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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세는 또 다른 황동만”
“밑바탕엔 진한 우정 있어”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y 31 2026 09:43 AM
종영한 드라마 ‘모자무싸’ 오정세
“넌 20년째 데뷔도 못하고 빌빌거리고 있는 무능한 인간이고, 난 다섯 편씩이나 개봉한 감독이고! 근데 어딜 자꾸 동급인 척 비비고 들어와?”
24일 종영한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모자무싸)’에서 박경세(오정세)는 앙숙 황동만(구교환)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같은 학교, 같은 동아리를 나와 한때 절친했지만 지금의 너와 나 사이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그토록 ‘너와 나는 다르다’고 외치던 경세는 동만이 첫 영화를 스크린에 올리면서 자신과 한 발짝 같아진 순간 감격의 눈물을 쏟는다. 경세에게 동만은 어떤 존재였을까. 배우 오정세(49)를 2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내 혜진 역 강말금, 든든한 버팀목"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서 경세(오정세)가 동만(구교환)의 첫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스튜디오피닉스·SLL·스튜디오플로우 제공
경세를 연기하면서 잡은 키워드는 ‘또 다른 황동만’이었다. 오정세는 “여러 편의 영화를 찍은 성공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경세의 내면은 계속 불안하고 나 혼자 해낸 게 아닌 것 같은 피해의식도 있다”며 “완전 반대편에 있는 것 같은 동만과 어떻게 보면 똑같다”고 짚었다. 둘이 서로를 날카롭게 긁을 수 있는 건 밑바탕에 진한 과거사와 우정이 있기 때문이라고도 강조했다. 원수처럼 싸우다가도 동만의 형 진만(박해준) 앞에선 겁먹고 자연스레 합체하는 모습이 이런 정서를 잘 드러낸다. 오정세는 “경세에게 동만은 누구보다 응원하는 친구고 파트너였다”며 “동만의 첫 영화를 봤을 때 내 영화를 만들 때와 다른 유의 큰 벅참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풀리지 않는 시나리오를 붙잡고 초조해하던 경세는 잘 맞는 보조작가를 만나 신나게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 모습을 보며 경세의 아내인 혜진(강말금)은 제작자의 기쁨과 창작자 아내의 서글픔을 동시에 느낀다. 오정세는 “경세의 행동을 정신적 바람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혜진을 통해 ‘아차’ 했던 철없음을 깨닫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세에게 혜진이 그랬듯, 오정세에게 강말금도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함께 연기하면 대본에서 찾지 못했던 감정까지 튀어 나왔다. 예컨대 혜진에게 뿅망치로 맞는 장면의 경우 가볍고 귀엽게만 생각했는데, 막상 찍어보니 쓸쓸하고 슬프기도 한 다양한 층위의 감정이 느껴졌다고 오정세는 설명했다.
"대본 98%에 정서와 자유로움 꽉 채워"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경세(오정세). 스튜디오피닉스·SLL·스튜디오플로우 제공
처음 박해영 작가 작품에 참여한 오정세의 1차 목표는 “한 글자 한 글자 대본대로 100%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잘 전달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자신이 신나게 빠져 들어 읽었던 대본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연결자의 역할을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자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자음 하나, 모음 하나 다르게 말하면 안 된다는 강박에 너무 에너지를 쏟는 것 같아 98% 정도만 하자고 마음가짐을 고쳤다”면서 “남은 2%는 정서와 자유로움으로 꽉 채우려 했다”고 말했다. 다시 만난 차영훈 감독은 그의 ‘뮤즈’였다. 오정세는 “감독님에게 ‘동백꽃 필 무렵’의 노규태나 ‘모자무싸’ 박경세 같은 인간적인 모습이 있다. 잘 풀리지 않을 땐 실존하는 경세에게 물어보며 해답을 찾았다”고 웃어 보였다.
오정세는 ‘모자무싸’가 자신에게 귀한 작품으로 남았듯 시청자에게도 진한 마음과 여운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제가 사랑한 대사처럼 아파서 죽지 말고, 괴로워 죽지 말고, 모두 안온함 속에서 자연스럽게 늙어 죽기를 바라겠습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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