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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종전 합의 자꾸 미루는 트럼프
최종 결정 연기 뒤 주말 골프장行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y 31 2026 10:06 AM
핵물질 처리 등 구체화 바라는 듯 봉쇄 강화… 美국방 “인내심 유지”
지난 주말 이란과의 종전 합의 발표를 기정사실화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 실무진이 보고한 합의안 승인을 일주일 넘게 미루고 있다. 비핵화 협상을 온전히 합의 뒤로 미루는 게 마뜩지 않은 기색이 역력하다. 호르무즈해협 개방은 전쟁 전 상황의 회복일 뿐이다. 무기급 핵물질 처리 방식 등 비핵화 의제 핵심 쟁점 관련 양보를 어떻게든 미리 받아 내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31일 미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우편 투표 관련 행정명령 서명식 도중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껏해야 본전
트럼프 대통령은 토요일인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 머물며 오전 11시쯤부터 약 6시간을 인근 버지니아주(州) 골프장에서 보냈다. 전날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당일 백악관 상황실 회의를 열어 대(對)이란 종전 협상 관련 결정을 내리겠다고 예고한 뒤 2시간 동안 참모진과 합의안을 논의했지만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회의 직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을 유보했다고 전했다. 얼마 뒤 백악관 당국자는 언론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이익이 되고 그의 레드라인(금지선)을 만족시키는 합의만 할 것이다.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 이란은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 중이며 거의 완성된 상태다. 기본 틀은 휴전의 60일 연장이다. 휴전 기간 이란은 봉쇄 중인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고, 초기 30일 동안은 부설한 기뢰를 제거한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미국은 대이란 해상 봉쇄를 해제한다.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 협상은 MOU 체결 뒤부터 60일간 진행된다. 협상에서는 신속한 무기화가 가능한 고농축 우라늄(HEU) 비축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우라늄 농축 중단 기간을 얼마나 설정할지 등 이란 비핵화의 핵심 요소들이 우선 논의된다는 내용도 MOU 초안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 완화 및 해제는 비핵화 수준에 맞춰 미국이 이란에 단계적으로 제공하는 보상 조치다.
정황상 협상 타결의 관건은 양측이 교환할 조치들의 선후 관계 합의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강조한 대이란 요구는 △핵무기 비보유 동의 △통행료 없는 호르무즈해협의 즉시 개방 △이란 내 HEU의 미국 주도 발굴·파괴 등 3가지다. 이란은 조건을 걸었을 게 분명하다. 예컨대 호르무즈해협 개방은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해제가, 비핵화 조치는 미국의 제재 완화가 선행돼야 가능하다는 요구였을 개연성이 있다. 이란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29일 엑스(X)에 이란은 미국을 불신하는 만큼 미국이 먼저 행동하지 않을 경우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행동 대 행동’ 원칙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협상 결과가 본전치기처럼 비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HEU의 폐기를 미국에 맡긴다는 이란의 약속처럼 구체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HEU 보유분이 반드시 미국으로 반출돼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철회한 것도 절실함의 방증으로 해석된다. “추후 공지 때까지 금전 거래는 없다”(29일)는 선언의 맥락도 비슷하다. 강경 성향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120억 달러(약 18조 원) 규모 이란 자산의 동결이 MOU 체결 직후 해제된다는 내용이 MOU 초안에 담겼다고 29일 전했다. 그러나 성과도 없이 손해까지 볼 수는 없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 생각이다.
협상 대신 압박
트럼프 대통령이 폭격보다 더 효과를 신뢰하는 압박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는 해상 봉쇄다. 가장 강력한 이란의 협상 지렛대이자 자신의 최대 약점인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맞불 봉쇄 유지로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게 본인 신념임을 트럼프 대통령은 누차 드러냈다. “우리의 놀랍고 전례 없는 해상 봉쇄로 인해 해협에 발이 묶였던 선박들은 이제 봉쇄가 해제됐으니 귀항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29일)는 언급은 실질과 어긋난 ‘정신 승리’에 가깝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봉쇄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 준다.

반미 친정부 시위에 참가한 이란 여성들이 29일 테헤란에서 자국 국기를 흔들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실제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회수하기 위한 대이란 봉쇄 강화에 착수했다. 30일 미군 중부사령부는 전날 오만만에서 이란 항구로 이동 중이던 선박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20차례 경고에도 선박이 말을 듣지 않아 엔진을 망가뜨렸다는 게 사령부 설명이다. 지금껏 해상 봉쇄로 상선 6척을 불능화하고 116척을 회항하도록 만들었다는 집계도 사령부는 이날 공개했다.
더불어 미국은 통행료의 형해화에도 나섰다. 최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항 관리 명목으로 신설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과 이 기관에 협력하는 모든 개인·단체를 27일 제재 대상에 올린 미국 재무부는 29일 성명을 통해 통행료 지불 여부와 상관없이 미국인이 호르무즈해협 통항을 목적으로 이란과 협의·합의하는 행위 일체를 금지한다고 알렸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30일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열린 싱가포르에서 취재진에 이날 아침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으며 대이란 합의를 위대한 합의로 만들기 위해 본인이 얼마나 인내심을 갖고 노력하는지 알려 달라는 요청을 자신에게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군의 대이란) 봉쇄 작전이 철통같이 유지되고 있다”며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통행료 없는 해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협상파에는 내부 강경파가 걸림돌이면서 대미 협상 지렛대이기도 하다. 협상 교착 조짐이 보이자 이란 내 강경파가 또 협상 타결 방해를 시도하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대표적 강경파인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장은 29일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농축 우라늄을 제3국으로 이전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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