선 안 된다는 아이러니 속에서 말이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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